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드연구소가 주최하는 2021년 8월 한반도 정세분석 세미나가 27일 서울 종로구 샌드연구소 회의실에서 ‘아프간 사태를 통해 본 한미동맹과 한반도 정세’를 주제로 열렸다. 북한정세분석 발제를 맡은 이승현 샌드연구소 연구위원은 7,8월 김정은 위원장의 동향과 관련해 참전열사묘 참배, 전군 지휘관 및 정치일꾼 강습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7월 24일 ~ 27일까지 진행된 ‘제1차 군정일꾼 강습회’에서 김정은은 한미연합연습과 관련해 전투력 강화를 주문하면서도 핵무력 관련 언급은 하지 않았다. 김정은은 연설에서 인민군이 당의 무장력으로서 당의 의지와 힘을 표현해야 한다며, 당과 군이 같은 목소리를 낼 것을 강조했다. 이는 현재 코로나와 대북제재, 기상이변으로 인해 북한의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군비충원도 잘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군 수뇌부와 정치일꾼들이 힘을 모아 국난 극복에 앞장설 것을 요구한 것으로 분석됐다.
쿠바에서 반정부 시위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북한에서 세 차례 성명발표를 하는 예민한 모습을 보였다. 실질적으로 쿠바에서 시위가 일어난 원인이 식량과 의약품 부족인데, 이는 지금 북한의 모습과 상황이 유사하기 때문에 북한 내에서도 이런 모습들을 주의깊게 보고 사전차단하려는 의도로 분석했다. 북한은 쿠바 사태의 배후로 미국을 지목함으로서 미국을 비난하는 한편, 중국, 러시아의 관계는 강화하고 있다. 현재 미국과의 갈등 속에서 중, 러, 쿠바 등 사회주의 국가와 연대를 강화하면서 대외적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군사 및 대남 분야와 관련해 북한은 김여정 부부장의 한미연합훈련 비난 담화와 함께 남북 연락통신선을 단절했다. 김여정은 담화에서 “남조선 당국자들의 배신적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대통령뿐만 아니라 남한의 현 정권과 군부를 비난했다. 또 연합훈련 중단에 이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면서 국방능력 강화와 선제타격 능력 강화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절대적인 억제력 강화는 핵능력임을 시사했다. 8월 11일 김영철 통전부장은 담화에서 “잘못된 선택으로 해 스스로가 얼마나 엄청난 안보 위기에 다가가고 있는가를 시시각각으로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북한이 통미봉남, 남남갈등 조장을 하는 한편 도발에 대한 정당성 확보와 향후 미국과의 협상력 재고에 대한 의미도 있지만, 군사적 대응을 명분으로 자신들의 선제타격 능력 강화를 노린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직접적 도발보다는 핵시설 재가동이나 해상에서 미사일 발사 등 무력 시위 수준의 도발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 분야로서 북한은 함경남도 수해와 관련해 8월 7일 함경남도 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실시했다. 함경남도에서 폭우로 인해 제방이 붕괴되어 주민 5000명이 긴급 대피했고, 농경지가 침수돼 공병부대와 지역 군부대를 모아 10월 10일까지 피해복구를 완료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8월 중국과의 교역이 재개된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코로나 상황이 계속 악화되는 상황에서 국경을 개방하지 않고, 필요한 물자만 제한적으로 수용하는 방식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정은의 활동 반경이 주로 평양 내에서 이뤄지고 외부활동을 자제하는 것도 코로나 상황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최고존엄 중심의 방역이 전개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어 ‘국제적으로 본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주제로 발표한 오준 전 유엔 대사는 미군의 아프칸 철수가 속전속결로 전개되는 배경에 대해 이해하려면 바이든 대통령의 “아프칸이라는 나라는 역사상 한 번도 통일국가를 이룬 적이 없는 나라다”라는 발언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역사상 한 번도 통일국가가 된 적이 없는 나라에서 미국이 민주 정부를 수립하기 위해 20년 가까이 있었지만 안됐는데, 과연 미군이 아프칸이 민주화 될때까지 있어야 되냐는 것이 발언의 핵심이라며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오 전 대사는 아프칸은 지정학적으로 유럽, 러시아, 중국(몽골), 인도, 이란의 이해가 교차하는 지역으로 고대에도 실크로드의 길목 역할을 한 동서교류의 요충지라고 설명했다. 과거부터 페르시아, 중국, 인도, 영국 등 제국들의 침공을 받았고, 냉전 시대에는 소련의 침공을 받는 등 끊임 없이 외세의 침략에 시달리면서 한번도 온전한 통일국가를 유지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1919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해서 아프가니스탄 왕국으로 1973년까지 유지했지만 1973년에 쿠데타가 발생해 왕을 내쫓고 다우드칸이라는 인물이 공화국을 설립했다고 한다. 그러나 5년 후 공산세력이 집권했지만 다른 세력에 밀리게 되자 1979년 소련이 군사적으로 개입해 10년 간 전쟁을 치렀다. 아프칸이 소련의 영향력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은 무자헤딘이라는 아프칸의 이슬람 세력 연합체를 지원했는데 탈레반의 원조가 되는 세력들도 여기에 포함됐다고 한다.
