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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정세

남북관계와 북한정세를 심층 분석합니다.
북한의 공간문헌과 정보를 분석하여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정책방안을 제안합니다.



북한이 비밀리에 미사일 기지를 운영하는 사실이 드러났다.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12일(현지시간) 북한이 비밀 미사일 기지 13곳을 운용 중이라고 밝힌 데 이어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이 16곳의 탄도미사일 기지를 비밀리에 운영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미 NBC 방송은 북한의 중국 접경지 내륙의 영제동 근처에 최장거리 미사일 기지가 있는 것을 미국 민간 연구단체가 위성영상 사진을 통해 확인했다고 이날 전했다.

CSIS가 보고서에서 밝힌 북한 삭간몰 미사일 기지 등 13곳은 미 정보기관이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탄도미사일 능력을 지속해 증강하고 있는 것은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NYT가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미국 조야에서 북·미 협상 무용론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일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차 정상회담 개최 계획을 취소하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상원 외교위 동아태 소위 민주당 간사를 맡은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 의해 놀아나고 있다”면서 “김씨 정권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분명한 행동을 취하기 전까지 회담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12일(현지 시각) 북한 미사일 문제를 엄중히 인식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날 국무부가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한 약속에는 완전한 비핵화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폐기가 포함된다”고 강조한 것은 사실상 북한 미사일 프로그램의 신고·폐기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가 이날 “북한은 (삭간몰 기지 등을) 폐기하겠다고 약속하거나 (폐기 관련) 어떤 협정도 맺은 적이 없다”고 한 것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미 일각에선 “CSIS가 민간 싱크탱크이지만, 대북 제재·압박을 원하는 미 정보 당국과의 교감 속에 이번 보고서를 발표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번 보고서로 핵을 탑재할 수 있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전반이 미·북 협상 의제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미국은 그간 미 본토에 위협이 되는 ICBM 폐기·반출에 집중해 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5월 “미국의 이익은 북한이 LA·덴버 등으로 핵무기를 발사하는 것을 막는 데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CSIS가 지목한 삭간몰 기지는 2016년 북측이 동해 상으로 스커드·노동 미사일 8발을 발사한 곳이다. 북은 이곳에서 핵 탑재가 가능한 단거리·준중거리 미사일을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거리가 짧은 탄도미사일까지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민주당을 중심으로 미 의회에서 협상의 허들 자체를 높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호아킨 카스트로 하원 외교위 소속 민주당 하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위협을 없애고 있다는 확언을 이쯤에서 끝내야 한다”며 “북핵 위협은 더 악화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전직 미 외교 당국자들도 ‘미·북 정상회담 회의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이날 VOA(미국의소리) 방송에 “미 당국자 누구도 미·북 협상을 낙관한다고 말하는 것을 듣지 못했다”며 “미·북 정상회담에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했다.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세바스찬 고르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도 “북핵 협상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관리들은 북한과의 진전이 대통령의 희망처럼 순조롭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했다.

이번 보고서를 계기로 미국 내에선 핵·미사일 신고 없는 북한의 ‘셀프 비핵화’를 향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북측의 미사일 기지 운용 자체가 ‘핵 신고 없이 완전한 비핵화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근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CFR) 회장은 이날 트위터에 “북한의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 제재 완화를 대가로 줘야 한다는 한국의 생각이 실현될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무엇을 가지고 있고,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비핵화를 위한 타임라인과 단계적인 조치, 검증 절차를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핵 신고를 뒤로 미루고 미측이 상응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접근을 정면 비판한 것이다.

핵 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연구원은 WP(워싱턴포스트)에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겠다고 제안한 적이 없기 때문에 김정은은 어떤 약속도 깨지 않았다”며 “김정은이 트럼프를 기만한 게 아니라 트럼프가 자기 자신을 속인 것”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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