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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정세

남북관계와 북한정세를 심층 분석합니다.
북한의 공간문헌과 정보를 분석하여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정책방안을 제안합니다.

외화난 속에서도 공작금 뿌리며 대남공작 추진하는 북한

 


“과거 북한이 남한 간첩들에게 공작금을 줄 때 2만 달러, 5만 달러, 이런 식으로 줬는데, 요즘은 7000 달러, 이렇게 액수가 줄어드는 이유는 뭡니까?”

“북한 대남공작 부서도 자금이 없어 중앙에서 받은 공작금의 일부를 떼고 나머지를 남한의 간첩들에게 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0월 6일 고려대학교 정경대학원에서 국가정보학회와 구국혼선양회 주최로 열린 ‘고 최덕근 영사 27주기 기념세미나’에서 간첩을 수사했던 전직 국정원 수사관과 북한 남파공작원 출신이 나란히 앉아 대담을 진행했다. 전직 국정권 수사관을 지낸 국가정보학회 사무국장 장석광 박사와 북한 남파 공작원 출신 김동식 박사가 그 주인공이다. 


이날 세미나는 1996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북한에 의해 피살된 것으로 알려진 ‘고 최덕근 영사’의 애국심과 순국정신을 기리고, 북한의 대남공작의 실체를 밝히는 자리였다. 최덕근 영사는 피살 당시 국가안전기획부(국정원 전신)소속 대북정보수집요원으로 러시아 극동 재외공관의 외교관으로 근무했다. 

 


고 최덕근 영사 사진



최덕근 영사는 국정원 순직자를 나타내는 '이름 없는 별' 기념비에 새겨진 이들 중 유일하게 신상이 공개된 인물이기도 하다. 최덕근 영사는 1996년 10월 1일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돌아오던 중 아파트 계단에서 흉기에 피살되었다. 러시아 경찰은 여권과 돈이 그대로 있던 것을 보아 개인적 원한이나 정치 테러에 초점을 맞춰 수사했다. 부검 과정에서 북한 공작원들이 만년필 독침에 주로 사용하는 '네오스티그민 브로마이드'라는 물질이 검출돼 북한의 테러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한국 정보 당국은 사건이 발생할 무렵 북한의 달러 위조와 마약 밀매를 추적하던 최 영사가 북한의 공작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추정했다.


국가정보학회 장석광 사무총장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다 순직하신 고인의 숭고한 애국 헌신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담에 나선 북한 공작원 출신 김동식 박사는 자신도 1995년 남파 당시 권총과 만년필 독침총 3개를 소지했다고 밝혔다. 김동식 박사는 제거해야 할 타깃이 정해지면 임무를 수행하는 인원들에게만 독침총 사용훈련을 시킨다고 했다. 그는 “만년필 독침총은 5m 거리에서 인명을 살상할 수 있다”며 “한국에서 권총은 사용했지만 독침총은 사용할 기회가 없어 쓰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북한 간첩들이 사용하는 만년필형 독침총 사진



그는 북한 스파이 양성기관인 ‘김정일군사정치대학’을 졸업하고 여러차례 남파됐다. 1981년부터 최덕근 영사 피살 직전인 1995년까지 한국에서 간첩활동을 수행했다. 


1991년 5월 1차 남파시 고정간첩 이선실을 접선해 북한까지 대동 복귀하는 것과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던 운동권 인사들을 포섭해 노동당에 가입시킨 다음 그들을 중심으로 지하당 조직을 구축하는 임무를 받았다. 일부 운동권 인사를 노동당에 가입시키는데 성공하고, 이선실과 함께 북한으로 복귀했다고 증언했다. 이 공로로 북한 최고훈장인 공화국영웅 칭호를 받았다. 


그리고 5년 후인 1995년 9월 2차로 남파됐는데, 기존부터 남한에 침투해 활동하고 있던 남파공작원 ‘봉화 1호’를 접선해 안전하게 대동 복귀하는 것과 주사파 인사들을 포섭해 지하당조직을 구축하는 임무를 맡았다. 한국의 운동권 인사 7명을 접촉해 포섭을 시도했으나 노동당에 가입시키는데 실패했고, 10월 24일 ‘봉화 1호’를 접선하기 위해 충남 부여 소재 사찰 ‘정각사’에 갔다가 잠복 경찰과 국정원 수사관들과의 총격전 끝에 검거됐다. 


이렇게 냉전 시대에는 평양에서 집중 교육을 받은 특수공작원이 직접 남한으로 내려오는 간첩 형태를 보였다면 최근에는 남한의 친북 인사를 육성하는 공작 방법이 선호되고 있다고 한다. 북한 간첩망이 과거처럼 ‘직파·고정 간첩’보다는 중국·동남아 등 해외서 국내 지하조직을 원격 조종하는 ‘글로벌 간첩’으로 진화한 것이다. 북한 통일전선부는 남한의 반정부 및 좌경화된 세력을 예의주시하다가 제3국에서 포섭하는데 노동당 산하 문화교류국이 담당기관이다. 문화교류국은 통전부 산하지만 직접 김정은의 지휘를 받는 독립적 대남 공작부서다. 민족의 동질성 회복을 위한 ‘문화 교류’로 위장해 남한 인사를 포섭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1995년 충남 부여에서 체포된 북한 간첩 김동식(가운데)씨가 기자회견 후 국정원 직원들과 함께 나가는 모습. (사진: 정부역사자료실)



한국 검찰이 지난 3월 발표한 창원 간첩단 구성원들도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에 포섭됐다. 이들은 2016년 3월부터 2022년 11월 기간 캄보디아 등에서 북한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과 5차례 접선해 충성결의문을 제출한 뒤 공작금 7000달러(약 920만원)를 받아 정권퇴진 투쟁 등을 벌였다. 이들이 2018년 8월부터 2022년까지 북한으로부터 받은 지령만 20여건에 이른다. 


북한 보위성 출신으로 2020년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이도건씨는 2부 강연에서 “북한의 대남공작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며 “공작금을 달러로 지급할 수도 있고, 코인으로 지급할 수도 있다”고 했다. 북한 공작기관이 중국이나 러시아 등 해외에서 코인 계좌를 설립해 간첩들에게 공작금을 보낸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이 외화난 속에서도 간첩들에게 공작금을 주는 이유는 북한의 해외공작이 대한민국의 체제 전복을 노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의 대남공작이 최근에는 사이버 공간에서 심리전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통전부를 포함해 문화교류국, 정찰총국, 적군와해공작국 등 4곳이 ‘전 한반도의 적화 통일’을 위해 온·오프라인에서 대남심리전을 수행한다”며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정권의 주장은 철저히 반영하면서 한국의 보수 세력과 미국·일본 등 서방 국가를 강하게 비판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고 했다.  


김정은은 2020년 뉴미디어를 통한 대외 선전 강화를 지시했는데, 민심을 왜곡해 한국 정세를 북한에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의도라고 이씨는 분석했다. 최근에는 선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젊은 세대의 접근이 용이한 트위터, 유튜브 같은 글로벌 플랫폼을 공세적으로 활용해 보수 내부 갈등을 조장하고 반일(反日) 감정을 고조하는 괴담을 유포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날 세미나 참석자들은 핵·미사일 개발 폭주를 이어가는 김정은 정권이 남한사회를 교란시키기 위해 대한민국과 해외 등 장소와 수단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대남공작을 진행할 것이라며 경각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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