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이 비핵화협상과 관련해 올해 안으로 미국이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지켜보겠다는 발언을 한 데 이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실무협상을 지휘했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까지 나서 미국에 시한을 거듭 상기시켰다.
27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부위원장은 이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낸 담화에서 “최근 미국이 우리의 인내심과 아량을 오판하면서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더욱 발광적으로 매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는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조직이며, 북한이 미국 등 미수교국, 남한과 관계개선에 활용해온 창구다. 김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분으로 북미(조미)관계가 유지되는 거라면서, “모든 것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자기 대통령과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과의 개인적 친분관계를 내세워 시간 끌기를 하면서 이 해 말을 무난히 넘겨보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망상”이라고도 지적했다.

김영철은 “조미 수뇌들 사이의 친분관계는 결코 민심을 외면할 수 없으며 조미관계 악화를 방지하거나 보상하기 위한 담보가 아니다”라면서 “조미관계에서는 그 어떤 실제적인 진전이 이룩된 것이 없으며, 지금 당장이라도 불과 불이 오갈 수 있는 교전관계가 그대로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나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벗도 없다는 외교적 명구가 영원한 적은 있어도 영원한 친구는 없다는 격언으로 바뀌지 않기를 바란다”고 우회적으로 경고했다.
김 부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북미 대화 국면을 유지하는 원동력이었던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분이 향후 흔들릴 수 있다는 암시이자, 미국 태도변화 촉구의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는 김 외무성 고문이 지난 24일 담화에서 “의지가 있으면 길은 열리기 마련”이라며 “우리는 미국이 어떻게 이번 연말을 지혜롭게 넘기는가를 보고 싶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과의 협상 시한을 올 연말로 못 박았다. 당시 김 위원장은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처음 공개석상에 나와 “미국이 어떤 자세에서 어떤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는가에 달려있다”며 “어쨌든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 볼 것”이라고 미국의 전향적인 태도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