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31일 대북 특사 파견을 전격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사절단을 9월 5일 평양에 보내서 9월 중순으로 예상되는 남북 정상회담 성사 문제 등을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미·북이 비핵화와 종전 선언의 선후(先後) 관계를 놓고 갈등을 빚으며 대화를 잠정 중단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대북 특사가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리 측의 특사 파견 제안에 북한이 신속하게 수용 의사를 밝힌 것은 남북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취소하고 남북 교류 사업에 제동을 걸며 북한의 ‘선(先) 비핵화’를 압박하는 가운데 남북은 출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문 대통령은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 관계 발전은 북·미 관계 진전의 부수적 효과가 아니다”며 미·북 비핵화 협상의 속도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4·27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종전 선언과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 등을 연내(年內)에 성사하겠다는 목표도 분명히 했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 방북이 취소된 이후 미국이 대북 제재 유지를 더욱 강조하면서 우리 정부가 추진하려던 사업은 모두 연기 내지는 중단됐다. 이런 상황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북한도 마찬가지다. ‘선(先) 종전 선언’을 주장하다가 미국과의 대화가 막혀버린 북한은 최근 우리 측에 줄곧 판문점 선언 이행을 채근해 왔다. 이런 가운데 파견되는 대북 특사는 우선 남북 정상회담 일정·의제·내용 등을 조율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 관계와 미·북 관계가 맞물려 있고 남북 정상회담 합의 사항도 도출해야 하는 만큼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및 비핵화 문제도 이 과정에서 논의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직후인 9월 말 유엔 총회를 참석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유엔 총회 참석이나 남·북·미·중 4자 종전 선언 구상 등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특사 파견 시점이 북한의 9·9절(정권 수립 70주년) 직전이란 점은 우려를 낳고 있다. 북한은 대규모 열병식과 집단 체조 공연 등을 준비하며 각국 정상과 고위급 인사를 초청하고 있다.
“혹시 대북 특사가 9·9절까지 머물 가능성이 있는가?”란 질문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9월 5일에 (북한에) 들어가는데 9일까지 있기는 좀 멀지 않나”라고 답했다. 우리 특사가 9·9절 행사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9월 중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일정을 감안하면, 9·9절을 사이에 둔 우리 측 인사의 잇따른 방북이 북 체제 선전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북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이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불만 수위를 높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