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5일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민간단체 방북을 줄줄이 불허했다. 또 6·15 남북공동선언 17주년 기념 공동행사를 개성에서 열자는 남측 요구도 거부했다. 유엔 대북 제재에 동조하는 우리 정부 태도를 문제 삼았다. 민간 교류 확대로 남북 관계를 풀어간다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이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홍상영 사무국장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이번 주 남측 대표단이 방북해 북한에 말라리아 방역 물자를 반출하려 했으나, 북측은 지난 2일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결의와 이에 대한 우리 정부 태도를 문제 삼아 방북을 허용치 않겠다고 통보해왔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인도적 지원을 위한 대북 접촉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이 단체는 '7~8일쯤 경의선 육로를 통해 개성으로 말라리아 방역 물자를 전달하고, 10일쯤 방북단을 꾸려 평양에서 추가 사업을 논의하자'는 계획을 북측에 전달했다. 그러나 북측은 열흘 만에 거부 내용을 담은 팩스와 이메일을 보내오면서 "추후에 다시 협의하자"고 했다. 북한은 이날 한국종교인평화회의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방북도 같은 이유로 거부했다. 천주교·개신교·불교·원불교 등 7개 종교가 참여하는 한국종교인평화회의는 지난 2일 통일부로부터 방북 승인을 받았지만 이날 오후 4시쯤 북측이 팩스로 "유엔 제재 결의를 한국이 적극 지지한 상황에서 남북이 얼굴을 맞대고 평화를 논의하는 건 시의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오는 10일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방북을 추진해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도 같은 내용의 팩스를 받았다. 북한은 이와 함께 6·15 남북공동선언 17주년 기념행사를 개성에서 개최하자는 6·15 남측위원회 요구도 이날 거부했다. 6·15남측위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북측위가 오늘(5일) 팩스를 보내와 남측 정부가 국제적 대북 제재에 함께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며 "(6·15행사 개최를) 개성은 어렵고 평양에서 열자는 의견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6·15남측위는 지난달 31일 북한 주민 접촉 승인을 얻어 6·15 북측위 관계자들과 공동행사 장소와 내용 등을 협의해왔다.
6·15 남측위는 북한의 평양 개최 주장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정부에 방북 신청을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6·15 행사를 평양에서 열 경우 정치적 논란이 일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개성 개최를 선호해왔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북한은 유엔의 대북 제재를 반대한다는 외무성 성명을 내고 '남북 관계 개선은 미국을 비롯한 외세 의존이 아니라 우리 민족끼리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제재와 대화를 병행한다는 새 정부의 대북 정책을 일단 부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부는 이날 '겨레의 숲' 등 민간단체의 대북 접촉 신청 4건을 추가로 승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