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반도정세

남북관계와 북한정세를 심층 분석합니다.
북한의 공간문헌과 정보를 분석하여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정책방안을 제안합니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밝힌 ‘담대한 구상’에 대해 “어리석음의 극치”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이라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특히 ‘담대한 구상’이 이명박 정부 시절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000’의 ‘복사판’이라며 ‘핵을 경제협력과 흥정할 수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북한이 윤 대통령에게 무례한 언사를 이어가고 ‘담대한 구상’을 왜곡했다며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담대한 구상’ 제안 나흘 만에 전체 주민이 보는 관영 매체를 통해 윤 대통령을 실명 비난하고,제안을 공개 거부한 것은 윤 정부에 대한 기선제압 의도로 풀이된다. 남북관계는 대치국면이 이어지고 향후 북한이 대남도발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날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에 따르면, 김여정은 자신의 명의로 낸 담화에서 윤 대통령이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담대한 구상에 대해 “앞으로 또 무슨 요란한 구상을 해 가지고 문을 두드리겠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며 거부 의사를 내놨다. 김여정은 이날 담화에서 윤 대통령의 실명을 직함 없이 부르며 도를 넘어서는 막말 비난을 쏟아냈다. ‘담대한 구상’ 제안에 대해 “현실과 동떨어진 어리석음의 극치”, “넘치게 보여준 무식함”, “하나 마나 한 헛소리” “비핵·개방·3000의 복사판” 등으로 매도했다. 


핵을 ‘국체’(국가체제의 본질)로 표현하며 ‘자신들의 운명이 핵에 달렸다’는 취지의 발언을 통해 핵 포기 의사가 전혀 없음을 못 박기도 했다. 김여정은 “‘북이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면’이라는 가정부터가 잘못된 전제라는 것을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세상에는 흥정할 것이 따로 있는 법, 우리의 국체인 핵을 경제협력과 같은 물건짝과 바꾸어보겠다는 발상이 윤석열의 푸르청청한 꿈”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이 비핵화로 전환하면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담대한 구상에 대해 “역스럽다”고도 했다.


김여정은 윤 대통령을 ‘개’와 ‘바보’에 빗대는가 하면 “그 인간 자체가 싫다”며 원색적인 비난도 쏟아냈다. 낮은 지지율로 고민인 새 정부의 상황을 의식한 듯한 발언도 했다. 김여정은 “북남문제를 꺼내들고 집적거리지 말고 시간이 있으면 제 집안이나 돌보고 걱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가뜩이나 경제와 민생이 엉망진창이어서 어느 시각에 쫓겨날지도 모를 불안 속에 살겠는데 언제 그 누구의 ‘경제’와 ‘민생’ 개선을 운운할 겨를이 있겠는가”라고 비아냥댔다. 윤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성 비난과 ‘쫓겨날 지 모를 불안’ 등을 거론한 것은 윤 정부를 코너로 몰기 위한 통전차원의 책략이자 대남심리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김여정의 이번 대남 말폭탄은 지난달 ‘전승절’ 기념행사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남 비난 연설 이후 23일 만에 나왔다. 우리정부를 직접 겨냥한 연이은 말폭탄으로 기선 제압을 시도하면서 윤 정부의 대북정책과 한미공조 강화를 견제하기 의한 대남압박 의도로 해석된다. 북한이 윤 대통령 제안 사흘 만에 거부 의사를 표시하며 담대한 구상을 무력화하고, 대남 강경 비난에 나서면서 남북은 당분간 강경 대치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미 북한은 윤 대통령 취임 100일째인 지난 17일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하며 두 달여 만에 무력 도발을 재개했다. 오는 22일부터 내달 1일까지 진행되는 한미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를 도발 구실로 삼을 가능성도 크다. 북한은 남측의 대북 전단 살포를 ‘코로나19’ 발병 경로로 지목하며 보복을 위협하기도 했다. 북한이 김여정의 담화를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 등 주민들이 볼 수 있는 대내 매체에까지 실은 것은 입장이 확고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주민들의 대남 적개심을 고취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북한이 7차 핵실험까지 감행할 경우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수위도 올라가면서 대화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여정의 담화에 대해 대통령실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며 무례한 언사를 이어가고 우리의 담대한 구상을 왜곡하면서 핵 개발 의사를 지속 표명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담대한 구상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추구한다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으며, 북한이 자중하고 심사숙고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김여정은 이날 지난 17일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한 장소가 남측이 발표한 평안남도 온천이 아닌 안주시였다고 주장했다. 평양을 기준으로 안주시는 북쪽, 온천은 서남쪽에 있고, 두 곳은 직선거리로 90㎞ 이상 떨어져 있다. 남측의 미사일 탐지·추적 능력이 허술함을 지적한 것이다. 김여정의 주장에 대해 군 당국은 한미가 과학적 정보감시 능력을 토대로 포착한 내용을 분석한 것인 만큼 ‘온천에서 발사됐다’는 평가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SITE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