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노동당 8기 6차 전원회의에서 대남문제를 담당하는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에 강경파인 리선권을 임명하고, 외무상에 대미 전문가인 최선희를 임명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한·미를 겨냥해 ‘강대강·정면승부’ ‘대적투쟁’을 선언했다. 북한이 남한을 향한 강경책을 구사하는 한편 대미 협상력을 갖춘 정통 외교관 출신 최선희를 외무상에 기용해 미국과 대치국면에서도 장기적으론 협상의 여지를 열어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1일 지난 8∼10일 진행된 노동당 8기 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결과를 전하며 리선권이 당 통일전선 부장에 임명됐다고 밝혔다. 인민군 대좌(대령) 출신의 리선권은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단장을 지낸 김영철 전임 통전부장 아래서 회담 일꾼으로 육성됐다. 2016년 김영철이 대남 비서에 오르자 조평통위원장에 발탁됐다. 남북 대화 국면이 열린 2018년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다섯 차례 회담을 가졌다. 그해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당시 우리 대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고 말해 논란이 됐다. 리선권은 김정은의 ‘대미 정면돌파전’ 선언 직후인 지난 2020년 1월 외무상에 발탁됐다가 2년 3개월 만에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통전부장으로 승진했다. 대남 강경파인 리선권이 대남기구를 총괄한다는 점에서 향후 남북간 긴장 수위가 더욱 높아지고 윤석열 정부를 향한 거친 ‘말폭탄’도 예상된다.
외무상에 기용된 최선희는 북한에서 대미·대남 사업을 총괄하는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의 측근이다. 최선희는 외무성 제1부상으로 2018년부터 김여정을 도와 대미·대남 협상 전략을 마련하는 역할을 맡아 후임 외무상 후보로 거론됐다. 북한에서 첫 여성 외무상이란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대미 전문가인 최선희를 외무상에 전격 임명해 외교 라인의 전문성과 정상화를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선희는 앞으로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등 군사 도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와 비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전면에 나서 강대강 외교전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당장 진행하지 않고 전략적 시기를 고민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김정은이 이날 회의를 주재하며 “우리의 국권을 수호하는 데서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을 우리 당의 강대강, 정면승부의 투쟁원칙”을 재천명하면서 무력과 국방연구 부문이 강행 추진해야 할 전투적 과업들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남한을 겨냥해 “대적투쟁과 대외사업 부문에서 견지하여야 할 원칙들과 전략 전술적 방향들이 천명됐다”고 밝혔다. ‘대적투쟁’은 남한을 적으로 규정한 대남강경책으로 김여정이 2020년 6월 담화에서 공식 언급 후 한동안 뜸하다가 이번에 김정은의 발언으로 재조명 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북한은 우리의 적’ 발언을 의식하며 맞불을 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가장 눈길을 끄는 인사는 군수공업부문 핵심 실무자인 당 군수공업부장을 유진에서 제2경제위원장 조춘룡으로 교체한 것이다. 지난 3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7형’ 시험발사가 실패한 데 따른 문책성 인사라는 추정이 나온다. 2012년 12월 ‘은하-4호’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을 주도하고, 2014년부터 군수산업을 이끈 베테랑 조춘룡을 당 군수공업부장에 앉힘으로써 전략무기 개발과 생산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번 전원회의에서는 군 수뇌부 중 국방상을 제외한 총정치국장과 총참모장, 정찰총국장이 모두 교체됐다. 군의 정치교양과 인사를 총괄하는 총정치국장이던 권영진이 해임되고 후임에 공안 책임자였던 정경택 국가보위상이 임명됐다. 정경택이 군 총정치국장에 임명된 것은 군에 대한 강력한 통제 의미로 보인다. 군 보위국장인 조경철이 이례적으로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된 것도 군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속내로 풀이된다.
국가보위상 후임에 임명된 리창대의 경력은 일절 알려지지 않아 정통 보위성 출신으로 보인다. 군 총참모장이었던 림광일은 임명된 지 1년도 안 돼 좌천되고, 지난해 사회안전상에 임명됐던 군단장 출신의 리태섭이 그 자리를 꿰찼다. 신임 사회안전상에는 1군단장 박수일을 앉혔고, 대남·해외 공작 전담인 정찰총국장도 리창호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