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10월 샌드 한반도 정세분석 세미나가 30일 서울 종로구 샌드연구소 회의실에서 ‘북한 대남정책 변화: 특성과 현재적 함의’를 주제로 열렸다. ‘10월 북한정세분석’ 발제를 맡은 이승현 샌드연구소 연구위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월 29일 제14기 5차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인민생활 안전향상, 방역대책 강화, 사회주의 문화발전 등 당8차대회가 제시한 목표 관철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김정은은 남조선은 도발을 억제해야 한다는 망상과 피해의식에서 벗어나고 통신선을 복원한다는 말과 함께 미국과 관련해 정세를 잘 연구해서, 대미전략 구상을 집행하는데 있어 만전을 가할 것을 강조했다. 김정은이 강조한 네가지 과제인 ‘핵보유’ ‘인민생활 안정’ ‘북미관계 개선’ ‘남북통일’의 방향성은 과거 김일성 시대의 전략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고인민회의에서 시·군발전법, 청년교양보장법, 인민경제계획법 등이 통과됐고, 김여정 당 부부장이 국무위원으로 임명됐다. 김여정이 실질적으로 공식적인 권력의 제도권으로 들어왔고, 향후 더 중심에서 정권을 유지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위원은 10월11일 노동당 창립 76주년 기념강연에서 김정은은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사업 심화, 당사업 개선 강화, 사상사업, 행정 경제사업과 관련된 부분을 집중 교육하면서 현재 상황에 있어서 외형적으로 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사상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021국방발전전람회’ 개막식에 참석해 “우리의 주적은 전쟁 자체이지 한미 등 특정국가나 세력이 아니며, 미국이 우리를 적대하지 않는다는 행동적 근거는 없다, 우리의 자위적 국방력은 계속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결국 이 말은 한국과 미국에 대해 대화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북한이 인식의 변화보다 북한 내 코로나 상황이 안 좋기 때문에 백신 확보 목적과 함께 자신들의 핵개발 등 군사력 증강을 합법화 하기 위한 명분 쌓기용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북중 관계와 관련해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공산당 정권 76주년 기념 축전을 발송하는 등 북중 간 우호 강화에 나섰다.
군사분야에선 9월말부터 10월 19일까지 극초음속 미사일, 미니 SLBM, 방공미사일 시험 발사를 진행했지만 김정은은 불참했다. 이는 한미에 대한 군사도발이나 위협이 아니라 지속적인 무기개발에 있어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북한은 또 10월 11일 ~ 22일 기간 3대혁명전시관에서 ‘자위2021’국방발전박람회를 개최했는데, 화성15형과 화성17형 ICBM, 각종 SLBM 등 최근 5년 간 개발한 북한의 최신무기들이 전시됐다. 이는 국방력 및 군수부문의 성과를 과시함으로서 종합적인 무력시위 효과와 함께 방산분야 외화벌이 목적의 의도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강대강 선대선을 기조로 다시 한 번 자위권을 주장했고, 제8차 당대회에서 얘기한 국방 전략목표의 최단기간 달성을 이룩했다.

경제분야에서 북한은 19년 만에 5000원권 돈표를 발행, 북한에서는 중앙은행의 지위를 유지하고 민족화폐 유지를 강화하기 위해 인민생활 향상을 목적으로 돈표를 발행했다고 언급하면서 중앙은행 담보, 현금, 임시통화, 지불 및 저축수단으로 이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제재와 코로나 봉쇄 속에서 북한 경제사정이 굉장히 안 좋고 물가가 인플레되면서 외화 보유량도 줄어드는 가운데 재정난을 타개할 목적으로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도 언급했지만 북한에선 가뭄과 홍수로 식량이 부족한 상태로 알려졌고, 제2의고난의행군이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올해 농사결속에 전체 역량을 동원하고, 중앙당에서도 군량미 확보를 위해 농촌에 파견하거나 군량미 미확보시 후방일꾼에 대해 군법처리 등 강도 높은 처벌을 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전선언과 남북관계’를 주제로 2부 발제를 맡은 이덕행 전 청와대 통일비서관은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우리 헌법에선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진 않지만 국제사회에선 남북은 2개의 국가로 인정되기 때문에 북한은 적이면서 동포라는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1989년에 만들어진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한반도에 두 개의 국가가 있다는 전제로 만들어진 것으로 과거 한반도에 존재했던 삼국시대, 후삼국시대의 사례처럼 분단된 국가가 오래 병존하고 지내다 통일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통일을 바라보고 설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의 헌법상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진 않지만 결국 두 개의 국가인 남과 북이 어떻게 평화를 지향하며 통일을 이루느냐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남북이 합의한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의 통일원칙 가운데 북한이 강조하는 자주의 개념은 외세개입 배제, 한미동맹 해체를 포함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과거 우리 정부는 북한이 미국과 만나려면 반드시 한국의 승인을 받도록 해 통미봉남을 경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핵 문제로 북미 간 직접 대화의 필요성이 제기된 가운데 현재는 우리정부가 적극 나서 북미대화를 권장하는 입장이 됐다고 했다.
