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 체제 안전 보장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에 서명·발표했다. 이번 합의문은 핵심 사안인 북한 비핵화 문제에서 9·19 공동성명 등 과거 체결된 합의문 보다 크게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합의문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실천한다는 문구는 아예 빠졌다. 2005년 체결된 9·19 공동성명에서 ‘북한은 △검증 가능한 비핵화 실현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 △조속한 시일 내에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 조치에로 복귀’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는 오늘 주제의 핵심이 아니었다”며 “시간이 없어서 그 단어는 (공동성명에) 다 담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완전한 비핵화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내가 관련 공부를 해봤더니 과학적으로, 기술적으로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 “그 값비싼 ‘전쟁게임’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북한 비핵화의 구체적·가시적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북한이 요구해온 ‘연합훈련 중단’이라는 보상만 줬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공동성명에서 새로운 미·북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노력 북한의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노력 전쟁포로·실종군인 유해 발굴 및 송환 등 4개 항에 합의했다. 두 정상은 “수십년의 양국 간 긴장과 적대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세기적 사건이라는 점을 인정하며 공동합의문의 항목들을 완전하고 신속하게 이행하기로 약속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미·북은 이르면 다음주 중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북 고위급 인사 간 후속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김정은은 공동성명 서명식에서 “지난 과거를 거두고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역사적 서명을 하게 됐다”며 “세상은 아마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판문점 선언’ 때와 마찬가지로 비핵화에 대해선 공개적으로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비핵화 논의를 과거처럼 장기전으로 끌고 가면서 제재 해제 등을 얻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공동성명 문구를 보면 대단히 강력한 (비핵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했다. 그게 무엇인지는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 중단 방침을 밝히면서 “6시간씩 괌에서 비행기가 한국까지 날아오는데 비용이 정말 많이 든다. 한국도 협력하고 있으나 100%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는 군사훈련이 ‘도발적(provocative)’이라고도 했다.
주한미군 문제와 관련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언젠가 그들이 (미국으로) 돌아오길 원하지만, 지금은 논의 대상이 아니다”면서 “미래협상을 봐야 한다”고 했다. 미·북 협상결과에 따라 추후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검토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번 합의문에서 양국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는 내용의 ‘4·27판문점선언 재확인 및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이는 ‘한반도 핵 문제 해결을 위해 6자 회담,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가 이행되도록 노력한다’는 2007년 10·4 선언보다 못하다.
또 이번 합의가 비핵화 보다 북한이 주장해온 ‘대북 적대시 정책과 안보 위협 제거’ 등 북한 체제안전 보장에 우선 순위를 둔 것이라는 비판과 함께 북한 비핵화가 목적이 아니라 미국이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준 격이라는 주장도 있다.
때문에 북한 비핵화에 있어 CVID 단어를 넣지 못한 실망스러운 수준의 합의문이며 이번 합의로 북한 비핵화는 완전히 물건너 갔다는 의견도 있다. 9·19 공동성명에서 비핵화의 주체가 북한임을 명확하게 밝혔지만 이번 합의문에서는 비핵화의 주체가 분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 핵무기 폐기와 함께 남한 내 모든 핵무기·기지 철폐와 검증, 한미연합훈련 중단·축소, 미국 핵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금지,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철수가 포함된다. 트럼프가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이번 합의가 새로운 북미관계 설정을 위한 기초적인 합의이기 때문에 과거 70년 간 쌓여온적대청산 문제 청산을 우선했다는 주장도 있다. 북한의 체제보장과 안전보장, 완전한 비핵화를 서로 약속하고 이행의지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주고 받기를 했다는 것이다.
<미북정상회담 합의문 전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조선인민민주주의 공화국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 성명(6.1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조선인민민주주의 공화국 국무위원장은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첫, 역사적 정상회담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및 지속적이고 강력한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한 사안들에 관해 포괄적이고, 깊이있고 진지한 의견 교환을 이루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DPRK에게 안보 보장 제공을 약속했으며,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확고하고 흔들림 없는 약속을 재확인했다.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이 한반도 및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것이며 상호 신뢰구축이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할 수 있다고 확신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선언하다.
1.미국과 DPRK는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양국 국민들의 바람에 따라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한다
2. 미국과 DPRK는 한반도에 지속적이고 안정된 평화체제 수립을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다.
3. 2018년 4월27일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며,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작업을 할 것을 약속한다.
4. 미국과 북한은 이미 확인된 미군 전쟁포로와 전쟁 실종자 유해의 즉각 송환을 포함해, 유해 수습을 약속한다.
역사적으로 최초인 북미정상회담이 수십년간 지속되어온 양국간 긴장과 적대관계를 극복하는데 있어서, 또한 새로운 미래를 여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획기적 사건임을 인정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이 북미 합의문에 포함된 조항을 완전하고 신속하게 이행해 나간다.
미국과 DPRK는 북미정상회담에서 도출된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이에 상응하는 북한의 고위 관료가 주도하는 후속협상을 가능한한 빠른 시일내에 갖도록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및 한반도 및 세계의 평화, 번영, 안정을 촉진해 나가가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