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7월 샌드 한반도 정세분석 세미나가 ‘한미일 안보협력과 한일관계 딜레마’를 주제로 7월 31일 열렸다. 1부에서 북한정세 발제를 맡은 이승현 샌드연구소 연구위원은 정치 분야에서 지난 6월 29일 김정은이 이례적 규모로 정치국 확대회의를 개최, 당의 무능과 직무태만을 질타한데 이어 문책성 인사조치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북한이 처한 대내외 위기상황에서 당중앙의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또 북중정상이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과 북중우호조약체결 60주년을 맞으며 친서를 교환하는 등 양국 간 친선관계는 전성기를 맞고 있으며 이는 공동의 적인 미국에 맞서 당면한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는 정세인식 하에서 취한 전략적 행위로 평가됐다. 중국을 통해서 정제유를 반입하고, 북중무역 재개를 위한 방역시설 설치를 진행하는 등 코로나 상황에 따라 양국 간 경제협력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군사 분야에선 한미연합훈련 앞두고 대남선전매체를 통한 비난이 있었고, 영변 핵시설에 새로운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남한을 대상으로 사이버전이 3배 정도 강화되고, 7월부터 북한군이 하계훈련에 돌입한 가운데 공사동원 병력은 훈련에서 제외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분야에선 제재와 코로나 상황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수행을 지속하면서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당면한 식량난 해결을 위해 김정은 특별명령으로 군량미를 배급했다.
백신 문제와 관련해 북한은 백신 무용론과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되어선 안된다고 주장하면서도 백신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 조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남북 통신선 복구도 마찬가지로 자력으로 백신을 확보하거나 방역위기를 타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남한,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해 백신 확보와 식량난을 해결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남한은 미국과의 관계개선 과정에서 디딤돌 역할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2부에서 발제를 맡은 서강대 김재천 교수는 ‘한미일 안보협력과 한일관계 딜레마’와 관련된 주제를 미국의 역외균형전략을 중심으로 설명했다. 김 교수는 역외균형전략인 인도태평양전략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채택됐는데, 바이든 정부에서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도양의 전략적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라며 그 이유는 중국의 부상 때문이라고 밝혔다. 인도양은 세계 3대 해협인 바벨만데브 해협, 호르무즈 해협, 말라카 해협이 위치한 곳으로 중국의 경우 원유수입의 80%를 이 지역을 통해 수급 받기 때문에 미국이 마음 먹고 이 지역을 막으면 중국 경제가 마비가 되고 중국의 국가 전략에도 엄청난 차질이 발생할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중국은 인도양 지역에서 배타적인 군사력을 확보하기 위해 2008년부터 소말리아 해적 퇴치 명목으로 군함을 파견하는 등 공을 들여 왔고, 역내 군사적 영향력 확보를 위한 일환으로 진주목걸이 전략 또는 해군기지 네트워크 구축 전략을 추진해 왔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로 파키스탄 과다르 항을 43년 간 임차하고, 지부티의 오보크에 중국 역사상 최초의 해외군사기지를 건설하기도 했다. 문제는 중국의 이런 움직임이 이 지역에서 기존 질서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미국뿐만 아니라 인도, 호주, 일본 4개국에도 위협으로 인식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개념이 발생하게 됐다고 했다.
김 교수는 미국에서 인도태평양 지역개념이 전략개념으로 채택된 것은 트럼프 행정부 시기로 급조해 만든 전략 개념이 아니라 오바바 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에서도 인도양의 중요성이 부각돼 온 측면을 고려하면 미국은 이미 2000년대 후반부터 인도양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분쟁 때문에 중국 견제에는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아시아 문제에 관여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오바마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인 TPP(Trans pacific partnership)를 철회했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을 구상하는 과정에선 일본이, 개념으로 확산하는데는 호주가 초기에 많은 역할을 했다고 했다.
