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제3회 ‘SAND동북아국제포럼’이 12월 3일 서울 중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회의실에서 개최됐다. ‘동북아 전략환경 변화와 한반도 평화통일의 새로운 지평 : 주변국이 바라보는 한반도 평화의 의미’를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사단법인 샌드연구소 주최, 통일과나눔재단 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 협찬으로 열렸다.
최경희 샌드연구소장의 인사말에 이어 배기찬 민주평통 사무처장이 축사를 진행했다. 이기태 통일연구원 평화연구실장이 사회를 맡았고, 나카토 사치오 리츠메이칸대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김남은 고려대 글로벌일본연구원 연구원, 주재우 경희대 교수, 시부에 치하루 마이니치신문 서울특파원, 조의행 서울신학대 교수가 토론을 맡았다.

포럼을 주최한 최경희 샌드연구소장은 개회사에서 “세계 유일의 분단국에 사는 우리는 통일이라는 크나큰 과제를 절박한 과제를 안고 있지만 우리의 현실은 환경과 조건이 바뀔 때마다 평화가 우선이냐, 통일이 우선이냐 이런 갈등으로 흔들리고 있다”며 “평화와 통일의 개념적 체계적 그리고 관계적 정립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기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은 축사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나아가서는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서 넓은 시각이 필요하다”며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는 남과 북이 평화를 위해서 노력하고, 동북아 국가들이 평화를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의 대북 정책과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발제한 나카토 사치오 일본 리츠메이칸대 교수는 일본의 대북 정책을 ‘대응형 관여’라고 정의했다. 일본이 핵문제, 납치문제, 국교정상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대화와 압력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대응형 관여’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대응형 관여’ 정책은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일본도 정책에 반영하면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개념이지만 미국의 이익을 일본의 이익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소급론’과는 다르다고 했다. ‘일본의 자주외교’로 불리는 2002년 고이즈미 수상의 평양선언에도 일본의 요구사항인 납치문제와 함께 미국이 우려하는 ‘핵 문제’와 ‘안전보장’ 문제가 포함됐다고 했다.
나카토 교수는 이어 납치문제 해결은 일본의 대북정책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모든 납치 피해자의 안전 확보, 즉시 귀국. 진상 규명. 납치범의 일본 송환 등의 조건이 달성돼야 해결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일본 대북정책의 세번째 목표는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이지만 핵문제, 납치문제가 우선 해결되지 않는다면 북한과 수교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고 했다.
나카토 교수는 일본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원하지 않는다는 한국내 인식과 관련해 양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전략적 순위의 차이로 인한 갈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핵문제와 납치문제 해결을 우선시하는 일본의 대북정책이 남북평화와 공동번영을 통해 비핵화 문제를 해결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정책목표, 추진전략에서 갈등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북 제재 국면에선 양국 간 협력이 잘 됐지만 대화 국면에서 갈등이 발생한다고 했다.
김남은 고려대 글로벌일본연구원 연구원은 토론에서 한국의 일본에 대한 불신과 관련해 정책의 전략적 우선이나 접근 방법의 차이에 기인한다는 나카토 교수의 분석에 동의하지만 미중 경쟁 구도 속에서 차지하는 한일 양국의 전략적 위치가 다른 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또 한일 간의 과거사 문제도 양국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비핵화에 대한 양국의 전략적 견해가 일치한다고 하더라도 미중 경쟁 그리고 과거사 문제가 한국의 대일 불신의 배경과 동떨어져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일본의 한국에 대한 불신 요인도 언급했는데,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한국이 중국의 핵심 이익과 전략적 안보 이익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면서 한중관계를 발전시킬수록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의 냉전적 성격은 미일의 불신과 함께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고도 했다.
시부에 치하루 마이니치 신문 서울 특파원은 일본에 있어서 납치 문제를 두고 북한 문제를 진전시킨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또 일본은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해 한국보다 큰 두려움을 갖고 있다며 이 때문에 일본인들이 북한에 대한 거부감이나 경계심이 클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일본이 헌법 개정을 하면 군사 대국화가 되고 군국주의가 부활할 것이라는 한국의 우려는 과거의 역사의 경험에서 나온 해석이지만 일본 입장에서는 부상하는 중국과 핵을 가진 북한에 대해 한국과 입장이 다르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일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중국 전문가인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지금까지 중국에 있어 한반도 평화의 개념은 분단상황의 유지관리였다면 최근에는 영향력을 발휘하려 한다고 했다. 중국은 2016년부터 북한에 대해 핵문제로 제재를 가하고, 같은 해 남한에는 사드 문제로 제재를 가하면서 남북한의 고삐를 잡고 있다고 했다. 주 교수는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확대가 제제 차원을 넘어 중국 외교가 핵심 가치로 내세우는 ‘평화 공존 5항 원칙’까지 어기며 영토와 주권문제에 대한 간섭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중국이 내세우는 ‘평화 공존 5항 원칙’은 △영토 보존과 주권의 상호 존중 △상호 불가침 △상호 내정 불간섭 △호혜 평등 △평화 공존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주 교수는 이 원칙의 핵심은 양자 또는 다자간 발생하는 국제분쟁을 대화와 협력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는 것이지만 이 원칙이 최근의 한반도 상황에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의행 서울 신학대 교수는 토론에서 우리나라 젊은 세대는 중국을 보는 시각이 일본을 보는 시각보다 더 안 좋다며 경제문제를 외교 보복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일상화된 동북아시아 상황에서 중국과 당당한 외교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