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당국이 이달 중 예정됐던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전격 연기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 공군 및 반항공군의 ‘2019전투비행술경기대회’를 참관했다고 북한 관영 매체들이 17일 보도했다. 북한 외무성은 17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지난 14일 ‘유엔총회 제74차회의 3위원회’에서 채택된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 “배후에 미국이 서 있다”며 “우리는 이런 상대와 더이상 마주앉을 의욕이 없다”고 했다. 한미가 이렇게 성의를 보였는데도 북한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것과 관련 대화 판을 아주 깨겠다는 것보다 ‘협상 주도권 잡기’ 차원, ‘미국 길들이기 차원’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김정은의 이번 ‘2019전투비행술대회’참관은 한미의 연합공중훈련 중단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앞서 한미는 이달 중 ‘비질런트 에이스’ 보다 규모가 축소된 대대급 이하의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김정은이 위원장으로 있는 북한 국무위원회가 지난 13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한미 연합공중훈련계획과 관련 “더는 수수 방관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이에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즉각 13일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위해 연합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며 훈련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14일 담화에서 “미국이 남조선과의 합동군사연습에서 빠지든가 아니면 연습자체를 완전히 중단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하고 싶다”고 했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북한과의 외교적 대화를 이어가기 위한 한미의 양보로 볼수 있다”며 “한미 연합공중훈련 중단이 사실상 김영철의 말대로 돼버린 상황이 됐다”고 했다. 한미의 이 같은 양보에도 김정은은 16일 지난해 건너 뛰었던 전투비생술대회를 보란 듯이 참관했다. 김정은은 2014년 ~ 2017년까지 전투비행술경기대회에 참석했으나, 지난해 ‘평화공세’를 펴면서 훈련 참관은 물론 행사 보도 자체가 없었다. 조선중앙통신은 17일 “모든 비행기에 최대무장을 적재하고 비행지휘성원들의 편대지휘로 목표물에 대한 폭격 비행과 사격 비행을 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고 했다. 이를 두고 ‘한미연합 공중훈련 대응용’이란 분석이 나왔다.
최진욱 전 통일연구원장은 “미국이 연합훈련을 중단하는 등 북한의 압박에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하자 북한은 더 기고만장해 졌다”며 “북한이 올해 5월부터 이스칸데르급 미사일 및 대구경방사포 실험 등을 강행해도 한미가 도발이 아니라고 평가하자 대놓고 도발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미 당국이 이달 중 예정됐던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전격 연기하기로 결정하면서 미북 실무회담 추진엔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지난 14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차관보가 최근 먼저 미북 회담을 제의한 것을 흘리며 협상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다만 스틸웰 미 국무부 15일(현지 시각) 북한 핵문제의 “외교적 해결 공간이 닫히고 있다”며 중국의 대북 제재 이행 등 협력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 외무성은 17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지난 14일 ‘유엔총회 제74차회의 3위원회’에서 채택된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 “신성한 우리 공화국을 국제형사재판소따위와 련결시키고있는 미국과 마주앉을 필요는 더더욱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조미(북미)대화가 열린다고 해도 우리와의 관계개선을 위해 미국이 적대시정책을 철회하는 문제가 대화의제에 오른다면 몰라도 그전에 핵문제가 론의되는 일은 절대로 없을것”이라고 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대북경제제재 해제와 한미군사훈련 중단 및 전략무기의 한반도 반입 금지 등 군사문제에 이어 북한인권 문제 불개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며 “탄핵으로 정치적 위기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해 연말까지 더 큰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의도”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