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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정세

남북관계와 북한정세를 심층 분석합니다.
북한의 공간문헌과 정보를 분석하여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정책방안을 제안합니다.

김정은(얼굴) 북한 국무위원장이 23일 금강산관광지구를 시찰하면서 “보기만 해도 기분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라”고 지시했다. 또 김 위원장은 “금강산 관광을 남측과 함께 진행한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됐다”면서 ‘자력갱생’ 기조에 따라 금강산지구 재건설에 들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남측 시설 철거와 관련해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하라”고 밝혀, 향후 남북 실무협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은 이날 김 위원장이 금강산 일대 관광시설을 현지지도하면서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금강산이 10여 년간 방치돼 흠이 남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시찰에는 4개월간 북한 매체에 등장하지 않았던 부인 리설주와 장금철 신임 통일전선부장이 동행했으며, 김여정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모습도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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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땅이 아깝다”면서 “국력이 여릴(약할)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이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결정한 남북경협사업인 금강산 관광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이는 남북 정상이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한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가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불만을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남측의 대북제재 해제나 미·북 비핵화 협상이 진전이 없다면 지난 16일 백두산 등정 당시 밝힌 ‘자력갱생’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남측 시설 철거 과정에서 “남측과 합의하라”고 지시하고, “세계적인 관광지로 훌륭히 꾸려진 금강산에 남녘 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남북 실무접촉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정은이 철거를 지시한 금강산 내 남측 시설은 고성항과 호텔 해금강, 금강산 호텔 등 무려 13곳에 달한다. 금액으로 환산해도 그 가치가 수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 관광객 박왕자 씨 피격 사건으로 중단된 금강산 관광은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평양공동선언에서 언급되면서 한때 재개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김 위원장의 철거 지시로 관광 재개 가능성은 더욱 불투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아산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현대아산이 소유한 북한 소재 유형 자산 규모는 566억 원에 달한다. 호텔 해금강과 금강산 옥류관 등은 현대아산이 건설, 소유하고 있는 대표적 시설이다. 금강산 호텔은 북한 소유지만 현대아산이 운영해 왔다. 현대아산이 투자한 금액만도 금강산 일대 토지임대, 개발사업권 등의 명목으로 4억8000만 달러(약 5414억 원), 시설투자로 2268억 원에 달한다. 금강산 문화회관은 한국관광공사 소유다. 이외에도 아난티는 금강산 관광지구에 골프장과 리조트 운영권을 갖고 있다. 2008년 850억여 원을 들여 고성항골프장과 리조트를 지었지만, 개장 두 달 만에 운영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1989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방북해 ‘금강산관광 개발의정서’를 체결하며 첫발을 디딘 금강산 관광은 1998년 11월 시작됐지만 이후 남북관계 부침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자였다. 2003년 육로 관광길이 열리고 2005년 누적 관광객이 10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지만, 2008년 박왕자 씨가 북한 초병에게 피격, 사망하면서 관광은 전면 중단됐다. 특히 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하여 금강산이 10여년간 방치되어 흠이 남았다고, 땅이 아깝다고, 국력이 여릴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되었다고 심각히 비판했다”고 전했다.


3대 세습 중인 김 위원장이 아버지 김정일 집권 시기 현대그룹과 함께 추진한 금강산관광 사업을 비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북한은 지난해 9월 남한과 평양공동선언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의 우선 정상화’에 합의한 이후 남측을 향해 이들 사업의 재개를 꾸준히 촉구해 왔다. 또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없이”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남측이 대북제재 등을 이유로 재개에 나서지 않자 남측 시설 철거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이번 남측 시설 철거 지시는 김 위원장이 최근 백두산에서 승마하는 모습을 연출하며 중대 결심을 암시한 이후 처음 나온 강경 조치라는 측면에서 향후 추가 조치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미 실무협상이 궤도에 오르지 못하면서 미국에 대한 직접적 압박 대신 남한을 압박하는 우회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 위원장은 금강산관광지구총개발계획을 새로 수립하고 고성항, 해금강 등 인근 관광지구를 3∼4단계 별로 건설할 것을 지시했다. 지구마다 현대적 호텔과 여관, 파넬숙소(고급별장식 숙소), 골프장 등 시설을 짓고 인접한 비행장과 관광지구까지 연결되는 철도를 건설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현재 북한의 경제 여력이 기존 시설을 철거하고 새로운 대규모 시설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도 제기된다. 특히 남한이 금강산에 지은 시설은 국내 유명 건축가의 설계 등으로 이뤄져 건축학계에서 미학적으로도 인정받는 건물이 많은 만큼 북한의 이번 주장이 대남 압박을 위한 카드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날 현지지도에는 장금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김여정·조용원·리정남·유진·홍영성·현송월·장성호를 비롯한 당 간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마원춘 국무위원회 설계국장 등이 수행했다. 최근 넉 달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리설주의 모습도 사진에서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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