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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정세

남북관계와 북한정세를 심층 분석합니다.
북한의 공간문헌과 정보를 분석하여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정책방안을 제안합니다.

“평양 과자 맛이 그만하면 괜찮네. 서울의 백화점에 내놓고 팔아도 되겠다” 지난 7월 9일 남북 통일농구 취재차 평양을 방문했던 인사들이 사온 평양 과자와 사탕을 먹어 본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북한 출신이 먹어봐도 맛이 괜찮아 보였다. 과거 벽돌처럼 단단하다고 해서 ‘벽돌과자’, 송팔사탕(출발역인 송신에서 버스를 타면서 입에 넣은 사탕이 너무 딱딱해 종점인 팔골에 도착할까지 녹지 않는다는 의미)으로 불리던 맛이 아니었다. 포장도 한국 과자나 사탕에 비해 떨어진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았다.

최근 북한 식료품과 생필품의 수준이 과거에 비해 높아지고 중국 제품 일색이던 북한 시장에서 북한산 제품들이 자리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관계자들은 남북 통일농구 취재차 방문한 남측 취재진에 “북한제품의 질이 좋아졌아져 식료품은 물론이고 소비제품에서 중국산을 완전히 밀어냈다”고 자랑했다. 특히 아이들을 키우는 집에서는 중국산 식재료를 쓴 음식을 먹지 않고, 물건을 쓰지 않는다는 얘기도 했다고 한다. 조선족 대북무역사업가 이승규씨는 “중국인들이 많은 나선시 장마당에도 북한산 식료품이 많이 늘었다”고 했다.

북한 식품이 유통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게 된 것은 북한이 주민들의 생활과 연결되는 경공업의 국산화에 역점을 두고 추진한 결과다. 북한은 김정은의 경공업 제품 국산화 방침에 따라 국산화를 추진하면서 중점기업을 선정하고 경영자율권을 대폭 허용했다. 여기에 전기와 원자재를 우선 공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과 함흥·원산·청진 등 대도시에 밀집한 중점기업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생산정상화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부유한 돈주들도 국산화 사업에 참여했다고 한다.

이밖에도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업종합대학 등 대학들도 산학협동 방식으로 설비 국산화를 위한 기술개발을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북한은 식료품·담배·화장품·의류 생산설비의 국산화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 국산원료를 사용한 식용유·초콜렛·과자·막걸리·사탕·과자·라면·고추장 등 수백가지의 식료품과 신발·양말·의류제품·장난감 등 생필품이 대량 생산·유통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선흥식료공장·평양어린이식료품공장·평양류원신발공장·평양화장품공장 등은 북한이 선전하는 국산화에 성공한 대표기업들이다. 이번에 기자단이 가져온 과자도 북한의 대표적인 식료품 생산지인 평양 선흥식료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이다.

이 공장은 지난 2015년 최우수 제품에 수여되는 품질메달을 5개나 취득했다고 한다. 북한이 국산화에서 성과를 거둔 것은 북한 전역에 확산된 수백개의 장마당을 통한 유통구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대북소식통은 “시장에서 국영기업이 만든 제품과 개인이 만든 제품이 경쟁하면서 전반적인 국산품의 질이 높아졌다”며 “북한산 제품들이 자리를 차지하면서 중국 돈에 밀려 휴지 취급을 받던 북한 화폐 사용량도 증가했다”고 했다.

북한이 최근 국산화에서 성과를 거둔 대표적 제품을 꼽으라면 화장품을 들 수 있다. 북한의 대표적인 화장품은 신의주화장품공장에서 생산되는 ‘봄향기’와 평양화장품공장에서 생산되는 ‘은하수’다. 김정은은 지난 2일 신의주화장품공장을 찾아 ‘봄향기’ 제품을 칭찬하고 공장직원들에게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봄향기’화장품은 북한시자에서 한 세트에 70달러(약 8만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주민의 월급 3000원에 비하면 비싸다.

이런 비싼 가격 탓에 ‘짝퉁’ 제품이 주민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대북소식통은 “요즘 신의주의 개인상인들이 봄향기 제품을 그대로 베껴 집에서 제조한 후 시장에 내다팔고 있다”며 “북한 여성들은 이 제품이 짝퉁인줄 알지만, 품질 차이가 거의 없어 거리낌 없이 구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봄향기’와 같은 고급화장품을 사용하는 계층은 돈주들이다. 현재 북한에는 미화 5만달러 이상 보유하고 있는 돈주(붉은 자본가)들은 상업·금융 등 모든 경제영역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최근 자국 화장품 브랜드로 해외시장에서 외화벌이를 하겠다는 목적으로 화장품 생산에 공을 들이고 있다. 김정은이 직접 랑콤과 샤넬·시세이도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를 언급하면서 북한 화장품의 품질향상을 강조하기도 했다.

