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남북관계가 언론의 주요 화두가 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남북관계 개선이란 표현은 지난해 신년사에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3회나 언급했다. 북한이 지난해 말 “전쟁은 광고를 내지 않는다” 며 대남협박 통지문을 국가안보실에 보낸 것과는 큰 차이가 나는 유화적 자세이다. 통치 3년차를 맞이한 김정은 체제가 집권 2년차에 들어선 박근혜 정부와 국면전환을 희망하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했지만, 북한이 이를 거부하면서 남북관계는 여전히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다만 북한은 “남측에서 다른 일이 벌어지는 것이 없고, 우리의 제안도 다 같이 협의할 의사가 있다면 좋은 계절에 마주 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열어뒀다. 북측은 남측이 다음 달로 예정된 키리졸브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취소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금강산 관광 재개 협상에 응하면 이산가족 상봉에도 응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관련 남북 간 일정이 협의되고 금강산 관광을 구체적으로 북측이 제의해 오면 이도 다시 논의할 수 있다”는 원칙적이면서도 다소 탄력적인 입장을 지시했다.
결과적으로 남북이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관광을 둘러싸고 상대방에 제안과 역제안으로 탐색전을 전개하고 있다. 양측이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씨름의 삽바를 잡는 과정에서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하고 있다. 우선 북한의 전략은 장성택 처형이후 평양의 권부 민심을 안정시켜야 하고 경제적인 측면에서 남쪽의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의도로 추정된다. 현재 북한의 식량문제는 자체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고 외부에서 식량이 직접 지원되거나 비료·농약 등이 들어가야 해결된다. 또한 지난 2008년 박왕자 씨 사망 이후 중단된 금강산 관광의 재개를 통해 현금 수익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반면 남측도 박근혜 정부 2년차를 맞이하여 본격적으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하고 있다.
이제 양측의 기선 잡기 싸움이 생산적인 남북관계로 전환되기 위한 접점을 찾아야 한다. 우선 김정은 제1비서가 언급한 남북관계 개선이 이루어지려면 북한의 진정성 있는 행동과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북한은 매년 신년사와 각종 주장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했지만 수사에 그치기 일쑤였다. 지난해 만에도 신년사에서 남북대결 상태 해소를 언급했지만 곧이어 2월에 3차 핵실험으로 감행하고 4월에는 개성공단을 폐쇄하여 한반도를 긴장으로 몰아간 전력이 재발되어선 안된다. 이제 상호 윈윈의 남북관계 로드맵이 추진되어야 한다. 1단계로 북한의 협력적인 자세는 우선 2월 고령화로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는 이산가족 상봉으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동시에 금강산 재개 실무회담을 진행한다. 관광 재개를 위해 진상 규명과 신변안전 문제가 충분히 논의되어야 한다. 2단계로 3월에는 북측이 희망하는 금강산 관광을 재개한다. 4월중에 2차 이산가족 상봉을 실시하면서 남측은 인도적인 지원을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협의 과정에서 양측 간에 신뢰가 구축되어야 한다. 작은 신뢰의 축적을 통해 한반도에 화해와 협력의 훈풍이 불어야 한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이다’ 라는 화두를 통해서 통일에 대한 논의가 고조되고 있다. 각 언론에서는 통일에 대한 비용과 편익 분석을 통해 통일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독일 통일은 준비되지 않은 통일은 재앙이라는 교훈을 주었다. 준비된 통일은 재정적인 측면에서 통일기금을 마련하는 동시에 남북한이 단계적인 통합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통합은 교류와 협력 과정을 수반해야 한다. 교류와 협력 과정을 통해 주민 간에 문화적 동질성을 회복하고 경제적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특히 비핵화는 통일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남북한은 민족인 동시에 전쟁을 경험한 상대다. 이제 남북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상생의 구도를 형성해야 한다. 최근 동북아의 국제관계는 영토분쟁 및 과거사 문제 등으로 격량 속으로 빠져가고 있다. 남북관계는 어느 일방의 이득이 타방의 손실로 이어지는 제로섬(zero-sum) 게임이 되어서는 안된다. 양측의 상생을 통해 우리의 목소리를 강화해야 한다. 그래서 한반도의 운명은 우리가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 [고대시론-남성욱 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