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반도정세

남북관계와 북한정세를 심층 분석합니다.
북한의 공간문헌과 정보를 분석하여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정책방안을 제안합니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7일(현지 시각)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 경협에 대해 '제재 면제를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한 마디로 "아니다(No)"라고 답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8일 국제 제재 틀 안에서 개성공단 재개 방안을 미국과 협의하겠다는 방침을 또다시 밝혔다.


미 당국자가 이날 30분간 진행된 북핵 관련 국무부 브리핑에서 단답형으로 "No"라고 짧게 답한 것은 이 질문이 유일했다. 그만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 부정적이란 뜻이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이도훈 한반도평화본부장과 미·북 정상회담 후속 대책 및 대북 제재 문제에 대해 논의한 이후에 나온 입장이다.


gaeseng.jpg


개성공단 전경 [출처 : 통일뉴스]


그는 "트럼프 행정부 내 누구도 단계적 (비핵화) 해법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대북 제재 해제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오히려 "제재를 확대할지에 대해서는 궁극적으로 대통령의 결정에 달린 것"이라며 제재 강화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 등과 관련해 "조금 실망스럽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지켜보자. 약 1년 내에 알게 하겠다"고 했다. 올해 안에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한 뒤 대북 압박 강화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오전에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한다면 매우 실망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개성공단 재개에 대해 "유엔 제재의 틀 안에서 검토하고 미국과도 협의하겠다"고 했다. 미국이 '노'라고 한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 개성공단 추진 의지를 밝힌 것이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도 이날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 "노력해야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제재를 허물지 않고는 개성공단 재개가 어려운데도 정부가 계속 추진 의사를 밝히면 미국과 갈등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 미국이 명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도 우리 정부는 계속해서 이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잡아두기 위해 어떻게든 미국을 설득해 제재 완화를 받아내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태도가 북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필수적인 한·미 공조 틀을 오히려 깰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프로세스가 긍정적 방향으로 진척되고 있으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은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개성공단 재개에 대해 "유엔 제재의 틀 안에서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했다. 그는 "비핵화를 했을 때 북한에 어떤 혜택이 갈 것이라는 것을 그림으로 그릴 수 있는 차원에서 (미국에)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 및 국제사회 흐름에 역주행하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미 조야(朝野)에서는 연일 대북 제재 강화론이 나오는데, 우리만 남북 경협은 예외로 하자고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와 미 의회는 한목소리로 '전면적 비핵화 합의 후 제재 완화'를 얘기하고 있다. 남북 경협을 위해 제재를 허물자는 우리 정부의 주장에 미국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의 역주행은 남북 경협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추동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확고한 방침에서 비롯됐다. 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방안을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북·미 대화는 재개될 것이며 남북 경협은 북한 비핵화를 유도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2017년 비핵화 남북 대화를 제안했던 '베를린 구상'이 미·북 대화로 이어졌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북한을 대화에서 이탈하지 않게 만들겠다는 청와대의 계산도 들어 있다. 남북 경협을 이행해야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도발로 회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최근 "어렵게 여기까지 왔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간"이라고 했다. 북한에 제재 해제라는 선물을 주지 않으면 남북 대화는 물론 미·북 대화 역시 단절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북 제재 틀을 유지하는 가운데 경협을 추진하는 것은 애초에 가능하지 않은 대안이라고 보고 있다. 개성공단을 푸는 것 자체가 대북 제재의 핵심 틀을 무너뜨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코리 가드너 미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 소위원장은 7일(현지 시각) 워싱턴 DC에서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할 때까지 우리는 완벽한 제재 이행과 강력한 군사 태세, (북한) 체제 고립 등을 포함한 최대 압박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고 했다. 그가 맡고 있는 미 상원 동아태 소위원장은 미국의 대북 정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다. 그는 "나의 핵심 메시지는 미 행정부, 특히 평양의 뚜렷한 행동 변화가 없음에도 남북 협력 증진의 명분을 열심히 추구하려는 우리의 친구 한국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가드너 의원은 또 북한에 억류됐다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언급하면서 북한에 대해 "세계 최고의 인권 침해국"이라며 "대화는 열려 있지만, 인권 존중과 비핵화 없이는 관계 정상화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단순히 비핵화뿐 아니라 인권 개선까지 있어야 관계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공화당 중진인 테드 크루즈 상원 의원은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이제 미국은 김정은과 그의 억압적 정권에 대한 최대 압박을 계속 벌여야 한다"며 "완전하고 총체적인 비핵화를 압박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의 공화·민주당은 '전면적 비핵화 합의 이후 제재 완화'에 일치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밥 메넨데즈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에서 북한의 진정성과 관련해 "여전히 비관적"이라고 했다. 에드워드 마키 민주당 상원 의원은 "미국의 실무협상팀이 북한과의 논의를 최대한 빨리 재개해 북한에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 재건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SITE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