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김정일의 지시로 제작된 중국고전가극(오페라)‘양산백과 축영대’시청금지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소식통은 김 제1비서 지시로 노동당 선전선동부가 ‘양산백과 축영대’상영을 중지하고 관련 CD를 회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은 “김정은 제1비서가 봉건시대 남녀 간의 사랑을 주제로 한 이 가극이 혁명하는 우리시대의 정서에 잘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청을 금지시켰다”며 “중국영화 가운데 혁명적이고 전투적인 내용만 방영하라는 지시도 내렸다”고 했다. 양산백과 축영대(梁山伯與祝英台)는 '중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축영대(祝英台)와 양산백(梁山伯)의 슬픈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극은 2010년 중국군의 6·25전쟁 참전 60주년을 기념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피바다가극단에서 제작·완성한 조중(朝中)친선의 상징물이다. 중국 측은 가극제작에 극본과 무대연출지도, 무대도구와 의상지원을 해주는 등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김정일이 ‘양산백과 축영대’를 제작한 것은 2010년 3월 천안함 도발 이후 정치적으로 밀착된 북·중관계를 문화교류로 더 긴밀하게 하려는 의도에서였다.
김정은이 권좌에 들어서면서 양국 관계는 크게 악화됐다.피바다 가극단은 2011년 한해에만 북한과 중국을 오가며 ‘양산백과 축영대’를 190회 이상 공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이 조중친선의 상징물로 제작된 가극 시청을 금지한 진짜 이유는 중국에 대한 증오심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중국이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계기로 유엔 대북제재에 동참하고 김정은의 방중 요청을 여러번 묵살한데 따른 반발이라는 것이다.
작년 4월부터 국경지역에서 중국방송 시청을 위해 TV 채널 변환장치를 뗀 가구들을 색출해 처벌하고, 중국에서 들어온 영화 CD를 압수했다. 장성택 처형 이후 양국관계는 더 소원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김정은이 유사시 중국을 적으로 여기라는 지시를 내리고 중국의 개(스파이)잡기 운동을 벌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극시청 금지령을 내린 또 다른 이유는 중국에 경제적 예속에 이은 정치·문화적 예속이라는 북한 내 비판을 의식한 조치라는 주장도 있다. 대북소식통들은 ‘양산백과 축영대’ 제작 당시 북한 지식인을 중심으로 “아버지(김정일)와 아들(김정은)이 중국 지도부에 아첨경쟁을 하느라 중국고전작품을 가극으로 만들어 바친다”는 비난여론이 일었다고 전했다.
국경지역의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우리나라는 중국의 식민지다. 장군님(김정일)은 중국의 조선성(省) 성장, 장군님(김정일)의 말씀은 성장동지 지시”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북한은 중국 영화를 비롯한 외국영상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25일 평양에서 열린 사상일꾼대회에 참석해 “적들이 끈질기게 들이미는 자본주의 독소가 우리 지경을 넘어서지 못하도록 모기장을 2중3중으로 든든히 치면서도 제국주의의 사상문화적 침투책동을 물거품으로 만들기 위한 주동적인 작전을 전개해야 하겠다”고 연설했다.
최근 중국영화를 한국영화와 같이 금지영상물로 지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이 허용한 혁명적인 영화 외에는 보지 말라는 얘기다. 소식통은 “과거에는 집에서 중국영화를 보다가 걸려도 용서받았는데 지금은 중국영화를 보다가 걸리면 노동단련대에 간다”며 “통보방송(북한의 가정집마다 걸려 있는 유선방송)에서 매일 ‘어디사는 누가 중국영화를 보다가 걸려서 노동단련대에 갔다’는 내용이 나온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명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