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한 민간인 사살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공개사과 메시지를 내놓은 가운데, 북한 대내외 매체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26일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대내외 대체에서는 김 위원장의 대남 사과 관련 보도가 없다. 전 주민이 보는 노동신문은 1면에 김 위원장이 받은 축전과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 75주년을 앞두고 매진 중인 태풍 피해 복구 소식만 실렸다.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과 평양방송에도 코로나19 방역 강화를 중심으로 보도가 이뤄졌다. 남한 실종 공무원이 서해상에서 사살됐다거나, 이와 관련해 국제사회 여론이 악화하자 김 위원장이 직접 "대단히 미안하다"며 사과했다는 사실은 북한 대외선전 매체들도 다루지 않았다. 북한 통일전선부는 전날 청와대에 보낸 통지문에서 김 위원장의 발언을 소개하며 "가뜩이나 악성 바이러스 병마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 더해준 것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했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통지문이라는 공개적인 형식으로 대남사과를 한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2018년 4월 황해북도 봉산군에서 중국 관광객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앞으로 위로 전문을 보내면서 사과한 전례가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중국 동지들에게 그 어떤 말과 위로나 보상으로도 가실 수 없는 아픔을 준 데 대하여 깊이 속죄한다"는 내용의 위로 전문을 보냈고, 이는 조선중앙통신도 보도했다. 전통적 우방인 중국에 사과한 것을 보도한 전례는 있지만, 이번에는 김 위원장이 남측에 고개를 숙이는 모양새라 알리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노동당 창건일(10월10일) 75주년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함경도와 황해도 수해 현장에서는 복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6일 1면에 '당 창건 75돌이 다가온다, 하루하루를 값 높은 위훈과 자랑찬 노력적 성과로 빛내자' 제하의 기사 4건을 싣고 전국 각지의 수해 복구 현황을 소개했다.
신문은 태풍 '마이삭'으로 파괴된 200리(약 79㎞) 길이의 검덕지구 철로를 복구했다며 "24일 피해복구용 자재를 실은 첫 열차가 개통된 철길을 따라 기적소리를 높이 울리며 금골 청년역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검덕지구는 북한의 대표적인 광물 생산지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친필 편지까지 공개하며 수도당원사단의 지원을 요청한 피해지역이다. 이에 따라 평양 당원사단은 함경도 각지에 파견됐으며, 주택 복구 등에 투입됐다. 김정은 지난달 13일 당 정치국 회의에서 "수재민이 한지에 나앉아 당 창건 75돌을 맞이하게 할 수는 없다"며 10월 10일까지 수해 복구를 끝낼 것을 요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