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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정세

남북관계와 북한정세를 심층 분석합니다.
북한의 공간문헌과 정보를 분석하여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정책방안을 제안합니다.

통일부는 2일 북한이 전날 "대북 전단 살포를 중단하지 않으면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남북 고위급 접촉이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달 4일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전격 방남(訪南)해 우리 고위급 대표단과 10월 말~11월 초 개최하기로 합의한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은 이변이 없는 한 물거품이 됐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북한이 부당한 전제조건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2차 남북 고위급 접촉 무산 이후) 정부가 별도의 대북 조치를 할 계획은 현재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임 대변인은 "북한이 우리 대통령을 실명으로 비난하고, 국민에 대해 '처단' 운운하는 것은 남북 합의와 국제규범상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언동"이라며 "정부는 우리 국민의 안전에 위해를 가하려는 어떠한 행위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처할 것임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남북 고위급 접촉 성사를 위해 북측에 지속적으로 의사를 타진해왔던 정부가 '접촉 무산'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최근 북한이 보이고 있는 행태에 비춰봤을 때 더 이상 남북 접촉 추진이 힘들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지난 1일 조평통 성명을 통해 민간단체가 지난 31일 새벽 경기도 포천 일대에서 대북 전단 100여만장을 살포한 것을 문제 삼으며 "삐라 살포가 중단되지 않으면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은 물론 남북 관계는 박살난다는 것을 최후 통첩하였다"고 했다.

◇대화 국면서 강대강(强對强) 대결로 급전환

북한은 최근 남측에 대한 협박 수위를 높여왔다. 조평통은 1일 성명에서 "탈북자 단체들의 전단 살포 행위를 중단시키지 않을 경우 본거지는 물론이고 지휘세력까지 타격하겠다"고 위협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2일자에서 "남측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인권문제를 비판하는 미국에 동조하면 남북 관계의 파국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삐라와 인권문제를 이유로 남북 관계 파국을 예고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민간단체가 삐라를 살포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기는 힘들고, 북 인권문제는 국제사회와 함께 지속적으로 거론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는 입장을 북측에 전달해 왔다. 이로써 고위급 3인방의 방남으로 조성된 남북 대화 국면은 한 달 만에 다시 경색 국면으로 돌아서게 됐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삐라와 인권문제를 빌미로 우리에게 책임을 씌우며 남북 대화를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본다"며 "당분간 당국 간 논의가 재개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다만 통일부 관계자는 "고위급 접촉 무산을 선언했지만 북한이 대화를 제의하면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절히 대응하겠다"며 대화 가능성은 열어놓았다.

◇북한 군사적 도발과 긴장 조성할 가능성

전문가들은 북한이 애초에 3인방을 내려보낼 때부터 회담을 하려는 진정성보다는 대내외 선전용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컸던 것으로 보고 있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3인방이 내려올 때도 대북 전단은 계속 살포되고 있었다"며 "북한이 전단 문제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물고 늘어지는 것을 보면 애초에 고위급 접촉을 할 의도가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3인방이 내려온 목적이 김정은의 건강 이상설을 잠재우고 남남 갈등을 증폭시키려는 것이었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의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센터장은 "북한이 전단과 인권 등 두 가지를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기 때문에 애초부터 남북한 접촉이 성사되기는 어려웠다"며 "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높이면서 남측에 위협적인 행동을 가하는 등 올해 연말과 내년 초까지는 남북한이 긴장 국면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남북 상호 간 불신의 골이 깊어 연내에 남북 고위급 접촉이 성사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남북 간 샅바싸움을 계속하는 한 내년에도 남북 관계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내년이면 박근혜 정부 3년 차, 김정은 집권 4년 차에 접어드는 만큼 양측이 내년 초 이산가족 상봉 등을 계기로 남북 관계 개선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고위급 접촉 추진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대응 전략에 혼선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위급 접촉이 잘될 것"이라고 했지만, 안보 라인에서는 "낙관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조선일보 김명성, 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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