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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남북의 창] 희망과 긴장…‘2019 한반도’
입력 2019.12.28 (09:04) 수정 2020.01.03 (16:25) 취재K
[남북의 창] 희망과 긴장…‘2019 한반도’

한해가 마무리되는 12월까지도 북한이 언급한 '크리스마스 선물'로 한반도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남북관계도, 또 북미관계도 ‘지난해와는 완전히 달라진 2019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기대 속에 개최됐지만 끝내 결렬된 2차 북미회담부터 김정은 위원장의 백두산 등정까지 주요 사건들을 통해 한반도의 2019년을 돌아봤습니다.


세기의 만남...2차 북미정상회담

두 번째 북미 정상의 만남은 1월 워싱턴을 방문한 당시 북한 통일전선부장이었던 김영철의 움직임으로 전격 가시화됐습니다.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마침내 2월 27일 북미 두 정상은 싱가포르 회담 이후 8개월 만에 얼굴을 마주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만남 직후 "매우 성공적일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관계라면 이 회담은 매우 성공적일 것이다. 우리 모두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김정은 위원장도 "모든 사람들이 반기는 그런 훌륭한 결과가 만들어질 거라고 확신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담판의 날인 2월 28일, 확대 회담은 당초 예정보다 1시간 가까이 길어졌습니다. 그 사이 예정돼 있던 오찬이 취소되고 합의문 서명도 이뤄지지 않게 됐다는 백악관 발 속보가 날아들면서 하노이의 분위기는 반전됐습니다. 결국 희망으로 시작된 하노이 회담은 결렬이라는 종지부를 찍고 말았습니다.

파격적이었던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외교. 그 한계가 드러난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이어졌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아직도 과거의 협상의 틀 내지는 과거의 관성 속에 남아 있는 것 같다"며 "지금 시대는 변했고 또 과거와 같은 협상 방식으로는 자신들이 원하는 전략적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또 다시 만리마, 자력갱생의 2019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북한 당국은 4차 전원회의를 전격적으로 개최했습니다.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은 시정연설을 통해 처음으로 북미협상의 장기화를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강조한 것이 바로 ‘자력갱생’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우리와 미국과의 대치는 어차피 장기성을 띠게 되어 있으며 적대세력들의 제재 또한 계속되게 될 것이다. 적대세력들의 제재 돌풍은 자립, 자력의 열풍으로 쓸어버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후 북한당국은 만리마 속도전을 자력갱생의 전면에 내걸었습니다. 각종 공장 기업소를 대상으로 만리마 시대의 혁신자들을 축하하는 프로그램도 수시로 방송됐습니다. 소학교 학생들까지 축하무대에 동원됐고, 노동자들은 앞다퉈 작업률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선전원의 목소리가 공장 안팎에 울려 퍼지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렸고, 김일성 주석의 생전 육성 연설도 방송하면서 국가적 단결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결국 이러한 선전들을 통해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핵협상과 대북제재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내부 결속과 경제적 성과를 이뤄야 했던 절실함을 드러냈다는 분석입니다. 김영희 산업은행 팀장은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면서 대북제재가 장기화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자력갱생과 만리마 창조 운동을 특별히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며 ""실질적으로 주민들한테 피부로 느껴지거나 보이는 경제 성과는 너무 미미했기 때문에 만리마 창조를 통한 대중 운동으로 경제 성과를 좀 더 도출해 보자는 측면에서 좀 더 강조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공포

올 한해 한반도엔 아프리카돼지열병 공포가 불어 닥쳤습니다. 북한은 우리보다 앞선 지난 5월 세계동물보건기구에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을 보고했고, 뒤이어 남한 지역에도 바이러스 확진 농가가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북한 지역의 발병 현황과 방역 시스템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북한은 정보공개와 방역 협력 대신 해외 사례를 집중적으로 방영하며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관한 정보만 내부 주민들에게 소개했습니다.

북한은 위생적인 환경이 유지되고 있다고 선전했지만, 대부분의 가축 사육장들은 제대로 된 방역과 예방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게 북한 수의공무원 출신 탈북민의 증언이었습니다. 조충희 씨는 "북한에서 소독차 한 대 구경하지 못했다"며 "북한에서는 그런 부분에 대한 투자가 적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시차를 두고 양쪽 모두에 발병한 만큼 수의 방역에 있어 떼려야 뗄 수 없는 남과 북. 한반도에서 가축도 인간도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남과 북의 협력이 절실함을 알게 해 준 사건이었습니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한반도는 하나의 권역으로 결코 사람의 행정구역처럼 북과 남이 갈린 것이 아니다"라며 "한반도 차원의 대응이 너무나 절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상 첫 남·북·미 정상 회동

북미 비핵화 협상을 두고 좀처럼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던 가운데 6월 30일 판문점에서 사상 첫 남, 북·미 정상 간 회동이 이뤄졌습니다.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향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걸어가고, 맞은편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 친구"라며 김 위원장을 맞이했고, 두 대통령은 분단의 상징,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섰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런 데서 각하를 만나게 될 줄 생각 못 했다"며 "한 발자국 건너오시면 사상 처음으로 우리 땅을 밟으시는 미국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5㎝ 높이의 군사분계선을 넘어섰고, 북한 땅을 밟은 첫 현직 미국 대통령이 됐습니다. 판문점 북측 지역 판문각 앞까지 이어진 두 정상의 발걸음에 전 세계가 주목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두 정상의 만남이 북미 협상의 성과로는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7개월 만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북미 실무 협상이 열렸지만, 8시간 30분 만에 또다시 결렬로 끝났습니다.

북한 측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미국은 그동안 유연한 접근과 새로운 방법, 창발적인 해결책을 시사하며 기대감을 한껏 부풀게 하였으나 아무것도 들고 나오지 않았으며, 우리를 크게 실망시키고 협상 의욕을 떨어뜨렸다"며 협상 결렬을 미국 탓으로 돌렸습니다. 김 대사는 이어서 미국 측에 "실무협상을 중단하고 연말까지 숙고하길 권고했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정한 연말 시한을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금강산부터 백두산까지...북한 지도자의 발걸음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 후 김정은 위원장의 정치적 행보는 금강산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김 위원장은 간부들에게 금강산은 남북 관계의 상징도 아니라면서 남측 기업이 세운 시설물의 철거를 지시했습니다. 북미 관계의 여파가 남북관계에도 악재로 이어진 것입니다.

김 위원장은 백두산에도 올라 자력부강·자력번영 노선을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백마를 타고 두 차례나 백두산에 오른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에서 북한의 외교정책이 당분간은 강경모드로 나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최경희 샌드연구소 대표는 "김 위원장이 백두산에 오르는 모습을 보여줬던 것은 새로운 연대기를 향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었던 거 같다"며 "대외적으로도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의 유연성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고 대남 정책에서는 굉장히 강경한 자세를 취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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