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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정세

남북관계와 북한정세를 심층 분석합니다.
북한의 공간문헌과 정보를 분석하여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정책방안을 제안합니다.

정부가 29일 남북 대화를 제안하면서 그 주체로 통일부가 아닌 민관 합동 기구인 통일준비위원회를 내세운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또 정부가 통상 남북 관계 개선 메시지는 신년에 내 왔다는 점에서 연말에 대화를 전격 제안한 배경도 관심을 끈다.

◇왜 통준위가 나섰나

정부는 그동안 흔히 '1트랙'이라고 하는 남북 정부 당국 간 회담을 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민관 합동 기관으로 '1.5트랙'이라 불리는 통준위를 앞세웠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신년에 남북 대화를 제안한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에서 대화 채널을 기존 남북 고위급 접촉으로 갈지, 과거처럼 '통통(통일부-노동당 통전부) 라인' 부활로 갈지를 놓고 많은 고민을 했다"며 "두 라인 모두 곤란한 점이 있다고 판단, 새로운 방식을 택한 것"이라고 했다.

고위급 접촉은 지난 10월 북 '3인방'의 인천 깜짝 방문 이후 무산된 점을 고려해 검토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남북 대화 전면에 나서는 데 따른 부담감도 작용했다고 한다. '통통 라인'도 작년 6월 불거진 대화 책임자의 '격(格)'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정부 관계자는 "통준위가 대통령 직속 기구로 비중이 있다는 점을 북측도 알고 있기 때문에 통준위가 나서면 어떤 형태로든 대화에 응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1.5트랙'으로 갈 경우 5·24 조치 해제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좀 더 유연하게 논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간 5·24 조치를 유지해온 정부가 남북 간 경제 교류 문제가 논의될 수 있는 자리에 직접 나서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통준위는 이날 남측 자본이 들어간 '나진·하산 사업' 같은 국제 협력 사업을 비롯해 대규모 인적 교류가 수반되는 남북 축구 대회, 평화문화예술제 등을 북에 제안했다. 보건·영양 개선, 생활·인프라 개선, 산림녹화, 환경 보전, 수자원 이용 등 사업도 포함됐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회담이 잘 안 될 경우) 정부 대신 통준위가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은 것은 장기적으로 북 당국과 신뢰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면 승부보다 우회 전략을 택했다는 것이다.

◇선제적 대화 제의로 주도권 확보

정부가 연말에 전격적으로 대화를 제안한 것은 새해가 광복·분단 70주년을 맞는 해이고, 설날 이산 상봉을 하려면 한 달 반 정도 사전 협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더 늦어질 경우 2월 말~3월 초 열리는 연례 한·미 합동 군사훈련 국면과 맞물려 대화가 어렵다는 것이다.

남북 대화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도 깔려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자기들이 먼저 신년사를 내면 우리가 반응할 것이라고 예상했을 텐데, (거꾸로 돼서) 지금쯤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박근혜 정부 출범 2년간 남북 관계에 별다른 성과가 없는 데 대한 정부의 초조감이 작용한 것"이라며 "북과 대화할 준비가 됐다는 점을 알려줌으로써 김정은의 신년사에 우리 의지가 반영되도록 하자는 의도"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계속되는 경제난과 인권 문제로 고립에 빠진 북한이 남북 대화에 응할 유인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우리 측에서 누가 나서든 남북 관계 개선 필요성 때문에 회담에 응할 것"이라고 했다. 김용현 교수도 "북이 광복 70주년에 대한 부담감과 대외 고립 문제 때문에 회담 자체를 거절할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이 대화 라인의 부적정성을 이유로 대화를 거부할 수도 있다. 북한은 지난 10월에도 3인방이 인천을 찾았을 때 고위급 접촉 재개를 약속했지만 사흘 만에 약속을 깼다. 이럴 경우 우리 정부의 체면이 깎이고 새해 초부터 남북 관계가 꼬일 수 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은 통준위에 대해 '북 체제를 전복하기 위한 기구'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며 "북한이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나오라'고 역제의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김명성, 황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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