아프칸 연합세력은 1989년 소련의 철군 이후 내전을 통해 권력투쟁을 벌였고, 1996년 아프칸에서 가장 큰 인종인 '파슈툰족'의 지지를 받은 탈레반이 집권하게 됐다. 아프가니스탄 인종 구성이 다양한데 제일 큰 인종은 아프간 민족의 42%를 차지하는 파슈툰족이다. 파키스탄에서도 파슈툰족이 가장 큰 인종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의 파슈툰족이 합심해 탈레반을 도왔다고 한다. 그러나 탈레반 정권은 2001년 발생한 9.11 테러의 배후로 지목돼 미국에 의해 축출됐다. 미국의 지원 하에 20년 간 아프칸에서는 민주적 선거를 통한 대통령 선거가 이뤄지고 여성의 참정권과 교육이 보장되는 민주주주의 체제가 수립됐다.
오준 전 대사는 미군 철수와 함께 탈레반이 20년 만에 재집권 한 이유를 '국제분쟁', '인권문제', '테러리즘' 대처 차원의 세 가지 관점에서 분석했다. 강대국이 약소국의 분쟁에 끼어든다고 해서 강대국의 뜻대로 해결되는 건 아니라는 걸 아주 잘 보여주는 케이스가 아프칸 사태라고 그는 지적했다. 초강대국인 소련과 미국이 모두 아프칸에서 실패한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했다. 그는 국제분쟁의 차원에서 미국의 아프칸에 대한 군사력 사용이 국제법적으로 합법적이었냐는 논의가 제기됐는데, 그 이유는 미국이 무력 사용과 관련해 유엔 안보리의 승인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는 9.11 테러를 비판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무력 사용을 승인한 적이 없는데 미국이 아프칸에 대해 무력사용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알카에다가 먼저 미국을 공격한 건 사실이기 때문에 미국이 자위권 차원에서 무력을 사용한 것은 정당하다고 보는 학자들도 있었다고 한다. 안보리 결의 1386은 미국이 아프칸을 공격해 탈레반을 몰아낸 후에 채택되었는데 미국의 군사행동을 사후 승인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미국은 아프칸 재건을 위해 국제안보지원군(ISF)을 만들었는데, NATO 병력과 한국군의 동의부대와 다산부대도 파병됐다. 한국은 아프칸 재건을 위해 원조도 많이 했는데 이번에 한국에 입국한 아프칸인들은 한국정부를 도왔던 사람들이다. 미국은 20년 간 아프칸에 약 1조 달러가 넘는 지원을 하고도 민주정권 유지에 실패하고 철군했는데, 물론 이는 바이든 정부에서 결정한 것이 아니라 2020년 2월 트럼프 정부가 탈레반과 직접 협상을 통해 합의한 결과다.
