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미(對美) 협상 책임자인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 직무대행과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 대사 등이 20일(현지 시각) 핀란드 헬싱키 북부 반타에서 시작된 '남·북·미 1.5트랙(반관반민) 대화'에서 미·북 정상회담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정부 당국자 간 대화는 아니지만, 양국 정상회담 전 '탐색전' 성격이다.
남북한과 미국 대표단은 이날 오전 9시쯤 반타에 있는 핀란드 총리실 소속 별장에 도착해 이틀 일정으로 회의를 시작했다. 각국 관계자 6명씩 총 18명이 참석한 이번 회의에서는 4월 남북정상회담, 5월 미·북 정상회담에 관한 의견들이 오갔다.
이날 최강일은 미측에 미·북 정상회담과 북한 비핵화 조건에 관한 북측의 원론적인 입장을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간에는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문제도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19일에는 핀란드 정부가 참석자 전원을 헬싱키 시내 레스토랑으로 초청해 만찬을 열었다. 우리 측 참석자는 "북측 인사들이 정상회담 자체가 무사히 열릴지 상당히 조심스럽게 바라본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비핵화 관련 북한 입장을 탐색해 보려 했으나 북측이 소극적이었다. 다른 의제들과 달리 한미 얘기를 청취하려 한다는 느낌이었다”고 덧붙였다. 북측은 비핵화 의지를 나타내거나 체제 보장 방안 등 비핵화 반대급부를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비핵화와 정상회담까지) 포괄적으로 논의됐다”며 “분위기는 좋았고 (참석자들은) 솔직하고 유연했다”고 전했다.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 문제가 거론되기도 했지만, 북측은 “법과 원칙대로 하겠다”는 식의 원론적 답변만 내놨다고 한다. 이번 대화는 애초 지난해 말 북미끼리 하기로 추진됐지만, 올 초 우리 측에도 참여 제안이 와 남북미 1.5 트랙 대화의 틀이 갖춰졌다는 게 참석자들 얘기다. 참석자들은 회의 종료 뒤 핀란드 정부 측을 통해 발표문을 내고 “긍정적 분위기 속에서 건설적인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최강일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국장 직무대행은 22일 베이징(北京) 공항에 도착해 3국 간 논의 내용에 대해 "헬싱키에서 다 발표했으니 그것만 보면 된다"고 밝혔다. 최강일 국장대행은 이날 오전 수행원 3명과 함께 핀란드항공 편으로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 도착해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회담 결과를 묻는 말에 이렇게 답하고 곧바로 주중 북한대사관으로 향했다.
회의에는 남북미에서 6명씩 총 18명이 참석했다. 우리 대표로는 김준형 교수와 신각수 전 주일대사, 신정승 전 주중대사, 백종천 세종연구소 이사장,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 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원장, 김동엽 경남대 교수가 참석했고, 미국 측에선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와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대사, 북한 전문가 로버트 칼린 스탠퍼드대 연구원, 존 들루리 연세대 교수, 칼 아이켄베리 스탠퍼드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북한에선 미국통인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국장 직무대행이 미국연구소 부소장 자격으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