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9일 정오부터 남북 간 모든 통신·연락선을 완전히 차단·폐기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6월 9일 (낮) 12시부터 북남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유지해 오던 북남 당국 사이의 통신연락선, 북남 군부 사이의 동서해통신연락선, 북남통신시험연락선,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와 청와대 사이의 직통통신연락선을 완전 차단·폐기하게 된다”고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지난 8일 대남 사업 부서 사업총화회의에서 이런 지시를 내렸다고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배신자들과 쓰레기들이 저지른 죗값을 정확히 계산하기 위한 단계별 대적사업 계획들을 심의했다”면서 “우선 북남 사이의 모든 통신 연락선들을 완전 차단해버릴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고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남조선 당국과 더이상 마주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통신연락선 차단·폐기는) 남조선 것들과의 일체 접촉공간을 완전격폐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없애버리기로 결심한 첫 단계 행동”이라고도 했다. 통신·연락선 폐기 이후 추가적인 조치도 시사한 것이다. 북한은 9일부터 남북 간 통신·연락선의 완전 차단과 함께 ‘대남사업’을 ‘대적 對敵)사업’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내부적으로 사용하던 ‘대적사업’이라는 용어를 공개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사실상 남한을 대화의 상대에서 적으로 규정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대북제재와 ‘코로나 19’사태 장기화로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은 북한이 고조되는 주민 불만과 사회적 동요를 대남적개심으로 전환시켜 체제위기를 극복하려는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대적사업의 첫단계 조치로 남북 통신선을 차단한 북한이 단계적으로 대남도발의 수위를 높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영철과 김여정이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전환한 것과 관련해 “지넌 8일 대남사업 부서 사업총화 회의에서 이런 지시를 내렸다”며 “남조선 당국과 더 이상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했다. 김영철·김여정은 2018년 평창올림픽 때 서울에 내려와 남북대화의 물꼬를 튼 주역들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들을 내세워 2년 만에 남북대화 국면에서 적대국면으로 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다른 문제도 아닌 그 문제(최고 존엄 모독)에서만은 용서나 기회란 있을 수 없다"며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해주어야 한다”고 했다.
북한의 대남 강경 행보는 지난 4일 ‘전단 살포 저지법’ 제정을 주장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의 ‘담화 이후 강화되는 추세다. 김여정 담화 직후인 5일 노동당 통일전선부 대변인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결단코 폐지하겠다”고 했다. 북한은 또 평양과 지방에서 각계층 간부와 주민·학생을 동원해 김여정 담화를 지지하는 대남 규탄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북한은 8일 오전에는 남북연락사무소 통화에 응답하지 않다가 오후엔 응답했다. 이를 두고 남한에 혼란을 주기 위한 교란전술을 구사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김여정의 담화 이후 정부와 여권은 ‘김여정 하명법’이라는 야권의 비난 속에서도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 제정’ 움직임을 보이는 등 비위 맞추기에 나섰지만 북한의 대남 비난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북한 당국이 민감한 대북 전단 문제를 주민 선동 소재로 활용하는 것도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내외적으로 김여정의 권위를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제재와 코로나로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주민 불만이 고조 되는 상황에서 분노의 에너지를 대남적개심으로 돌리려는데 있다. 대북전단은 핑계일뿐 실제론 코로나 때문에 경제적 타격이 심해 내부가 불안정하기 때문인 것이다. 북한이 경제난 해소를 위해“총선에서 압승한 정부와 여당이 대북정책에서 적극적인 변화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전단을 구실로 우리정부를 압박해 대규모 대북지원이나 개별관광 등 제재를 무력화 시킬 조치들을 실행하라는 압박인 것이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 회담 실패' 이후 문재인 정부에 대한 깊은 실망과 불만이 누적된 것이 이번에 폭발했을 것으로 보인다. 즉 북미관계 교착 국면에서 아무 것도 안되자 ‘충격과 공포’로 판흔들기에 나선 것이다.
결국 미국을 움직일 지렛대로 한국을 인질화 해서 미국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남북 통신선을 중단한 북한은 김여정의 담화에서 언급한 것처럼 연락사무소 폐쇄, 금강산과 개성공단 폐기, 저강도 군사도발 등 단계적으로 대남도발의 수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스칸데르급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에 이어 서해NLL 등에서 우발적 충돌을 가장한 도발을 강행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