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 북한 대사를 추방한 말레이시아가 7일(현지시간) 자국 주재 북한대사관 직원 및 관계자의 출국을 전격 금지했다. 앞서 AP통신 등 주요 외신은 말레이시아가 말레이 내 북한 국적자의 출국을 금지하기로 했다고 전했으나, 이후 출국금지 대상이 북한대사관 직원으로 한정된다고 정정했다.
아마드 자히드 하미디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출국 금지는 오직 북한대사관 관리와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며 다른 북한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조치가 북한 움직임에 대한 대응이라면서 오는 10일 내각 회의를 열어 관련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정부 당국자는 이번 조치의 배경에 대해 "북한 정권이 (김정남) 살인 사건을 호도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도통신은 중국 언론을 인용해 말레이시아 정부가 10일 회의에서 북한 대사관 폐쇄 여부도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결정은 북한이 자국 내 말레이 국민의 북한 출국을 금지한다고 발표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나왔다. 이와 관련해 말레이시아 경찰은 이날 정오 쿠알라룸푸르 시내에 있는 북한대사관 정문에 폴리스 라인을 치고 주변 도로를 폐쇄했다. 현재 대사관 주변에는 경찰차 5대와 경찰 오토바이 수 대가 배치돼 북한 대사관 관계자의 이탈을 막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후 대사관 바깥으로 나가려는 북한 대사관 차량을 제지해 돌려보내기도 했다. 북한 대사관 측은 아직 이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앞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북한) 경내에 있는 말레이시아 공민들의 출국을 임시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을 주조(주북한) 말레이시아대사관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기한은) 말레이시아에서 일어난 사건이 공정하게 해결되어 말레이시아에 있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교관들과 공민들의 안전담보가 완전하게 이루어질 때까지"라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 정부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 체류 중인 말레이시아인은 모두 11명으로 집계됐다. 양국은 지난달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일어난 김정남 암살사건을 계기로 심각한 외교 갈등을 빚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김정남의 시신을 돌려달라는 북한의 요구를 거부한 채 북한과 비자면제협정을 파기했으며, 강 철 주 말레이시아 북한 대사에 추방 결정을 내렸다.
강 대사는 6일 쿠알라룸푸르를 떠났다. 북한도 이에 대응해 주 북한 말레이시아 대사에 추방 결정을 내렸다. 모하맛 니잔 북한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는 김정남 피살 사건과 관련한 본국의 소환 명령에 따라 이미 지난달 21일 이미 평양을 떠나 귀국했다. 이런 가운데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 암살 사건’의 핵심용의자 2명이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관에 숨어 있다고 7일 밝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할릿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이날 페낭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용의자들이 대사관 구내에 있다고 믿는다”며 “설사 5년이 걸리더라도 우리는 바깥에서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할릿 청장은 이어 북한 당국이 이들에 대한 수사에 전혀 협조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 “그들이 바깥에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대사관에 숨어 있다고 밝힌 2명의 용의자는 현광성(44)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과 김욱일(37) 고려항공 직원이다. 말레이 경찰은 지난달 22일 두 사람을 이번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했다. 하지만 현지 경찰 당국이 이들의 신병을 확보한다고 해도 김정남 암살 개입 여부를 밝혀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욱일과 현광성은 지난달 13일 김정남을 살해하고 출국한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을 공항에서 배웅한 것으로 현재까지 알려졌다. 앞서 추방된 리정철과 같이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현광성은 외교관 신분이라 체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