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통일비전연구회 연구실장
북한은 지난 7월 28일 자정 무렵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4형”의 2차시험발사를 기습적으로 감행했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1차(8000Km 추정)에 비해 사거리가 대략 3000Km 정도 늘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대기권 재진입기술까지 손에 넣었다면 미국 본토에 대한 핵공격이 가능함을 시사한다.
북한은 화성-14형의 1차시험발사 직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대성공”이라고 자평하며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2차 시험발사를 강행한 의도는 무엇인가? 1차 시험발사 후 한미일은 평가에서 차이를 보이기는 했으나 북한의 ICBM이 미국본토를 공격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공통적인 결론을 내렸다. 그 이유는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의 미비와 그로 인한 말기유도기술 부재, 낮은 재진입 속도, 불충분한 사거리였다.
북한은 자신들의 ICBM 능력이 평가절하되자 이를 만회할 목적으로 2차 시험발사를 서둘러 감행한 것이다. 이번 발사가 자정 시간대(23시 41분~0시 29분)에 최대 사거리 고각발사 조건에서 진행된 것이 이를 말해준다. 주간과 달리 야간 발사는 미사일의 궤적을 추적하는 감시자로 하여금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을 육안으로 확인하는 것을 가능케 한다. 실제로 일본에서 북한의 ICBM 재진입체로 추정되는 섬광이 영상으로 촬영되기도 했다.
북한은 1차 시험 이후 한미에 의해 부정된 대기권 재진입 기술의 보유를 확실히 보여줄 목적이었던 것이다. 또한 1차때보다 900Km 정도 더 높은 고도에 도달함으로써 재진입 속도를 높임과 동시에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충분한 사거리를 보여주려고 의도했다. 1차때보다 더 높은 고도, 그에 따른 더 가혹한 재진입 환경 속에서 탄두가 목표지점을 타격했다면 북한의 ICBM이 미국본토를 타격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북한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종합적인 작전 능력을 입증해 보였다. 미사일 발사에 적합하지 않은 습도가 높은 장마철의 자정시간대에 발사함으로써 전천후 작전능력을 보여주고 북중국경에서 50Km 이내에 위치한 자강도 무평리를 발사 장소로 선택하여 한미의 군사적 응징 의지를 꺾으려 했다. 이 일대는 유사시 미군이 중국과의 무력충돌을 우려하여 작전 활동을 제한한 지역에 해당한다.
또한 평안북도 구성일대와 함경남도 신포일대에서 이상징후를 노출하고 엉뚱한 곳에서 발사하는 성동격서 전술을 구사하며 한미일의 감시 능력과 대처능력을 시험하기도 했다. 종합적으로 결론을 내린다면 북한은 “화성-14형”이 당장 실전배치가 가능한 완성된 미사일 시스템임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북한이 이토록 애를 쓰며 ICBM에 의한 미국본토 타격능력을 과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을 경제적, 군사적 옵션으로도 컨트롤 할 수 없음을 인식시킴으로써 협상 테이블로 유도하려는 것이다.
북한이 정전협정 당사국인 미국을 상대로 얻어내고자 하는 것은 당연히 평화협정과 주한미군 철수이다. 북한은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최근 우리정부의 거듭되는 대화 제의도 무시하고 미국을 상대로 한 고강도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우리 정부가 내민 손을 잡는다면 미국의 경제제재에 대한 취약성을 스스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번 시험발사를 계기로 일각에서는 북한의 ICBM이 동북아의 안보 구도를 흔들 “게임체인저”가 될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한 북핵, 미사일 문제와 관련한 다양한 북미, 미중간의 협상 시나리오에 이어 전쟁 설까지 나오고 있어 “코리아패싱”이 우려되고 있다. 그만큼 북한의 ICBM 위협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북한은 최첨단 기술의 종합체라 불리는 ICBM을 손에 넣을 수 있었을까? 북한의 미사일 개발은 그 역사가 상당히 오래됐고 그에 걸맞는 대규모의 연구인력과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김일성은 1963년에 오로지 미사일 개발을 목적으로 한 국방대학을 설립하고 학생 제복의 디자인과 학교생활 준칙에 이르기까지 특별한 관심을 돌려왔다. 1990년대 김정일은 연구인력의 질적 향상을 위해 국방대학에 최고의 인재들 만을 선발하는 특별한 입학제도를 도입하고 집중적인 투자를 제공했다. 김정은은 한발 더 나아가 2015년에 국방대학을 국방종합대학으로 승격시키고 ‘세계적인 대학, 대학 위의 대학’으로 만들라고 지시 하기도 했다. 이렇게 키워낸 연구인력만 수 만명을 초과한다.