트럼프 정부와 탈레반과의 '이면 합의' 내용이 전부 공개되진 않았지만 탈레반은 미국에 포로 1000명의 석방을 요구했고, 미국은 탈레반에 알카에다를 포함한 테러세력과의 완전한 단절 및 척결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의미에서 IS-K가 최근 카불 공항 근처에서 테러를 강행한 것을 보면 탈레반이 합의를 지키지 않았다고 볼 수 있지만 탈레반이 집권 후 죄수들을 석방하면서 IS활동 가담자들은 처형했다는 뉴스를 보면 탈레반과 IS는 대결관계에 있으며 탈레반이 트럼프와 맺은 이면합의 약속을 이행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오 전 대사는 설명했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트럼프와 탈레반이 합의한 5월 미군 철군은 너무 이르다는 판단하에 9월 11일까지 철수한다고 연기했는데, 나중에 다시 8월말 철수완료로 수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탈레반은 미군 철군이 본격화 되면서 아프칸 정부에 대한 공격을 개시했고, 8월 15일 수도인 카불을 점령하고 20년 만에 정권을 탈환했다.
이어 오 전 대사는 아프칸 사태를 인권문제 차원에서 분석했다. 그는 유엔은 국가에 의한 국민의 인권 침해를 가장 심각하게 보고 있지만 유엔의 역사를 보면 개인의 인권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는 유엔 헌장 2조에 ‘유엔은 회원국의 국내 문제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국내 문제 불간섭의 원칙’ 때문이다. 대신 유엔은 국가에 의한 인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하면 국제사회에 관련 사실을 공개해 망신주기를 하는 것 밖에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유엔은 최근 20년 간 보호책임이라는 개념을 새로 도입해 정부가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면 국제사회가 나서서 보호해 준다는 원칙을 마련했다. 대량학살이나 전쟁범죄 등의 행위에 대해 국제형사재판소의 판결을 통해 벌을 주는 것인데 이는 유엔의 굉장한 변화라고 오 전 대사는 설명했다. 실제로 아프리카나 구 유고슬라비아의 지도자 중에 퇴임 후 국제형사재판소의 판결을 받고 감옥에 가있는 사람이 여러 명 있다고 한다. 오 전 대사는 다만 보호책임이 강제력을 가지려면 유엔안보리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음으로 그는 아프칸 사태를 테러리즘 차원에서 설명했다. 유엔이 20년 간 반테러협약을 맺으려 노력했지만 성사되지 못한 것은 국제적으로 테러에 대한 정의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개인이 저지른 테러도 합법적 저항과 테러로 서로 입장이 엇갈리고, 특히 정의가 어려운 부분은 국가에 의한 테러인데 이를 군사행동으로 봐야할지, 테러로 봐야할지 규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 전 대사는 이스라엘이 자기네 첩보부 요원들을 보내 아랍 세력에 보복하는 것을 국가에 의한 테러인지, 군사행동인지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며 오늘날까지도 국제적으로 테러방지협약이 이뤄지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9.11사태 이후 '테러방지협약' 체결을 위한 노력보다 유엔 안보리결의를 통한 문제 해결을 선택했기에 아프칸에서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테러방지협약은 국가들이 서명을 하고 동의를 한 사항이기에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기 쉽고, 가입하지 않은 회원국은 준수 의무가 없지만 안보리 결의는 동의하든 안하든 이행 의무가 있기 때문에 자발적 참여와 협력이 어렵다는 것이다. 아프칸 사태를 계기로 한반도 상황에 대한 우려도 나오지만 한국은 한 세대에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모두 이룬 선진국으로 아프칸과는 다르다고 했다.
또 미국의 해외개입이 줄어드는 상황이지만 한미동맹에까지 영향을 주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향후 탈레반 정권 출범 이후 국가로서 우리가 승인해 줄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데, 그들이 인권을 존중하고, 테러세력과의 단절 약속을 지키는지 탈레반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달렸다고 했다. 러시아, 중국, 이란 등 전체주의 나라들은 탈레반 정부를 인정하겠지만 미국이나 우리나라는 여러가지 부분들이 검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중국의 경우 미국이 아프간을 떠나는 걸 환영하는 것보다는 만에 하나 중국 내 이슬람 세력 지원이 강화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에, 탈레반 정권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겠지만 탈레반이 중국 내 이슬람 세력과 연계되는 건 확실히 차단해야겠다는 입장으로 대처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