종전선언에 대해 그동안 있던 남북 간의 전쟁을 실제로 종료하고 평화로 간다는 측면도 있지만 전쟁으로 인한 유산 처리 문제, 즉 전쟁의 책임과 피해 문제 등이 제기되기 때문에 고민이 필요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월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 제안을 했는데 종전선언의 개념을 보면 교전 당사국들이 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채택하는 공동성명이나 공동선언이라고 정의했다. 한마디로 국제법적 구속력이 없는 신사협정이 종전선언이라고 했다.
종전선언의 필요성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현재 한반도의 상황은 종전도 평화도 아닌 기술적으로는 정전상태이기 때문에 종전선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반대의견을 보면 이미 전쟁이 끝났는데 굳이 종전선언이 왜 필요하냐는 의견도 있다고 언급했다. 종전선언은 과거청산 문제 처리로 연결되기 때문에 6.25의 책임 문제, 이산가족, 전시 납북자 문제 등을 포함한 전후법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했다.
종전선언의 연혁을 보면 2006년 한미정상회담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이 처음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종전선언과 평화조약을 체결할 용의가 있다고 언급했고, 2007년 10.4 선언에서는 ‘남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논하기로 했다’고 밝힌바 있다. 11년이 지나 2018년 판문점 선언 3조에 ‘남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남북미 3자 혹은 남북미중 4자 회담을 적극 추구하기로 했다’고 명시했다.
이덕행 전 비서관은 “판문점 선언 서문에 보면 양 정상은 한반도에 더 이상의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천명할 것”이라는 문구가 있는데 사실 남북한 간에는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종전을 선언한 셈이 된다”며 “남북 간에는 이미 종전선언을 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은 일반적으로 종전선언에 긍정적이라며 조선신보 김지영 편집국장이 최근 2018년 싱가포르에서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새로운 ‘조미관계’(북미관계)를 종전선언에서 시작하겠다고 밝힌 것은 북한이 종전선언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 이후 담화에서 종전선언은 나쁘지 않다면서도 전제조건으로 ‘대북적대시 정책’, ‘불공평한 이중 기준’ 철회를 내세웠다. 북한의 주장에 대해 미국은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가 종전선언에 대한 논의는 열려 있지만, 순서와 조건,시기 등에서 차이가 있다고 밝히면서 비핵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천명한 것은 결론적으로 보면 현재로서는 종전선언을 할 시기는 아니라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입장도 중요한 변수로 고려되고 있다. 9월 22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이 한반도 문제의 중요한 나라이며 정전협정을 체결한 당사자로서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우리 정부 입장에선 중국을 제외한 3자협상이 유리하지만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오니 난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종전선언에 대해 언제든 취소되는 성격을 갖는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어기면 종전선언을 취소하고 제재를 강화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그는 종전선언의 정치적 성격에 대해 휴전선(MDL, DMZ) 관련 법 개정 문제, 유엔사의 지위 문제, 한미상호방위조약, 북중조약,북일관계,냉전체제 규약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된다고 했다.
아울러 종전선언에는 2018년 '9.19 공동성명'보다 진전되고 포괄적인 남북한의 무력충돌을 막을 수 있는 신뢰 조건 형성 및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과 로드맵 제시, 평화체제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지, 국군포로, 납북자, 이산가족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의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정부의 종전선언 방안은 비핵화, 북미대화, 남북대화 재개의 모멘텀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검토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종전선언을 위한 구체적 전제조건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