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중 박사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
북한은 은하 3호 장거리 로켓 발사를 준비 중이다. 국제사회의 강경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러하다.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북한 정권 생존 전략에서 핵심 수단은 핵무기와 미사일을 포함한 대량살상무기 능력과시와 이를 기반으로 한 외교정책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북한 정권 다시 말해 김정은 정권의 생존전략을 알아보고, 그 생존전략에서 대량살상무기 개발이 갖는 의미를 살펴본다.
북한 정권의 생존 전략
먼저 북한이 추진해오던 그리고 추진하고 있는 생존 전략을 보자. 그 최대 목표치는 5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 핵무기 및 미사일 능력을 확장하고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가로 인정하게 한다.
둘째, 핵무기 보유 국가의 입장에서 미국과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고 관계를 정상화한다.
셋째, 남북관계는 한국이 북한정권을 정치적,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수직적 관계로 형성한다.
넷째, 내부 경제 생산성을 증가시키는 개혁 조치를 가능한 억제하는 가운데 다양한 외화벌이 사업(광물수출, 원조유입 등)을 추진하여 정권 유지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한다.
다섯째, 공안기구를 다방면으로 강화하며, 충성집단에 특혜를 안정적으로 보장함으로써 국내정치 안정을 이룩하고 세습권력을 정착시킨다.
대량살상무기 외교의 의미와 원조 유입
이와 같은 김정은 정권의 생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의 첫째 항목 즉 대량살상무기 능력 과시를 활용한 외교이다. 이것의 성패에 따라 다른 4가지 목표 달성여부의 난이도가 결정된다.북한은 대량살상무기를 활용한 외교를 통해 미국과 직거래하여 정권생존에 유리한 새로운 동북아질서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미국과의 직거래에서 북한이 달성하려고 하는 실질적 핵심 사항은 두 가지이다.
첫째, 한국을 북한의 정치적 경제적 하위 파트너로 만드는 것, 둘째, 정권 생존에 충분한 외부 원조를 획득하는 것이다.현실적으로 대북한 외부 원조의 최대 공급자는 한국이 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북한이 한국을 하위파트너로 만들면 보다 좋은 조건에서 한국으로부터 대량원조를 수취할 수 있다.
이렇게 해야 북한정권은 내부경제 불모 상태가 지속하더라도 공안통치를 유지하고 충성집단을 포상하는데 충분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면 북한은 내부 변화를 최소화하면서 정권의 영구적 생존 보장을 획득할 수 있다.북한이 대량살상무기 외교를 통해 궁극적으로 외부원조 수취에 사활적 관심을 갖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즉 북한 정권의 경우 정권유지 재정이 국내경제를 통해서 충분히 조달되지 않는다. 따라서 정권 재정조달에서 추가적으로 외래 수입원을 확보해야 한다. 대량살상무기 외교가 그 수입원을 만들어내는 핵심 수단 중의 하나이다.
이를 보다 자세히 살펴보자. 북한 정권 생존의 핵심은 정권 재정 조달이 성공적인가 아닌가의 여부이다. 다시 말해 국민경제는 망해도 정권 재정 조달이 성공적이면, 정권은 지속적으로 번영 생존할 수 있다.주민의 아사상태가 영속화하더라도 충성계층 매수 자금, 공안기구 확충 재정, 대량살상무기 개발 자금이 안정적으로 조달된다면, 정권은 영속할 수 있다.
여기서 문제는 이와 같은 정권 유지 재정이 국내 경제 생산성 증대와 조세 증대에 의해 조달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외래지대의 지속적 유입과 내부 강탈이라는 두 가지 요소에 의존한다는 것이다.여기서 외래지대란 대외원조, 광물수출, 폐쇄특구 운영, 노동력 수출, 관광진흥 등과 같이 국내경제의 생산성 증가 조치(즉 대내개혁)를 취하지 않고 벌어들이는 수입을 의미한다.
내부강탈이란, 합법적 조세 수입이 아니라 말 그대로 주민의 재부를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강탈하는 것이다.
