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재건 움직임이 나오자 미국에서 북한 비핵화 협상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내 대화파들조차 대북 제재 유지를 강조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북한의 미사일 발사장 재건과 관련해 "만약 그(북한 김정은)가 서로의 이해에 부합하지 않는 어떤 것을 한다면 나는 부정적으로 놀랄 것"이라며 "만약 (미사일) 시험이 있다면 매우 실망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실망스러울 것"이라고 발언한 것은 이날로 연속 사흘째다. 그만큼 북한의 미사일 시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의 대표적 대화파로 꼽히는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사는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2차 정상회담을 통해 대북 제재가 북한의 아픈 곳을 찌른다는 것이 드러난 지금 굳이 제재 완화라는 당근을 북한에 줄 필요가 없다"며 "오히려 대북 제재는 최소한 현재 수준을 유지해야만 협상의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도 "한국 정부가 대북 제재 완화를 암시하거나 미국이 제재 강화를 위협하는 것 모두가 (비핵화란)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8일 미국 평화연구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 북한 비핵화가 가능하다'는 국무부 관리 발언에 대해 "(2차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 간 합의문도 도출하지 못한 상황에서 비핵화 목표를 단기간 내에 달성하겠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2차 회담 결렬 등으로 가장 타격을 입은 사람은 '중재자'를 자임했던 문재인 대통령이란 평가도 나왔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 군축담당 특보는 지난 6일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하노이 회담의 가장 큰 패배자는 시작 전부터 너무나 많은 것을 걸었던 문재인 대통령"이라며 "남북 경협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행보는 미국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로켓 제조 시설인 평양 인근 산음동 미사일 종합연구단지에서 로켓을 만들어 이동시키는 듯한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미국 공영 라디오 NPR과 CNN이 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북한은 자신들이 '인공위성용'이라고 주장해온 은하·광명성 로켓뿐만 아니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형을 산음동에서 제작해 왔다. 최근 동창리에서 로켓 시험 발사를 준비하는 동향이 포착된 데 이어 로켓 생산 공장인 산음리에서 이상 동향이 동시에 포착된 것이다. 이번 움직임은 과거 북한의 ICBM·로켓 시험 발사 직전의 상황과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NPR이 공개한 민간 위성사진에 따르면 산음동 단지 내에는 로켓 부품을 나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트럭들이 서 있고, 로켓 부품을 동창리로 나르는 데 사용되는 열차가 2㎞ 북쪽의 간이역에 정차한 모습이 포착됐다. 철로 쪽에는 두 대의 크레인도 서 있었다.
위성사진을 분석한 미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프로그램 제프리 루이스 소장은 "모든 것을 종합해 보면 북한이 로켓을 만드는 과정처럼 보인다"며 "열차 환승 지점에서 많은 활동이 포착되고 있다"고 했다. 북한 전문가 멜리사 해넘은 "위성사진을 보면 열차가 역을 떠났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열차 안에 무엇을 실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밝혔다.
북한의 이런 움직임은 지난 2012년 2·29 합의 이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상황과 유사하다. 당시 북한은 미국과 핵·미사일 실험 중단 합의를 한 뒤 한 달여 만에 '은하 3호'를 쏘아 올렸다. 실제로 북한은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핵·미사일 시험 재개를 시사하는 '제3의 길'을 수차례 강조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6일 노동당 선전일꾼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우리 국가에 대한 제국주의자들의 날강도적인 전쟁 위협이 무용지물로 된 것처럼 극악무도한 제재 압살 책동도 파탄을 면치 못하게 되어 있다"고 했다.
한편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할 경우 미국인 3분의 2 이상이 협상 중단을 원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스콧 세이건 스탠퍼드대 교수와 벤저민 발렌티노 다트머스대 교수는 8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핵을 가진 북한과 살기'란 칼럼에서 자신들이 지난달 여론조사 회사 유고브에 의뢰해 미국인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북핵 관련 여론조사를 소개하면서 이 같은 결과를 전했다. 두 사람은 '3분의 2 이상'이라고 했지만 응답자의 몇 %가 이런 답변을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조사 시점도 밝히지 않았다.
이 조사에서는 '북한이 한국을 공격할 경우 미국이 북한을 공격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65%에 달했다. 또 천안함 폭침과 같은 상황을 가정해 '미군 함정이 북한의 공격을 받아 해군 46명이 숨졌을 경우'에 대한 대응을 물었을 때 응답자의 52%가 북한에 대규모 재래식 공격을 하는 것에 동의했다. 응답자들에게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해 수십만명의 미국인이 숨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지했지만 미국인의 절반 이상이 대규모 보복 공격에 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