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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정세

남북관계와 북한정세를 심층 분석합니다.
북한의 공간문헌과 정보를 분석하여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정책방안을 제안합니다.

[북한 주민들과 통화]

"도와주던 張 숙청… 김정은은 무서운 독재자" "張 비판하겠다고 손든 간부들, 애 앞에서 노망을 한 것"

"숙청 과정 반복될수록 민심 나빠져 혼란 부를 수도" "충성 다했지만 돌아온건 칼날… 장성택 세력이 반격할 수도"

장성택 숙청 소식을 지켜본 북한 주민들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10일 중국에 나온 북한 주민 및 북·중 접경 지역의 일부 현지 주민과 전화 통화를 했다. 뉴스로 사건 소식을 들은 북한 주민들은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신의주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이날 전화 통화에서 "(8일) 전기가 들어오고 오후 3시부터 TV 시청을 하라는 지시가 있어 장성택 숙청 보도를 봤다"고 했다. 북측이 장성택 숙청 사실을 일반 주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TV 시청을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 주민은 "엄청난 비리를 저지른 것은 김가네 집안인데 장성택이 혼자 억울하게 뒤집어쓴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나라 경제가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김정은이 마식령 스키장처럼 되지도 않을 건설판만 벌여 돈을 탕진한 결과인데 장성택을 숙청해 책임을 전가했다"고 했다.

중국 훈춘에 나와 있는 무역일꾼은 "과거 김일성 김정일도 당의 주도로 진행된 3차 7개년계획 실패 책임을 총리에게 떠넘겼다"며 "김정은이 선대의 숙청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한다"고 했다.

단둥에 나와 있는 북한 고위 무역일꾼도 전화 통화에서 "작년 '6·28 조치(기업소별 독립채산제 도입 및 인센티브 지급)'와 올해 '13개 경제개발특구 개발' 등 장성택이 내놓은 경제개혁정책에 대해 공화국(북한) 내에서는 자본주의를 끌어들이려는 고르바초프식 수정주의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당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었다"며 "장성택이 이 과정에서 불가능한 외자 유치를 맡아 김정은에게 당한 것"이라고 했다.

중국에 친척을 방문하러 나온 평양 주민은 "평양 사람들 사이에서는 장성택이 돈과 여자를 밝힌다는 부정적 인식은 있지만 그래도 김정은을 뒤에서 많이 도와준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며 "갑자기 숙청했다는 보도를 보면서 (김정은이) 의리 없는 무서운 독재자라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이 주민은 "(회의에서) 박봉주 총리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기름쥐(어디든 잘 빠져나간다는 의미)라고 느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주석단에는 오르지 못하고 단상 아래서 장성택을 비판하겠다고 손을 든 김영춘 당 부장과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부의장의 모습을 보며 "팔십 먹은 것들이 애 앞에서 노망을 한다"고 비난했다.

함경북도 회령 주민은 "처음에는 보도를 보고 우리가 못사는 것이 저런 종파분자(장성택)들 때문이라는 생각에 화가 났지만 솔직히 고위직에 있는 북한 간부들치고 부정부패를 하지 않는 놈이 몇이나 있겠느냐"며 "장성택만 재수 없게 걸려 안됐다"고 했다.

한국에 있는 형님을 만나기 위해 북·중 국경 지역에 나온 함흥 주민은 "김정일이 우리나라를 마약공화국으로 만들었는데 장성택이 마약을 했다고 처벌하는 것을 보면 김정은은 아비(김정일)를 능가한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숙청이 진행되고 통제가 강화되면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게 되고 내년에는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할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장성택 숙청에 따른 역효과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 고위 탈북자는 "김정은의 대담성이 간부들에게 공포 효과를 주겠지만 지금까지 김정은을 보좌하고 충성을 다한 장성택을 한칼에 숙청함으로써 충신도 순간에 날아간다는 인식을 심어주어 내부 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1990년대 김달현 부총리가 개혁개방을 주장했다가 당 중앙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주석단에 올라 비판을 받은 뒤 장성택처럼 끌려 내려가 지방으로 좌천됐지만 현장 장면을 공개하지는 않았다"며 "이번에 장성택 체포를 공개한 것은 워낙 그 세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납득할 만한 근거를 제시하려는 목적에서였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은 잠잠하지만 장성택 세력의 반격이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김정은이 장성택을 너무 일찍 쳐내 혼란을 자초한 셈이라며 이런 숙청 과정이 반복될수록 간부들의 마음은 김정은을 떠나고 민심은 악화될 뿐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김명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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