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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정세

남북관계와 북한정세를 심층 분석합니다.
북한의 공간문헌과 정보를 분석하여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정책방안을 제안합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부인 리설주 추문의 진실은 무엇일가? 그 진실 여부를 알려면 리설주의 발탁배경을 세심하게 관찰해볼 필요가 있다.

2012년 ‘강성대국의 대문’ 진입을 주민들에게 약속했던 김정일이 70세 생일도 치르지 못하고 2011년 12월 17일 사망했다. 급작스럽게 최고지도자의 자리에 오른 김정은의 가장 큰 약점은 어린 나이와 경험부족이었다. 고(故)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김정은을 두고 “그까짓 어린 놈”이라고 무시했고, 힐러리 전 미국무장관은 “영맨”이라고 불렀다. 2300만 북한 주민을 운명의 공동체로 묶어놓고 뇌수로 군림하는 지도부의 입장에서 최고 지도자의 “어린 놈” 콤플렉스는 치명적이다.

어리다는 것은 모든 일에 경험이 부족하고 판단력이 미성숙함을 의미하는데 자칫 주민들에게 김정은이 자격 미달의 지도자라는 인식을 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유교문화가 짙은 북한사회에서 남성은 결혼해 애가 있어야 어른대접을 받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북한 지도부는 어린 지도자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급히 배우자를 발탁했고, 이 과정에서 리설주가 선정됐다. 즉 리설주는 김정은의 어린 나이를 보완하려고 인위적으로 발탁된 인물이라는 것이다.

리설주가 오래 전부터 김정은의 준비된 결혼상대가 아닌 김정일 사후 정략적인 목적에서 급히 발탁되었다고 볼 수 있는 여러 정황들이 있다. 리설주는 2011년 1월 1일 은하수관현악단의 신년 경축공연에서 “병사의 발자욱”을 불렀고, 2월18일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된 김정일과 주북(駐北) 중국대사관 직원들이 함께 관람한 은하수관현악단의 음악회에 등장해 “내 이름 묻지 마세요”, "아직은 말 못해", "멋있는 사람" 등 북한 노래를 불렀다.

5월 김정일의 중국 방문 시에는 중창조에 속해“바다는 노래하네”(大海在呼唤)라는 중국노래를 불렀다. 9월 8일 김정일의 러시아 방문 후 만수대예술극장에서 진행된 은하수관현악단과 국가공훈합창단, 러시아21세기 관현악단의 합동공연시에도 무대에 섰다. 이 같은 정황으로 미루어 봤을 때 리설주는 김정일 생존 시에는 며느리로 인정받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과거 예술가 출신이던 김정일의 여인들(성혜림·영화배우, 고영희·무용수)은 김정일과 사귀면서 예술계를 떠났다. 수령의 권위를 신성시 하는 북한에서 김정일이 자신의 며느리가 될 리설주를 무대에 세울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김정은의 결혼상대로 리설주가 발탁되었을가? 소식통에 따르면 원래 은하수관현악단에서 김정은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본 인물은 인민배우 서은향이라고 한다.서은향은 1984년생으로 2006년 김원균명칭 평양음악대학을 졸업했다. 노래를 잘 불러 어린 나이에 인민배우가 된 서은향은 공연 중 김정일부자 앞에서 실수를 해도 웃어넘길 만큼 활발하고 당돌한 성격을 지녔다고 한다. 그녀의 서구적인 외모와 활발한 성격에 김정은이 반했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예상을 깨고 무명의 리설주가 발탁되었다.

리설주가 서은향을 제치고 김정은의 부인으로 발탁된 이유는 외모가 북한의 국모로 대접받는 김정숙과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김정숙은 김일성 전 주석의 부인으로 김정일의 생모이기도 하다. 북한은 김정숙을 조선의 어머니로 우상화하고 그의 생일인 12월 24일을 명절로 기념하고 있다.

2012년 12월 22일 북한이 광명성 3호 2호기 위성발사 성공 후 과학자, 기술자들을 격려하는 축하연회장에 자홍색 저고리를 입고 등장한 리설주의 모습은 말 그대로 김정숙을 방불케 했다. 김정일의 혁명유산 1호라 불리는 위성발사 성공 축하연에 김정숙의 모습을 한 리설주를 등장시킨 이유는 김정은이 할아버지 김일성 전 주석의 모습으로 등장한 그것과 같다. 완벽한 김일성-김정숙의 환생을 연출한 것이다.

일개 가수에서 ‘조선의 어머니’가 된 리설주는 갑작스런 등장만큼이나 많은 실수를 연발했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1호행사(김정은과 리설주가 참석한 행사)장에서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는 모습이 조선중앙TV 화면에서 방영되고 시퍼렇게 멍든 자국이 선명한 리설주의 다리가 노동당 선전부가 즐겨하는 포토숍 작업도 거치지 않은 채 로동신문 1면에 게재되기도 했다.