2015년 2월 평양화장품공장을 찾은 김정은은 “외국산 마스카라는 물에 들어가도 유지되는데 우리 제품은 하품만 해도 너구리 눈이 된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세계적으로 이름난 제품(화장품)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도록 투쟁하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중국 언론은 최근 ‘봄향기’ 화장품이 중국 관광객 사이에서도 인기라고 보도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에서 10여 개 상점이 ‘봄향기’ 화장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글로벌타임스는 “봄향기는 가장 비싼 제품도 500위안(약 8만원)으로 중국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인삼 성분이 포함돼 노화 방지 효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신의주화장품공장은 ‘봄향기’ 상표를 내세워 스킨·로션은 물론 안티에이징 제품과 향수·립스틱 등으로 품목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개성 고려인삼 성분의 자외선 차단 기능 제품과 미백·주름 개선을 내세운 분 크림을 내세워 해외판매를 독려하고 있다. 이밖에도 한국과 서방 국가에서 통용되는 ‘BB(blemish balm)’란 명칭을 그대로 사용한 화장품 브랜드를 출시하는 등 해외판매 전략을 촉진하고 있다. 북한에서 화장품이 인기제품으로 자리잡은 것은 시장화가 확산되면서 여성들이 화장에 대한 인식이 변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한류(韓流)확산이 북한 여성들의 화장품 소비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성공한 국산제품 가운데 생수도 있다. 북한은 평안남도 강서, 직동, 천성, 금천리 등 지역에 생수공장을 세우고 대량 생산·유통 하고 있다. 또 김정은이 최근 생수 공장 건설과 증설을 지시하면서 북한 전역에서 생수공장을 새로 짓거나 생수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사업이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현재 평양시에서는 생산능력이 큰 대성산샘물공장 건설이 한창이고, 자강도와 함경북도 경원군 등에서도 생수공장을 짓고 있다.

북한에서 생수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깨끗한 물과 위생시설이 부족한 것도 있지만 시장화가 활성화 되면서 정제된 생수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생수를 사 먹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에서 생수 가격은 1리터 당 북한 돈 2000원에 달해 노동당 간부나 돈주 정도 돼야 사 마실 수 있다. 생수병을 들고 다니는 것이 부의 상징으로 통할 정도라고 한다. 이 때문에 일반 주민들은 공장에서 만든 생수 대신 개인이 만든 저렴한 ‘짝퉁’ 생수를 사 먹는다고 한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은 식료품과 생필품에 이어 가전제품과 IT 제품 국산화에도 도전하고 있다.

스마트폰 도입 초기에 북한은 중국 화웨이 제품에 ‘조선’, ‘평양’이라는 상표를 부착해 판매했다. 그러나 지난 2013년 자체 생산한 ‘아리랑’을 선보였고 이후 ‘평양터치’도 개발했다. 2016년에는 ‘진달래3’ 모델을 출시했다. 북한의 대외선전매체인 ‘조선의 오늘’은 ‘진달래3’의 국산화를 실현하기 위한 연구사업을 통해 외형과 구조설계, 핵심요소인 주기판의 장치회로설계, 조작체계 프로그램 설계 등 지능형 손전화기 개발의 모든 요소들을 자신들 방식으로 해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진달래3’이 완전하게 북한 기술로 만들었다고 볼 수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북한이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포함해 스마트폰 생산에 필요한 관련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만경대기술정보사에서 생산한 스마트폰인 ‘진달래3’는 외형이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을 모방했다. 실제로 북한은 중국에서 스마트폰을 포함해 휴대폰을 대량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까지 북한의 중국산 손전화 수입액은 약 5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무려 100%나 증가했다. 대북소식통은 “북한이 스마트폰을 독자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부품을 중국에서 공급받아 조립하고 북한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장착한다”고 했다.

또 다른 북한전문가는 북한 스마트폰 ‘아리랑’을 입수해 분해해 본 결과, 중국산 스마트폰을 그대로 들여다 프로그램만 바꾼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이밖에도 북한산 스마트폰은 통화품질이 좋지 않고 고장이 잦아 주민들이 외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기관 출신 탈북민 A씨는 “아리랑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 고장이 잦고 문제가 많아 팔리지 않게 되자 북한당국이 강제로 무역일꾼들에게 판매했다”고 했다. 북한은 평면(LCD) TV 의 국산화도 실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산 평면 TV는 시장에서 주민들의 외면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소식통은 “평면TV 경우 중국산은 중고품이라도 잘 팔리지만 북한산은 신제품이라도 팔리지 않는다”고 했다. ‘하이얼’, ‘창홍’과 같은 중국산 중고 TV는 3000위안, 신제품은 1만 위안의 고가에도 잘 팔리지만 같은 가격의 북한제품은 신제품이라도 구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당국은 평양 아리랑전자회사에서 만드는 ‘철령’과 ‘금강산’ TV가 시장에서 외면 받게 되자 행사선물로 나눠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북한은 평양 통일거리에 위치한 푸른하늘 전자회사에서 국산컴퓨터를 생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에 따르면 김일성종합대학·김책공업종합대학·리과대학 등을 졸업한 20대의 연구원들이 일체식·휴대형·탁상형 컴퓨터들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일체식 컴퓨터와 건반분리식 휴대용 컴퓨터는 전국의 수많은 기관과 기업으로부터 주문이 계속해 밀려들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평양출신의 탈북민 B씨는 “아직은 중국에서 부품을 들여다 조립하는 수준”이라며 “컴퓨터도 북한산 보다 중국제나 한국제품을 더 많이 찾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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