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평양체육관에서 진행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2주기 추모대회에서 김정은의 오른쪽 옆에 앉아 확실한 2인자 위상을 과시한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은 이른바 '빨치산 혈통'이다. 김일성과 빨치산 활동을 했던 사람들의 피를 이어받았다는 뜻이다. 북에서 빨치산 혈통은 특별 대우를 받는다.
최룡해는 김일성 전 주석과 빨치산 활동을 함께한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로 그의 모친 김철호도 빨치산에서 김일성, 김정숙과 함께 싸운 전우들이다. 김정숙은 김일성 전 주석의 부인이며 김정일의 생모로 북한에서 '백두산여장군'으로 숭배되는 인물이다. 최룡해는 어릴 때 김정일을 형님이라 부르며 인간적으로 친하게 지낸 덕에 출세 가도를 달렸다.
1989년 평양에서 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김일성·김정일의 신임을 얻었고 북한이 내외우환을 겪던 90년 초·중반에는 800만 청년들을 김정일을 위한 총폭탄이 되겠다는 호전적 구호를 만들어 충성 맹세를 했다. 한때 비리로 좌천됐다가 2003년 재기했다. 2010년 당중앙위 비서, 인민군대장, 정치국위원으로 승진했고 2012년에 군 총정치국장으로 급부상했다.
이날 추모식에는 최근 사망한 김국태 전 당검열위원장의 유족도 참석했다. 김국태는 빨치산 출신으로 북한 초대 산업상을 지낸 김책의 아들이다. 김책은 빨치산 시절 김일성보다 나이가 10년 이상 위였고 직책도 높았지만 깍듯이 모셨다. 김일성은 김책을 배려해 해방 후 사람을 만주에 파견해 떠돌이 생활을 하던 김국태를 데려다 만경대혁명학원에 보내는 등 특별한 관심을 갖고 키웠다. 김일성 사망 후 김정일이 김일성 유품을 정리하다 금고문을 열었을 때 김책과 찍은 사진 한 장만 있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북한에서 우대받는 빨치산 가문이다.
한편 이번 주석단에는 황순희 조선혁명박물관 관장, 김철만 전 2경제위원회 위원장 등 김일성 항일 빨치산 1세대와 오극렬·현철해 등 빨치산 2세들이 대거 참석했다.
<조선일보 김명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