최근 사례로 2009년 11월 화폐교환조치, 외화몰수, 화폐발행을 급증하여 고도 인플레 유발, 그리고 군량미나 수도미(평양공급용 쌀)를 강제로 과다 징발 등이 있었다. 그런데 내부 강탈은 화폐개혁 또는 군량미 과다 강탈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내부 정치적 위험을 너무 키울 수 있다. 따라서 북한정권은 이를 가급적 회피하고자 한다.
그렇지만 내부 강탈은 외래지대 유입이 충분하지 않을 때 또 다시 시도될 수밖에 없다. 지난 5년간 북한의 정치와 경제를 이해하는 핵심 중의 하나는 외래지대유입이 현저하게 감소함에 따라 (광물 수출 등 원조유입 이외의) 외래지대 확충 활동이 현저히 강화되었으며, 화폐교환, 외화몰수, 군량미 징발과 같은 내부 강탈 수준이 현저히 강화되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권 유지 재정 확보가 국내경제 징수를 통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북한정권이 유지되자면, 끊임없이 외부원조수취를 통해 정권 재정을 보강해야 한다. 자발적 유입이 부족하면 강탈 외교를 펼쳐야 한다. 이는 정권 유지 재정확보에서 내부 조세 수취가 불충분하면 내부 강탈에 호소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원조 강탈 외교가 성공해야 보다 위험스러운 내부 강탈 강화를 회피할 수 있다.
원조 강탈과 관련해서는 첫째, 유입량을 얼마나 증가시킬 수 있는가, 둘째, 유입시 거래조건을 얼마나 유리하게 맺을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이 두 문제와 관련하여 북한정권이 가지고 있는 지렛대는 대량살상무기 능력 과시이다. 물론 대량살상무기 외교를 통해 수확할 수 있는 직접적 원조의 양은 많지 않다.
그러나 대량살상무기 외교의 성패는 북한이 주변국과 다른 분야에서 추진하는 여러 정치적 흥정의 거래조건을 유리하게 또는 불리하게 형성하는데 결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다시 말해 대량살상무기 외교의 성패가 다른 거래의 성패를 지배하는 핵심 요소이다. 대량살상무기 능력 과시는 북한이 대외관계를 형성하는 핵심 지렛대이자, 또한 전체 남북관계의 거래조건을 결정하는 막후 배경을 형성한다.
이와 같은 생존전략을 추진함에 있어 북한이 주변국에 대해 대체로 판정승을 거둘수록 김정은 정권은 중장기적으로 안정 또는 번성할 것이다. 대체로 판정패를 당할수록, 김정은 정권의 내부 위기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주지하다시피, 김정은 정권은 내부적으로 정권 생존과 관련하여 여러 강점과 취약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대량살상무기 외교를 핵심으로 하는 전체 정권 생존 게임에서 얼마나 성공하는가 또는 패착하는가에 따라, 김정은 정권이 내부 취약점을 얼마나 약화시키고 강점을 얼마나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인가가 결정될 것이다.
향후 전망
결론적으로, 북한이 은하 3호를 시험하는 의도는 2013년 이후 새로이 시작될 수 있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 관한 국제적 협상에서 ‘힘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이다. 북한당국이 대량살상무기 외교에서 보다 유리한 판정승을 거둘수록, 이를 바탕으로 북한은 남북관계 형성과 관련하여 한국과의 거래조건을 유리하게 형성할 수 있다.
그러할수록 북한정권은 내부의 여러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데 보다 충분한 역량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 반대도 성립한다.
앞으로 5년 동안에도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능력 확대 정책과 그 정치적 활용의도는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지속적으로 핵무기 및 미사일 능력 확장의도를 견지할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한 외교를 추진할 것이다.
이러한 전략 추진에서 북한에게 사활적인 것은 핵무기 및 미사일 능력을 과시하여 주변국이 북한을 핵 보유국 및 장거리 탄도미사일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것이다.이렇게 되면 북한은 주변국과의 관련 협상 어젠다를 장악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실력과시가 충분하지 못하면 국제사회의 역풍에 굴복해야 할 위험도 있다.
(출처: 통일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