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입니다.
오늘자 로동신문을 보니 남한에 대한 비방 기사가 완전히 사라졌군요.
앞으로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시작되면 북한의 대남 비방이 재개되겠지만, 남북 간의 대립이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남북 모두 관계를 관리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 포기 없이 남북정상회담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매우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한국정부가 이 같은 근본주의적인 입장을 받아들인다면 북한체제가 유지되는 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할 수 없을 것입니다.
북한은 1990년대 초 소련의 해체 이후 대외안보환경의 악화에 직면해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핵개발을 강행했습니다.
그러므로 북한의 안보에 대한 국제적 보장 없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6.25전쟁 도발과 아웅산 테러, KAL기 테러 등을 인정한 적이 없는 북한이 천안함 폭침을 인정할 가능성도 희박합니다.
그러므로 북한에게서 천안함 폭침에 대한 사과를 받아내기 어렵다면 5.24조치 해제를 남측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약 7만 명 전원의 북한 가족 생사확인 및 서신교환과 연계시키는 것이 현실적일 것입니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의 성공 개최 여부는 남북이 얼마나 실용주의적으로 접근하는가 그리고 얼마나 체계적으로 준비하는가에 의해 좌우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한국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제3차 남북정상회담 T/F를 조직해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의제들을 미리 검토하고 체계적인 협상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입니다.
남북한이 비공개 접촉을 통해 정상회담과 고위급 접촉에 대한 상호 입장을 타진하고 조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남북정상회담을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다른 대화 채널도 있는데 너무 정상회담에만 의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의 남북한 정치체제에서 최고지도자가 가지고 있는 권한의 거의 절대성 그리고 관료들이 가지고 있는 빈약한 정책결정권을 고려하면 장관급회담이나 차관급인 ‘고위급 접촉’에서 합의할 수 있는 사항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간에 총리회담과 장관급회담 등 다양한 회담들이 있었지만 북한이 계속 2000년과 2007년 정상회담 합의만을 강조하는 것은 북한체제에서 최고지도자의 결정이 갖는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박근혜 정부에서도 통일부 장관이 대통령의 의중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입장을 발표하거나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되고 있습니다.
남북한 정치체제에서 관료들이 가지고 있는 극히 제한적인 자율성을 고려하면 결국은 남북 정상이 직접 만나 복잡하고 민감한 문제들에 대해 정치적 결단을 내리고 관료들이 그것을 실무적으로 집행하는 것이 현실적인 문제 해결 방향일 것입니다.
참고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정성장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