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강원도 송도원종합식료 공장과 원산영예군인(상이군인) 가방 공장을 현지지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김정은은 송도원종합식료공장을 둘러보고 “인민들 속에서 수요가 높고 좋은 평가를 받는 제품들을 꽝꽝 생산”하고 있다고 평가한 뒤 “앞으로 공장에서 모든 생산공정을 보다 완벽하게 자동화, 무인화, 무균화하기 위한 현대화를 우리의 기술 역량과 우리의 자재, 설비에 의거해 진행함으로써 공장을 국산화, 주체화된 생산기지로 꾸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시찰에는 한광상·조용원 노동당 간부들이 동행했으며, 박정남 강원도당 위원장이 현지에서 영접했다. 김정은은 지난달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과 제3차 방중(訪中) 이후 한 달간 북·중 접경 지역인 평안북도·양강도·함경북도를 잇따라 방문했었다. 그런데 이번엔 국제 관광 도시로 개발 중인 강원도 원산 지역으로 내려간 것이다. 이 기간 중 김정은은 모두 21곳에 대한 현지 시찰을 했다.
김정은의 현지 시찰 동선은 주로 북·중 경협이 가능한 경제개발구와 관광 개발 지역 위주로 이뤄졌다. 대북 제재가 풀릴 것을 가정한 김정은의 경제 개발 구상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2012년 집권 이후 지난해까지 핵·미사일 개발에 올인해온 김정은이 올해부터 북·미 관계 개선을 통한 경제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때문에 그의 현지 지도 동선에 김정은판 ‘신경제 전략’의 구상이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정은이 지난달 말 방문한 평안북도 신도군에는 황금평경제개발특구가 있고, 신의주에는 압록강경제개발구가 있다. 모두 북·중 경협이 가능한 지역이다.
양강도 삼지연군은 북한판 알프스로 불리는 생태 환경 관광지다. 김정은이 시찰한 함경북도에는 청진개발구, 어랑농업개발구, 온성섬관광개발구가 있다. 강원도 원산 지역은 북한이 마식령스키장과 함께 국제관광지구로 개발하는 지역이다.
결국 김정은이 현지 시찰 과정에서 간부들을 질책하면서 기강을 바로잡으려는 의도도 있지만 현장 상황을 파악하려는 데 더 큰 목적이 있어 보인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이 순항할 경우 이 지역들에 외국의 투자를 받아 개발할 수 있는지를 직접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의 잇단 지방 시찰엔 경제 성과 부진에 대한 조급증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9월 9일 정권 수립 70주년을 맞으며 주민들에게 보여 줄 실질적 경제 성과가 급하지만 미국의 대북 제재로 상황이 풀리지 않게 되자 직접 시찰에 나선 것이다.
김정은의 강원도 시찰엔 부인 리설주도 동행했다. 가족이 원산 특각(별장)에서 여름 피서를 겸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리설주를 기존의 ‘여사’ 대신 ‘동지’로 호칭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리설주 여사를 동지로 호칭해오던 북한 매체는 올 초부터 ‘여사’로 호칭하기 시작했다. 김여정처럼 리설주도 정치 활동 전면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