‘쿼드’의 존재는 2006년 아시아에 쓰나미가 발생했을 때 현재의 쿼드 4개 국가가 모여서 대책을 논하는 낮은 수준의 협력체로 출발 했고, 이를 보다 정밀화하고 긴밀한 군사 협의체로 발전시키자고 얘기를 한 사람은 다름 아닌 아베 신조 전 총리라고 밝혔다. 2012년 아베가 처음으로 쿼드의 안보 다이아몬드를 언급하면서 자연재해 대책을 목적으로 한 쿼드를 긴밀한 군사 협의체로 만들어 중국의 진주목걸이 전략을 견제한다는 언급을 했다는 것이다. 이후 2016년 8월, 도쿄아프리카개발회의(TICAD)에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ian pacific)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당시 고립주의성향을 보이던 트럼프는 중국 때리기를 하면서도 아시아 전략은 없는 상황이었는데 아베의 인도태평양전략에 매력을 느끼고 이를 발전시켜 전략 개념화를 했기 때문에 미일관계가 돈독해졌다는 것이 김 교수의 분석이다. 이후 트럼프는 2017년 12월 초에 아시아 순방길에 올라 일본을 먼저 방문하고, 한국, 베트남, 필리핀, 중국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식화 했다고 전했다. 당시 미일정상회담에서 ‘인도태평양 발전 증진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는 선언문 도출을 위해 일본이 많은 공을 들였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순방지인 한국에서 한미정상회담을 개최하면서 인도-태평양전략에 한국의 동참을 언급했지만 우리정부는 중국을 고려해 적극적 참여의사를 밝히지 않고, 공동선언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를 위해 기여해야 한다고 발언했다”는 식으로 전략적모호성을 유지했다. 김 교수는 인도태평양전략은 분명히 미국의 중국 견제라는 목적이 있지만 떠오르고 있는 지정학적인 지역개념이기도 하다며 세계 인구의 60%를 차지하고, 세계 GDP의 60%가 이 지역에서 창출되고 있고, 앞으로 세계 경제 성장률의 60~70%를 이 지역에서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며, 2030년에는 신(新) 중산층의 20%가 이 지역에 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전망했다.
우리정부도 인도태평양과 신남방정책을 연결하는 전략을 구상했지만, 북한과 중국을 위시한 신북방정책에 더 많은 비중을 두면서 신남방정책은 그 중요성에 비해 홀대받았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가 인도태평양전략 동참에 주저하면서 한미동맹의 지역적 임무 수행의 지형을 확장하는데 인색했고, 결국 한미동맹은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는 미일관계가 돈독해지는 반면 한미관계는 미국의 전략적 비전에서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로 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이 새로 들고 나온 역외균형전략은 과거부터 추구해오던 ‘자유주의 패권전략’의 폐기 즉 ‘세계경찰’의 역할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미국의 직접 개입보다 한 발 빠지고 역내에서 신흥 패권국가의 등장을 방지하고 싶어하는 미국의 동맹국들에게 세력균형의 책임을 맡기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대표적 사례가 중동인데 이란의 패권적 지위를 막기 위해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친미, 반이란 성향의 국가들을 화해시켜 이란의 부상을 막는데 있다고 했다. 미국이 중동에서 발을 뺀 또 다른 이유는 셰일 가스 혁명 때문에 중동에서의 석유 의존도가 매우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유럽의 경우 트럼프가 독일에서 미군의 일부를 철수하는 결정을 내리고, 일부 병력을 폴란드에 재배치 한 것은 미군의 부담을 줄이고, NATO의 역할을 확대해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의도라고 했다.
다만 아시아의 경우 패권국이 부상하는 중국으로 역외군형전략만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미국의 대중국 경영 정책에 있어서 동맹들이 보다 많은 부담을 질 것을 주문하는 역내균형전략을 함께 추진하는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을 요구하고, 호르무즈해협에 한국군함 파견을 요구한 것도 인도태평양지역에서 평화를 위협하는 공동의 위협에 대처하자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다만 트럼프는 요구방식이 거칠었고, 바이든은 한미동맹을 존중하면서 명성권력을 이용해 설득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은 한미동맹의 패러다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어려운 것은 방위비 문제를 넘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공유하는 국가로서 미국이 제기하는 홍콩문제, 대만문제 등에 동참하라는 요구가 들어올 것이라며 한국이 여기에 호응하지 않을 경우 한미동맹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이 강대국 러시아와 인접한 폴란드와 함께 가장 지정학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중국의 전략적 이해를 어느 정도는 존중해줘야 하는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계속 미중 간 패권경쟁 속에서 애매한 포지션을 취한다면 궁극적으로 미국의 대한 방위공약도 약해질 수 있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대외정책 기조가 한 발 빼는 역외균형전략이기 때문에 동맹국가 간 갈등이 발생할 경우 미국의 관여 의지가 감소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일관계와 관련해 미국은 역사문제, 영토문제에는 개입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며 다만 한미일 안보협력이 미국의 안보 정책에 있어서 주춧돌이라는 공동의 이익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역외전략 속에서의 우리의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