조선중앙통신에 공개된 “화성-14형” 성공 자축 공연에 참여한 국방종합대학의 교수들과 연구자들의 규모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처럼 3대를 내려오면서 축적된 막강한 연구인력과 기술력이 북한 정권의 손에 ICBM을 쥐어준 것이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에서 핵심인 탄소복합소재와 관련하여 한마디 덧붙인다면 필자가 2005년 북한에서 탄소섬유복합소재의 시제품을 목격하기도 한 것이다.
그때로부터 10년 넘게 흘렀다. 그럴 진데 일각에서 말하는 것처럼 “북한은 탄소복합소재를 생산할 인프라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대기권 재진입에 성공했다는 북한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북한은 절대로 화성-14형에서 멈출 정권이 아니다.
북한의 ICBM 기술은 지난 3월 18일 고출력 액체연료 엔진(100tf: 1tf는 1t의 물체를 들어올리는 힘)의 지상연소 시험을 계기로 크게 한단계 성장했다. 그래서 그들이 이 시험을 소위 “3.18 혁명”이라고 떠들어댄 것이다. 북한은 계속해서 고체연료엔진 기반의 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다탄두 ICBM 등을 개발해 낼 것이고 곧 관련 기사들이 우리 사회의 모든 중요한 이슈들을 삼켜버리게 될 것이다. 이 모든 미사일들이 기본적인 기술을 “화성-14형”과 공유하기 때문이다.
화성-14형의 성공으로도 “코리아패싱”과 “전쟁설”이 나오는 판인데 저런 것들이 완성되면 어떻겠는가? 이런 점에서 북핵 위험을 제어하기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북한은 분명 핵실험도 병행할 것이다. 지난해 4차 핵실험(수소폭탄) 또한 그들의 핵기술이 한단계 성장하는 계기였다. 북한이 더 나아가 중성자탄까지 만들어 전술핵무기까지 보유하는 날은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이를 방치한다면 지금 우려하고 있는 코리아패싱은 더 이상의 우려가 아니라 현실이 될 것이다.
이 같은 위험천만한 도박을 통해 북한이 그토록 얻고자 하는 평화협정과 주한미군 철수는 무엇 때문이겠는가? 남북간의 체제경쟁에서 완패한 북한이 체제의 안정을 도모하는 유일한 방법은 남한을 군사적으로 짓누르는 것 밖에 없다. 바로 인접하여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는 동족의 나라 대한민국은 북한정권의 생존에 있어서 가장 치명적인 위험일 수 밖에 없다.
김정은은 올해 집권 5년차를 맞고 있으며 나이는 기껏해야 30대 중반이다. 체제의 생존은 그의 목숨과 직결된다. 그에게는 아마도 40~50년이 지난 후에도 정권을 안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확실한 담보가 필요할 것이다. 북한은 핵과 ICBM이 그 담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같은 셈법이 바뀌기 전에는 절대로 핵과 ICBM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핵과 ICBM 보유는 기정사실화 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의 최근 평가는 북한이 ICBM급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핵무기를 개발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한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의 근원은 핵과 ICBM을 축으로 한 비대칭 전력에서 나온다. 따라서 지속적인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전술핵 재배치나 자체적 핵보유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본다. 이미 북한의 핵개발로 인해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무효화 된 것이나 다름없다.
비대칭에서 대칭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북한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없고 제대로 된 대화 또한 성립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지금의 위기 관리를 위해서는 가용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에게는 북한을 컨트롤 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있다. 눈앞의 작은 위험을 우려하여 우리의 장점을 활용하지 못하고 손발을 스스로 옭아맨다면, 눈에 보이는 일시적인 성과만을 추구하는 패턴을 지속한다면, 오늘의 위험은 내일의 재앙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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