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3일 북한의 초대형방사포 발사 시험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힌 청와대를 향해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고 비난했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은 이날 제1부부장 자격으로 발표한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는 제목의 담화를 통해 전날 김정은 지도 아래 강원도 원산에서 동해로 초대형 방사포 2발을 발사한 데 대해 "군대에 있어 훈련은 주업이고 자위적 행동"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청와대는 전날 북한의 방사포 발사에 대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관계 부처 장관 회의를 열고 "군사적 긴장을 초래하는 행동으로 강한 우려를 표명한다"면서 중단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김여정이 직접 나서 비난하고 나온 것이다. 김여정은 이날 담화에서 청와대를 향해 "저능한 사고방식" "세살 난 아이들"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 "내뱉는 한마디한마디, 하는 짓거리 하나하나가 다 구체적이고 완벽하게 바보스럽다" 같은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또 "청와대의 이러한 비논리적인 주장과 언동은 개별적인 누구를 떠나 남측 전체에 대한 우리의 불신과 증오, 경멸만을 더 증폭시킬 뿐"이라며 "우리와 맞서려면 억지를 떠나 좀 더 용감하고 정정당당하게 맞설 수는 없을까"라고도 했다. 김여정이 직접 나서 청와대나 한국 정부를 비난한 것은 처음이다. 김여정은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한국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만났다. 이후 그해 4월 판문점 1차 남북 정상회담과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작년 6월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담 때도 문 대통령을 만났다.
정상회담에서도 부드러운 언사를 사용하며 대남 유화적인 인물로 꼽히던 그가 자기 이름으로 청와대를 맹비난하는 담화를 낸 것이다. 김여정은 이날 담화에서 문 대통령에 대해 "정말 유감스럽고 실망스럽지만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이 아닌것을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김여정은 한·미 연합 훈련과 스텔스 전투기 F-35 도입에 대해서도 비난했다.
김여정은 "남측도 합동군사연습을 꽤 즐기는 편으로 알고 있으며 첨단 군사 장비를 사오는 데도 열을 올리는 등 꼴보기 싫은 놀음은 다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몰래몰래 끌어다놓는 첨단 전투기들이 어느 때든 우리를 치자는데 목적이 있겠지 그것들로 농약이나 뿌리자고 끌어들여왔겠는가"라고 했다. 또 "3월에 강행하려던 합동군사연습도 남조선(한국)에 창궐하는 신형코로나비루스(우한 코로나)가 연기시킨 것"이라며 "그 무슨 평화나 화해와 협력에 관심도 없는 청와대 주인들의 결심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했다.
김여정이 대남 비난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동안 한국 정부에 대한 비난 담화는 김정은 외교라인 핵심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나 김계관 외무성 고문이 나섰다. 김여정이 자기 이름으로 대남 선전전에 나선 적은 없다. 북한 정권 내에서 김여정의 위상이나 역할이 단순 백두혈통 '공주' 수준을 넘어 2인자 반열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들어 김여정의 북한 권력 내 위상이 강화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김여정은 현재 공식 직함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으로만 발표됐지만 당 핵심 기관인 조직지도부를 지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최근 리만건 조직지도부장이 공개 해임된 뒤 사실상 조직지도부 1인자가 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김여정은 최근 조직부 소회의실에서 조직지도부 전당부문 각급 기관의 당위원회 책임 간부들이 참가한 비상회의를 주관하고 지난해 말 열린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과업을 관철하기 위한 '충성의 결의모임 결정서'와 '충성의 편지'를 올리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여정이 노동당 각 기관의 간부들을 모아놓고 회의를 주재했다는 점에서 지난해 말 열린 나흘간의 당 전원회의 이후 그의 당내 입지와 역할이 한층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김여정의 북한 권력 내 위상과 역할 강화는 미·북 화해 무드가 다시 긴장 국면으로 전이된 상황에서 백두혈통 중심의 체제 공고화를 노린 것이란 관측도 있다. 올해 초 남편 장성택 처형 후 6년간 은둔해온 김정은의 고모 김경희가 공개석상에 등장한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김여정이 청와대의 유감 표명 하루만에 실명(實名) 담화를 발표하고 나온 것도 이례적이다. 김여정의 비난 담화는 역설적으로 한국 정부에 대한 북한의 엄청난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