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40여일 만에 공개 활동을 재개하면서 그가 왜 이 시기에, 이런 방식으로 다시 나타났는지 관심이 쏠린다. 김정은이 자신의 체제가 안정적임을 대내외에 과시할 필요가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의 재등장 장면은 통치 효과 극대화를 노린 상징들로 채워졌다.
①지팡이 짚은 모습 공개, 왜?
김정은은 이날 왼손에 검정 지팡이를 짚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동 중에는 간부들과 함께 전기 자동차를 탔다. 거동이 가능하지만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정부 소식통은 "과거 김일성·김정일에게선 볼 수 없던 모습"이라고 했다. 우선 "김정은이 그만큼 급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의 공백이 장기화됨에 따라 내부 불안이 감지되고 외부에서 각종 루머가 나오는 등 체제에 대한 위협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뇌사설과 실각설, 쿠데타설 등이 나오자 이를 불식하기 위해 지팡이를 짚고 공개 활동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정은의 '지팡이 정치'는 치밀하게 계산된 것이란 분석도 유력하게 제기된다. 조선중앙TV는 이날 저녁 검은 지팡이를 든 김일성이 부관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가는 기록영화를 방영했다. "우리 수령님의 그 위대한 헌신! 생애의 마지막 나날에 인민들 모르게 쓰셨던 지팡이가 다 전해주고 있습니다"라는 멘트도 담겼다. 집권 초부터 머리 스타일과 옷 모양새, 걸음걸이까지 김일성을 따라한 김정은이 지팡이도 모방한 것처럼 비친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불편한 몸'이지만 인민들을 위해 밤낮으로 일하는 충실한 지도자의 모습을 연출, 주민들로부터 걱정과 연민을 이끌어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 김정은이 잠적 이전에도 다리 저는 모습을 그대로 내보낸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②김일성 '개선일'에 등장
국가 기념일인 공화국 창건일(9월 9일)과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김정은이 굳이 이날을 택해 나온 배경도 관심이다. 10월 14일은 소련군 장교이던 김일성 주석이 1945년 평양에서 '개선(凱旋) 연설'을 하며 처음으로 북한 주민에게 존재를 드러낸 날이다. 노동신문은 이날 김일성의 '개선 69주년'을 기념해 "1945년 10월 14일은 온 나라, 온 겨레가 그처럼 목마르게 고대하던 역사의 시각이었다"고 했다. 정영태 연구위원은 "이날 나타난 김정은의 건강 상태라면 지난 10일 나타나지 못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며 "그의 지팡이도 노련한 통치자의 이미지를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했다. 40일간의 잠적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김정은이 '의도된 반전'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주민들에게는 김일성 이미지를 오버랩시켜 통치 기반을 강화하려 했다는 것이다.
③황병서·최룡해 실세 대동
김정은의 재등장 장면에는 지난 4일 인천에 왔던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당비서 등 권력의 핵심 실세들이 따라나섰다. 실각설, 쿠데타설 등 각종 소문을 불식하고 대내외적으로 자신이 북한의 최고 권력자임을 확인시키기 위한 행동으로 해석됐다. 특히 우리 정부를 향해 지난 4일 인천 남북고위급회담은 김정은 본인의 뜻에 따른 것이고 향후 남북 관계도 자신이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통일준비위원회에서 5·24조치를 대화로 풀자고 하는 등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힌 데 대해 김정은이 화답하는 행태라고 볼 수 있다"며 "김정은이 건강 이상설을 털어내면서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④동영상 없는 보도
북한 매체들은 이날 일제히 김정은의 위성과학자주택지구 현지지도 사실을 보도했지만 동영상은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 7월과 9월에 김정은이 왼쪽과 오른쪽 다리를 번갈아 저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공개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불편한 모습을 주민들에게 적나라하게 보이기는 싫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조선일보 김명성, 황대진 기자>
①지팡이 짚은 모습 공개, 왜?
김정은은 이날 왼손에 검정 지팡이를 짚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동 중에는 간부들과 함께 전기 자동차를 탔다. 거동이 가능하지만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정부 소식통은 "과거 김일성·김정일에게선 볼 수 없던 모습"이라고 했다. 우선 "김정은이 그만큼 급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의 공백이 장기화됨에 따라 내부 불안이 감지되고 외부에서 각종 루머가 나오는 등 체제에 대한 위협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뇌사설과 실각설, 쿠데타설 등이 나오자 이를 불식하기 위해 지팡이를 짚고 공개 활동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정은의 '지팡이 정치'는 치밀하게 계산된 것이란 분석도 유력하게 제기된다. 조선중앙TV는 이날 저녁 검은 지팡이를 든 김일성이 부관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가는 기록영화를 방영했다. "우리 수령님의 그 위대한 헌신! 생애의 마지막 나날에 인민들 모르게 쓰셨던 지팡이가 다 전해주고 있습니다"라는 멘트도 담겼다. 집권 초부터 머리 스타일과 옷 모양새, 걸음걸이까지 김일성을 따라한 김정은이 지팡이도 모방한 것처럼 비친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불편한 몸'이지만 인민들을 위해 밤낮으로 일하는 충실한 지도자의 모습을 연출, 주민들로부터 걱정과 연민을 이끌어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 김정은이 잠적 이전에도 다리 저는 모습을 그대로 내보낸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②김일성 '개선일'에 등장
국가 기념일인 공화국 창건일(9월 9일)과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김정은이 굳이 이날을 택해 나온 배경도 관심이다. 10월 14일은 소련군 장교이던 김일성 주석이 1945년 평양에서 '개선(凱旋) 연설'을 하며 처음으로 북한 주민에게 존재를 드러낸 날이다. 노동신문은 이날 김일성의 '개선 69주년'을 기념해 "1945년 10월 14일은 온 나라, 온 겨레가 그처럼 목마르게 고대하던 역사의 시각이었다"고 했다. 정영태 연구위원은 "이날 나타난 김정은의 건강 상태라면 지난 10일 나타나지 못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며 "그의 지팡이도 노련한 통치자의 이미지를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했다. 40일간의 잠적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김정은이 '의도된 반전'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주민들에게는 김일성 이미지를 오버랩시켜 통치 기반을 강화하려 했다는 것이다.
③황병서·최룡해 실세 대동
김정은의 재등장 장면에는 지난 4일 인천에 왔던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당비서 등 권력의 핵심 실세들이 따라나섰다. 실각설, 쿠데타설 등 각종 소문을 불식하고 대내외적으로 자신이 북한의 최고 권력자임을 확인시키기 위한 행동으로 해석됐다. 특히 우리 정부를 향해 지난 4일 인천 남북고위급회담은 김정은 본인의 뜻에 따른 것이고 향후 남북 관계도 자신이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통일준비위원회에서 5·24조치를 대화로 풀자고 하는 등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힌 데 대해 김정은이 화답하는 행태라고 볼 수 있다"며 "김정은이 건강 이상설을 털어내면서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④동영상 없는 보도
북한 매체들은 이날 일제히 김정은의 위성과학자주택지구 현지지도 사실을 보도했지만 동영상은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 7월과 9월에 김정은이 왼쪽과 오른쪽 다리를 번갈아 저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공개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불편한 모습을 주민들에게 적나라하게 보이기는 싫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조선일보 김명성, 황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