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9월 샌드 한반도 정세분석 세미나가 ‘북한 군사도발 재개와 남북관계 재설정에 대한 고찰’ 주제로 25일 샌드연구소 회의실에서 열렸다. 1부 발제를 맡은 이승현 샌드연구소 연구위원은 9월 북한 정세분석분석 발표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공개활동과 관련해 정치행사 참여를 제외하고 활동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김정은은 9월 2일 열린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3차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수해 방지 및 코로나 방역, 경공업, 농업 등 경제와 관련 사항만 언급했다”며 “김정은의 관심이 내치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내부 사정이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전반적으로 대내외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김정은은 내치, 김여정은 대외부분을 담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위임통치는 권한만 주는게 아니라 책임도 함께 주기 때문에 당 간부들에 대한 기강잡기나 책임전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25일 담화에서 우리 해군의 SLBM 발사와 관련해 문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난하면서도 주민들이 보는 대내 매체에는 보도하지 않은 것은 향후 남북관계의 변화를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고 했다. 대외적으로 미국과 관계 진전 없이 교착 국면에 빠진 가운데 중국, 러시아와 연대를 통한 반미공동전선을 구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군의 아프간 철수와 미국 내 코로나 상황 비난을 통한 대미 비난과 홍콩 문제, 신장위그루 문제 등에서 중국 입장을 지지하며 중국 편들기 모습을 보였다.
군사분야에서 목함지뢰 도발 주범 림광일이 군총참모장으로 승진했고. 비상방역 관련 중대사건으로 강등됐던 박청천이 정치국 상무위원직으로 승진했다. 9월 9일 실시된 열병식에 노농적위군, 사회안전군 등 민간무력만 동원됐고, 김정은의 연설도 없었다는 것은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조치로 해석됐다. 북한이 9월 11일과 12일 장거리 순항미사일 두 번 발사한 가운데 특이한 점은 ‘철도기동미사일연대’를 신설한 것으로 다양한 추가 발사 수단의 과시 목적 및 전술핵탄두 탑재 가능한 미사일의 기습 발사 연습으로 풀이된다.
경제분야에서 세계적인 코로나 변이바이러스 확산으로 국경봉쇄를 유지·강화하는 가운데 가게들이 문을 닫고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가족 단위 꽃제비가 등장하고 중소도시에서 다시 매춘이 성행하는 등 경제난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당국이 긴급 대책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북한 당국이 결혼식 등 단체 모임을 금지하고, 주요 도로마다 방역초소를 추가 배치하는 등 방역조치를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부 발제를 맡은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김정은 집권 10년 간 핵개발’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김정은 집권 이후 제일 먼저 부친 김정일에 ‘공화국영웅’칭호를 수여한 것인데 그 명분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발전시켰다는 것이라며 그 다음 수순이 헌법에 ‘핵보유국’을 명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2013년 ‘핵경제 병진노선’을 제시하고, 핵·미사일 개발에 전력질주, 2018년 4월 당 전원회의에서 ‘경제개발에 매진한다’는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제시했지만 이는 핵보유국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경제개발을 하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그는 “김정은이 2018년 4.27판문점 선언을 통해 핵 문제는 그대로 두고, 남한에서 대규모 경제지원을 받으려 했고, 그해 9월 평양에서 문 대통령을 다시 만나 다짐 을 받았다”며 “김정은 나름대로 플랜을 가지고 움직였지만 이듬해 2월 하노이 북미 회담에서 플랜이 좌절됐다”고 평가했다.
하노이 회담 실패 후 북한이 자력갱생, 장기전, 정면돌파전의 대미강경 노선으로 선회했다며 핵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외부로부터의 안전은 담보되겠지만 경제난으로 인한 내부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이 대북제재, 자연재해, ‘코로나19’ 등 3중고를 겪는 가운데 최근의 위기가 분단 70년 이후 가장 큰 변곡점이 될 수 있다며 김정은의 10년 집권 플랜이 꼬여서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관심을 보인 것은 대단한 입장변화로 보인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전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의 회고록에 따르면 북한은 종전선언에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김여정 당 부부장이 담화에서 ‘흥미 있다’며 관심을 보인 것은 입장 변화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입장 변화 배경과 관련해 내년 남한의 대선정국에 개입해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평화공세의 시발점으로 평가했다.
전성훈 전 원장은 핵을 가진 북한이 결국 비군사적 위협으로부터 체제를 보호하기 위해선 미국과의 승부를 걸어야 한다며 한국은 하나의 부수적인 요인이고, 미국으로 가기 위한 디딤돌로 여긴다고 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는 굉장히 취약한 상황이며 2기 임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차기 정권은 공화당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아프칸 철수로 엄청난 파장이 일어나고 있다며 미국이 아프간의 수렁에서 빠져나왔다는 단기적 효과는 있어도 중장기적으로 문제점을 더 양산할 수밖에는 정책이라 과거 사이공 함락보다 더 외교적 치명상을 미국에 남긴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이 코로나 방역 대응 및 정치경쟁, 난민문제 등 모든 문제에서 분열되고 모든 이슈가 정치화 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앵글로색슨’ 동맹으로 평가 받는 오커스(미국·영국·호주)동맹은 프랑스 등 다른 동맹국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이 돌아왔다’는 외교정책은 레토릭에 불과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 외교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9개월 간 바이든 정부의 약점을 파악하고 미국의 대화제의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북한이 만나자고 하면 미국은 조건 없이 제의를 덥석 받을 것이라고 했다. 올 연말과 내년 초에 종전선언을 주제로 남북미가 협상에 마주 앉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북한이 주장해온 ‘하노이 딜’수준의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도 베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전 전 원장은 이어 북핵 문제는 비핵화 외교를 통해 해결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지난 30년 간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은 우리나라 보수·진보 정권의 공동책임이라며 미국 역시 공화·민주 정권 모두에서 실패한 사실을 솔직히 인정하고 정확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핵을 포기시키겠다는 ‘당근전략’과 제재와 압박으로 핵을 포기시키겠다는 ‘채찍전략’도 북한 비핵화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을 보유한 상황에서 핵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보다 어떻게 북핵으로부터 우리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비핵화 개념은 북한에 핵이 없을 때 만들어진 개념으로 북핵이 완성된 상황에서 개념 자체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 국민 10명 중 9명은 김정은이 핵을 포기할 것으로 믿지 않는다는 여론 조사 결과도 나왔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택해야 하는 건 북한이 아니라 한국과 미국이라고 그는 말했다. 미국은 대양 건너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북핵 위험으로부터 어느 정도 멀어져 있지만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한국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북핵에 대응하기 위해 우선 자체 핵무기 개발과 동맹인 미국의 핵을 들여다 대치시키는 두 가지 방안이 거론된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에 대해 우리 의지에 달린 문제라고 했다. 핵개발이 NPT(핵확산금지조약)위반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NPT규정에 가입국이 자국의 생존을 위해서는 탈퇴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다며 이 조항은 우리나라처럼 적대세력의 직접적인 핵위협을 받는 국가에 적용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2019년에 6차 핵실험 했는데, 수소폭탄이라며 한방만 대한민국에 떨어지면 6.25 전쟁 3년 동안 전사자, 부상자 숫자보다 더 많은 인명피해가 예상된다고 했다. 두 번째 방안은 미국 핵을 들여와 나토식 핵공유를 하자는 주장이라며 한반도에서 북핵에 대응하는데 전략핵보다 전술핵이 더 유용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