2012년 7월 인민군무장장비관 참관시에는 김정은의 모자를 예의없이 든 리설주의 모습(북한에서 지도자의 모자는 존엄을 상징함. 일반인이 지도자의 모자를 그렇게 예의 없이 들었다면 처벌을 받았을 것이다)은 그가 퍼스트레이디로서 기본교육조차 받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를 여과 없이 공개한 북한지도부의 실수는 퍼스트레이디 리설주의 발탁과정에서도 철저한 검증이 이루어지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리설주는 고등중학교 시절부터 철저한 관리가 이루어지는 5과 출신들과는 달리 금성학원 성악부를 졸업하고 해외유학을 한 인물로 사생활까지 철저한 검증을 받아야 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5과는 전국의 고등학교에서 미녀를 선발하는 현대판 채홍사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전국의 지방당조직 5과 지도원들의 발길이 분주해진다. 소위 5과 대상을 선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5과 대상은 여성을 위주로 뽑는데 여성은 ‘기쁨조’에 배속돼 최고지도부와 측근들에 대한 봉사를 한다.

중앙당 5과에서 선발하는 미녀는 시·군에서 한두명만 뽑힐 정도로 상당한 외모의 소유자가 아니면 뽑히기 어렵다. 기쁨조의 기본 조건은 일단 미모를 겸비한 17~23세 미혼 여성이며 고등학교 5학년인 16세부터 선발해 철저한 관리를 한다.

기준은 여성의 경우 키는 162cm 이상, 얼굴은 계란형, 눈꼬리가 올라가지 않고 가지런해야 하며, 들창코가 되지 말아야 하며, 얼굴색이 너무 하얗거나 몸에 상처가 없어야 한다. 이마에서 눈 사이 치수와 인중의 치수까지도 정해져 있다. 5과 지도원들은 노기스를 들고 다니며 키 크고 얼굴이 예쁜 여학생이 있으면 기준에 적합한지 확인한다. 이렇게 미모와 기준 스펙을 다 갖춰 통과했어도 가장 중요한 관문인 처녀성 검사에서 불합격되면 떨어진다.

모든 관문을 통과한 여성들은 북한에서 진료·치료 설비가 가장 좋은 평양의 봉화진료소에서 처녀 검사를 받는다. 옷을 모두 벗겨서 몸에 상처가 있는지를 살펴보고 처녀막 파열 검사를 통해 성 경험 여부를 판단한다. 운동 등의 이유로 자연적으로 파열된 것은 문제 삼지 않지만 성 행위로 파열됐으면 불합격을 통보받는다. 더불어 질병 감염 여부와 함께 가족병력까지 면밀히 체크 하는데 여기서 탈락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5과에 뽑힌 여학생은 졸업 때까지 학교에서 특별 관리를 받다가 아무 이상이 없으면 평양에 올라가 ‘기쁨조’(봉사원, 호위성원), 성적 봉사를 위한 ‘만족조’, 피로 회복을 위한 마사지를 전문으로 하는 ‘행복조’, 술자리나 연회 시 흥을 돋우기 위해 노래와 춤을 추는 ‘가무조’로 나뉘어 10년간 비공개로 활동한다. 일부는 최고위층의 이발, 청소, 식당 서빙, 사무보조와 같은 서비스 분야에서 일하며 제대될 때면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영원히 비밀을 유지한다는 각서를 쓰고 사회에 나온다.

북한의 퍼스트레이디 리설주는 이런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발된 5과 출신이 아니다. 리설주의 모교인 평양금성학원은 예체능계의 인재들을 선발해 교육시키는 우리나라의 특목고에 해당하는 고등학교다. 금성학원을 졸업한 리설주는 평양음악무용종합대학 성악과에서 일반대학생 생활을 하다가 졸업 후 재능을 인정받아 ‘은하수관현악단’의 가수로 발탁됐다. 사생활까지 철저하게 검증받아야 할 위치에 있지 않았고, 최고지도자부 눈에 들기 전까지는 그저 잘 나가는 평범한 가수에 불과했던 것이다.

또 사건이 진실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 이유는 복잡한 북한 예술계의 관행으로 봤을 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일주일에 한번 진행하는 생활총화를 유독 예술계만 이틀에 한번 진행하는 이유는 그만큼 자유화에 노출되기 싶고 부화(성 스캔들)사건 등 풍기문란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김정일 시대에도 그랬지만 시장화와 과소비에 익숙해진 신세대 북한연예인들이 큰돈을 벌 수 있는 음란물 제작의 유혹을 거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대북소식통은 전하고 있다.

북한이 사건발생 일주일만에 관련자 9명을 전격 처형한 것도 북한 국방위원회와 인민보안부(남한의 경찰청)가 직접 나서 불순녹화물 단속을 벌리는 것도 리설주 관련 소문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외신의 성추문 보도사건 이후 24일간 잠적했던 리설주가 잦은 공개 행보를 보이는 것도 관련 의혹을 잠재우기 위한 제스처로 해석된다.

<조선일보 김명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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