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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정세

남북관계와 북한정세를 심층 분석합니다.
북한의 공간문헌과 정보를 분석하여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정책방안을 제안합니다.

북한에서 최근 ‘집안이 잘 되려면 조상을 잘 모셔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추석명절을 중시하는 가정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소식통은 “추석을 평범한 공휴일처럼 여기던 북한 사람들 속에서 ‘조상을 잘 모셔야 집안 일이 잘 풀린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추석 차례상 준비에 많은 투자를 한다”고 했다.

북한 당국은 추석에 조상의 묘를 찾아가는 것은 민족성을 살려나가는 좋은 풍습이라면서도 낭비를 없애고 검소한 추석을 보내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국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중국에서 제수용품을 수입하는 등 차례상 준비에 많은 돈을 들였다고 한다. 대북무역에 종사하는 조선족 사업가 A씨는 “압록강·두만강의 북·중 국경 세관을 통해 많은 추석용 물량이 북한으로 들어갔다”며 “특히 월병과 남방과일 수요가 증가했다”고 했다.

북한 사람들은 추석 차례상에 중국 월병과 오렌지, 바나나, 키위 등 남방과일을 올리는 것을 부(富) 의 상징처럼 여긴다고 한다. 이 때문에 최근 북한의 차례상에 송편과 함께 빠질 수 없는 음식이 월병과 남방과일이라고 한다. 그러나 고위 간부들의 추석 차례상에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하사한 고급술과 담배가 별도로 올라 일반주민의 차례상과 구별됐다고 한다.

평양의 대북소식통은 “군(軍) 고위 간부들의 차례사에는 김정은이 직접 하사한 수류탄주(수류탄 모양의 술병에 담긴 고급술)와 자동보총(북한 AK소총 모양의 술병에 담긴 고급술)주가 올랐다”며 “당과 정부의 간부들의 차례상에는 김정은이 하사한 최고급 양주와 일본제 Peace담배가 올랐다”고 했다. 생활형편이 어려운 가정들도 ‘조상님 모시는데 정성을 다해야 한다’며 돈을 빌려 추석 차례상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북한에서 ‘조상을 잘 모셔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이유에 대해 북한에 만연한 미신행위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당국은 미신행위를 '자본주의 문화'로 규정해 처벌하고 있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소식통은 “북한에서는 고위 간부에서 일반 주민까지 ‘조상을 잘 모셔야 집안이 무사하고 잘 된다’는 점쟁이의 말을 신뢰하고 있다”며 “특히 김정은 집권 이후 잦은 숙청에 불안해진 간부들과 돈주들이 본인과 가족의 무사안위와 집안 일이 잘 풀리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식과 추석 때 제사에 정성을 들인다”고 했다.

지난해 탈북한 평양 출신 탈북민 조성국(가명)씨는 “요즘 평양의 간부들은 한식이나 추석에 산소를 다녀오면서 주변의 절간이나 명당에 들려 가족과 함께 기도를 한다”며 “특히 강원도 고산군 석왕사는 추석명절이면 평양의 고위 간부들과 지역 고위층이 즐겨 찾는 명소”라고 했다. 고려말 이성계가 무학대사로부터 왕이 될 꿈을 해석 받았다는 석왕사는 현재 북한의 국보 문화유물 제94호로 지정되어 있다. 북한 노동당 고위 간부의 자녀로 해외 근무 중 망명한 최종민(가명)씨는 “어려서부터 아버지로부터 조상을 잘 모셔야 한다는 얘길 듣고 자랐다”며 “부모님들이 추석 전날 차례상을 준비하면서 조상님 먼저 드셔야 한다며 음식에 손을 대지 못하게 했다”고 했다.

최근 시장경제의 확산으로 차량이 증가하고 교통이 편리해진 것도 추석명절을 중시하는 이유로 꼽힌다. 렌터카와 오토바이를 개조한 3륜차를 타고 가족·친척들이 모여 나들이를 즐긴다는 것이다. 또 북한의 명절 가운데 정치행사 없이 무난하게 보낼 수 있다는 점도 북한 주민들이 추석을 중시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남한에서는 추석 연휴를 맞아 해외여행을 가거나 문화생활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지만, 북한에는 남한만큼 즐길 거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일가 친척끼리 모여 윷놀이나 제기차기 등 전통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또 남한에서 연휴 때마다 추석특선영화를 방영하듯이, 북한에서도 추석이 되면 평소에는 보기 힘든 중국이나 러시아 영화를 방영한다. 그러나 최근 북·중 관계 악화로 러시아 영화만 상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주의 국가인 북한은 과거 추석을 봉건사회의 잔재라며 공휴일로 지정하지 않았다. 김일성 일가의 생일 등 체제와 관련이 있는 날이 추석이나 설 등 민족 고유의 명절보다 중요하게 여겨졌다. 그러다 1972년 남북대화를 계기로 조상의 묘소를 찾아 성묘하는 것을 허용하게 되었고, 1988년부터는 추석을 쉬는 날로 정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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