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정치국회의를 열고 연말까지 ‘80일 전투’를 벌일 것을 천명했다. 또 핵·미사일 등 전략무기 개발의 핵심인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정천 총참모장에게 ‘군 원수’ 칭호를 부여했다.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살 이후 우리 정부의 공동 조사 요청에는 전혀 응답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오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앞두고 새로운 전략무기를 선보일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6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5일 김 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9차 정치국회의를 개최했다. 통신은 “전당, 전국, 전민이 80일 전투를 힘 있게 벌여 8차 당대회를 빛나게 맞이하는 것에 대한 문제를 토의했다”며 “80일 전투의 기본 목적과 주요 원칙, 부문별 목표들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는 올 한 해 김 위원장의 치적을 선전하게 될 내년 1월 8차 당대회 때까지 당면 과제인 수해 복구와 경제 재건에 총력전을 펼 것이라는 지시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리병철 부위원장과 박정천 총참모장에게 ‘군 원수’ 칭호를 부여했다. 인민군 원수는 일반 군인에게 부여되는 가장 높은 군사 칭호로 원수·차수·대장·상장·중장·소장 6단계로 구분되는 북한 인민군 장성 계급 체계에서 최고 정점에 해당한다. 대북 제재와 코로나19, 장마·태풍 등 악재에 따른 경제난으로 정상적인 국가 운영이 어려워지자 시급한 대규모 수해 복구 작업에 군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이 이번 군 인사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핵·미사일 등 전략무기 개발의 주역인 리병철의 파격 승진은 김 위원장이 최근 '핵전쟁 억지력 강화'를 강조하고 나선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승진 가도를 달리고 있는 리병철은 특히 올해 북한 군사부문에서 김정은 위원장에 이어 '넘버2'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지난 5월 2014년 이후 줄곧 공석이던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자리를 꿰찬 데 이어 8월에는 권력의 상징인 정치국 상무위원까지 오르며 권력의 핵심에 우뚝 섰다.
리병철은 앞서 지난 4월에는 국무위원회의 위원에 선출됐고, 지난해 말 당 전원회의에서 군수 담당 당 부위원장에 올랐다. 정치국 상무위원 가운데서도 서열 5위에서 단박에 서열 3위로 올라섰다. 북한 국정운영의 핵심인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당초 김정은 위원장과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이뤄진 '3인 체제'였다가 8월 13일 김덕훈 내각총리와 리 부위원장을 포함한 '5인 체제'로 개편됐다.리 부위원장은 당시 서열 5위로 꼽혔지만, 지난 8월 25일 정치국 확대회의부터 지난달 29일 열린 정치국회의, 이번 회의까지 연달아 김정은 위원장 바로 왼편에 앉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는 리 부위원장이 박봉주 부위원장과 김덕훈 내각총리를 제치고 서열 3위 자리에 올라섰음을 보여준다.
그의 승승장구는 전략무기 개발 공로 뿐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이 현재 가장 관심을 끄는 태풍피해 복구에 군을 총동원한 공로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초 리병철이 태풍 피해지역인 황해남도 장연군에 급파돼 복구 사업을 지도한 사진을 김정은 위원장 동정보다 앞에 배치하는 등 태풍피해 복구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남한의 합장의장에 해당하는 박정천 역시 올해 들어 초고속 승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포병사령관 출신인 박정천 역시 지난해부터 북한이 시험발사를 해온 초대형 방사포 등 '단거리 탄도미사일 4종 세트' 개발의 주역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총참모장에 임명된 이후 지난 5월 군 총정치국장인 김수길을 제치고 차수로 승진했고 5개월만인 이번에 다시 원수로 승진을 거듭했다.
그동안 군 원수 칭호를 받은 인물은 김일성 주석의 빨치산 동료였던 오진우·최광·리을설(모두 사망)과 빨치산 2세 출신의 군부 실세였던 김영춘(사망)·현철해로, 리병철과 박정천까지 군 원수는 총 7명이다. 다만 군 원수 칭호는 군부에만 부여되는 칭호로 북한이라는 국가를 대표하는 최고통치자에게 부여되는 '공화국 원수' 칭호와는 구분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후계자 시절인 2010년 대장 계급장을 단 후 공식 집권한 2012년 공화국 원수에 직행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92년 '공화국 원수'에서 사후인 2012년 '대원수'로 추대됐고 김일성 주석은 6·25전쟁 직후인 1953년 원수 칭호를 부여받은 데 이어 1992년 '대원수'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