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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정세

남북관계와 북한정세를 심층 분석합니다.
북한의 공간문헌과 정보를 분석하여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정책방안을 제안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제사회가 자신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는 것에 서운해하면서도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변함없다”고 말했다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6일 전했다. 정 실장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 자격으로 평양에 올라가 김정은을 만나고 돌아왔다. 정 실장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방북 결과 브리핑을 갖고 김정은의 발언을 자세히 소개했다. 정 실장에 따르면, 김정은은 “(조선반도) 비핵화 의지가 분명하다. 여러 차례 분명하게 천명했다”며 “비핵화에 필요한 조치들을 선제적으로 실천해왔는데 이런 선의를 선의로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언급한 ‘선제적 비핵화 조치’란 지난 5월 일부 외신 기자를 초청해 실시한 함북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6·12 미·북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속한 평북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쇄를 가리킨다. 정 실장에 따르면, 김정은은 “풍계리는 갱도의 3분의 2가 완전히 붕락해서 핵실험이 영구적으로 불가능하다”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실험장도 조선의 유일한 실험장이며, (실험장 폐쇄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실험의 완전 중지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김 위원장은 이 두 가지가) 매우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조치인데도 국제사회의 평가가 인색한 것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김정은의 이 같은 인식은 국제사회의 일반적 평가와는 거리가 있다. 외교 소식통은 “안 하는 것보단 낫지만 핵시설과 핵물질의 신고·검증·사찰이란 비핵화의 본질과는 무관한 지엽적 조치들”이라며 “전문가들을 배제해 불가역적 불능화·폐쇄가 됐는지 검증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정 실장이) 북한의 일방적 주장을 여과 없이 전달한 것은 우리 정부가 북한의 주장에 묵시적으로 동조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우리가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의 중재자가 아니라 김정은의 메신저가 된 것 같다”고 했다.

김정은은 또 “비핵화 결정에 대한 나의 판단이 옳았다고 느낄 여건이 조성되기를 희망한다”며 이와 관련해 미국에 메시지를 전해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정 실장이 소개했다. 다만 정 실장은 메시지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신뢰’도 강조했다고 한다. 정 실장에 따르면, 김정은은 지난달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이 무산된 것을 거론하며 “최근 조·미(朝美) 협상에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그럴 때일수록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참모는 물론이고 그 누구에게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이야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특별히 강조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8시(한국 시각)쯤 트위터에 “김 위원장에게 감사하다”며 “우리는 그것(비핵화)을 함께 해낼 것”이라고 썼다. 외교관 출신 탈북자 A씨는 “트럼프 대통령 한 사람의 마음만 사로잡으면 된다는 계산이 엿보인다”며 “미·북 대화의 판을 깨지 않으면서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는 최대한 미루겠다는 속내 같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 관영 매체들은 미국 정부의 대북 제재 유지 기조와 트럼프 행정부 내 ‘대북 매파’를 맹비난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 감추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전날 정 실장으로부터 문 대통령의 친서를 받고 “훌륭한 친서를 보내준 데 대해 사의를 표한다”며 “역사상 처음으로 열린 조·미 수뇌 상봉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바친 성심과 노고를 높이 평가하며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일 방북한 우리 특사단에 “종전 선언이 주한 미군 철수나 한·미 동맹 약화와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6일 전했다. 정 실장은 이날 “(김 위원장이) ‘종전 선언을 하게 되면 한·미 동맹이 약화한다’ 또는 ‘주한 미군을 철수해야 한다’ 하는 것들은 종전 선언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저희에게 표명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요구하는 종전 선언을 받아줄 경우 주한 미군 철수, 나아가 한·미 동맹 해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남한 내 우려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종전 선언에는 1953년 정전협정 이후 65년째인 전쟁 상태를 끝내는 의미가 담기지만 조약이나 협정이 아니기 때문에 국제법적 구속력은 없다.

일종의 정치적 이벤트지만 북한은 이에 상당히 집착하고 있다. 지난 4일 북한 외무성 산하 군축 및 평화연구소의 김용국 소장은 “당사국들의 정치적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종전 선언부터 채택하여 전쟁 상태부터 끝장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문제는 종전 선언이 다음 단계인 평화협정 체결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평화협정 체결은 군사분계선(MDL)과 유엔군사령부를 포함한 정전협정 체제의 해체라는 실질적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김정은이 ‘종전 선언은 한·미 동맹과 상관없다’고 한 발언은 정교히 계산된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정의용 실장은 이날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가 분명하다고 여러 차례 천명했다”고 했다. 북한의 주장대로 비핵화에 관한 북한의 진정성을 믿고 가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하지만 최근 미국 내에선 북한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풍계리 폭파 등 이벤트만 했을 뿐 실질적 비핵화 조치는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 우리 정부가 내놓은 ‘핵 리스트 제출-종전 선언 동시 이행’ 카드에 대해서도 회의론이 적잖다. 북이 핵리스트를 내놓더라도 이게 맞는지 검증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미국의 핵 전문가들은 “북한의 경우 핵무기를 얼마나 갖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이란보다 훨씬 더 강력한 검증 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미측은 일단 오는 18~20일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에게 추가적인 비핵화 카드를 받아내기를 바라고 있다는 얘기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일 밤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과 미국 양쪽을 대표하는 협상가, 치프 네고시에이터(chief negotiator), 수석 협상가가 돼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의 발언은 문 대통령의 역할을 인정하면서도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관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그 책임을 우리 측에 지울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비핵화 협상이 지연될 경우 미·북 사이에 끼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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