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입니다.
26일 북한 국방위원회가 보낸 전통문과 27일 한국 청와대가 보낸 전통문 내용을 보면 남북한이 다시 냉전시대의 ‘귀머거리의 대화’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일방적으로 자신의 입장만 강조하고 상대방의 입장에 대해서는 전혀 들으려 하지 않는 그리고 남북한 체제상의 차이점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그런 남북한 당국에 대해 과연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 답답합니다.
지난 25일 전방지역 주민들과 일부 진보단체의 강력한 저지로 일부 보수단체들의 대북 전단 대량 살포가 사실상 무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26일 국방위원회 서기실 명의로 전통문을 보내 우리 당국이 저녁시간을 이용한 대북 전단 살포를 방임했다고 주장하면서 “고위급 접촉이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를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하니 북한이 과연 남한체제의 특성을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남북대화에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의심스럽군요.
북한은 당과 근로단체,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보안부, 인민반 등을 통해 주민들을 이중삼중으로 통제할 수 있는 체제이지만 한국은 국민들을 그렇게 통제할 수 있는 체제가 아닌데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북한이 남한체제를 몰라도 한참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체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한국정부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북한체제는 최고지도자를 절대화하는 주체사상이라는 ‘국가종교’를 가지고 있어 김정은을 화형시키는 그림을 넣은 전단이 북한에 살포되는 것을 ‘비상사건화’하면서 모든 간부와 주민들이 필사적으로 막지 않을 수 없는 전체주의적인 독재체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대북 전단이 북한에 살포되면 북한 간부들은 남북대화도 포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 북한에 대해 우리 정부가 “우리 민간단체들의 전단 살포와 관련해 법적 근거 없이 민간단체의 활동을 통제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 북한 간부들이 남북대화에 나설 수 있는 명분을 찾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대북 전단 살포가 강행되면 북한 군부는 충성심 과시 차원에서 총격전으로 대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한국정부가 진정으로 북한과 대화를 원하고 전방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원한다면, 김정은 정권의 즉각적인 타도를 외치고 김정은이 ‘뒤질 것’이라는 자극적인 표현을 담은 대북 전단이 전방지역에서 뿌려지는 것을 제한하는 정치적 결단을 내리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가 물론 존중되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전방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까지 감수하면서 합리적인 보수단체가 아닌 일부 ‘급진적’이고 ‘근본주의적’인 보수단체들이 전방지역에서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는 자극적인 행동까지 용납하는 것이 과연 정부의 적절하고도 책임 있는 태도인지 숙고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남북한 당국이 계속 일방주의적이고 비타협적인 태도를 고집하는 한 제2차 고위급접촉이 개최되기도 어려울뿐더러 설명 개최된다고 해도 의미 있는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북한의 스탈린주의적인 독재체제가 현명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기 때문에 그보다 우월한 민주주의체제를 가진 한국정부가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를 기대해봅니다.
참고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정성장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