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강대강 정면승부’ ... 대남 단절 선언한 김정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한국 윤석열 대통령, 미국 조바이든 대통령(사진: 동아일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열린 노동당 제8기 9차 전원회의에서 ‘강대강’ ‘정면승부’의 대미(對美) 초강경 노선을 천명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며 ‘핵무력에 의한 한반도 영토 완정’을 공개 언급했다.
올해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통해 미국 새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면서 미국과의 대치 국면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 대한민국을 같은 한민족이 아닌 교전중인 별개의 적대국가로 규정함으로서 유사시 핵무기 선제 사용에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는 민족의 명분을 제거함으로서 남한에 대한 핵무력 우위를 점하고, 남남갈등과 공포심을 조장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들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김정은은 전날(30일) 노동당 8기 9차 전원회의 5일차 회의에서 “강 대 강, 정면 승부의 대미·대적 투쟁 원칙을 일관하게 견지하고 고압적이고 공세적인 초강경 정책을 실시해야 하겠다”며 대미 강경 정책을 예고했다.
김정은은 미국 주도의 한·미·일 안보 협력과 ‘한미 위싱턴 선언’ ‘한미 핵협의 그룹’신설, 한미연합훈련,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을 긴장 고조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북한은 또 “미국과 추종세력들의 발악적인 핵전쟁위협소동에 대처하여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 대답할 것이라는 절대불변의 대적 대응의지를 재천명”했다. 적대세력을 향해 외교가 아닌 ‘강력한 힘으로 제압하는 대적투쟁’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북한은 한미일에 적대의식을 드러내면서도 호칭에서는 차별을 두었다. 김정은은 수시로 '남조선 놈들', '일본 놈들', '일본, 남조선 놈들'이라고 하면서도 미국은 그냥 '미국'으로 호칭했다. 연말 전원회의 보도문에서 '반제' '대미대적투쟁' '등의 말은 썼지만 평소와 달리 '미제', '반미'라는 표현은 없었다.
한국에 대해서는 '남조선 놈들' 5회, '남조선 것들' 4회, '대한민국 것들' 1회, 졸개, 충견, 특등주구 등의 각종 멸칭이 쓰였으나, 미국에 대해서는 '미국 놈들' 1회, '미 군부깡패'가 1회였고 16회에 걸쳐 '미국'이라고 호칭했다. 한미를 싸잡아 비난하면서도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윤석열 괴뢰정권' '윤석열 괴뢰패당'이라고 했으나, 미국은 '미국 대통령'이라며 외교적 선을 넘지 않았다. 이런 양면적 행태에는 올해 미국 대선 등을 두루 감안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올해 미국 대선에서 새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미국과 대치하면서 긴장을 고조하고, 새 행정부가 들어선 뒤 국면 전환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2018년 초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대미, 대남 긴장을 완화하기 전까지 2017년 내내 6차 핵실험 등을 통해 긴장을 고조시킨 바 있다. 북한이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계속 확장할 목표 아래 올해 11월 미국 대선까지를 장기전의 기점으로 볼 것이고 미국 새 행정부가 들어서면 내년 상반기에 미국과 ‘핵보유국의 지위’를 공고히하는 담판을 지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당 전원회의에서 대외정책 기조로 “변화발전하는 국제정세에 주동적으로, 책략적으
로 대처해나가면서 당의 존엄사수, 국위제고, 국익수호의 원칙에서 강국의 지위에 맞는 공화국의 외교사를 써나가야 한다”고 밝힌 것도 핵무력 고도화와 김정은 정권의 안정화에 힘입은 공세적 대외정책을 천명한 것이다.
북한은 대외적으로 미국과 서방진영에 대항하기 위해 북중러 연합을 강조했다. 김정은은 전원회의에서 “사회주의나라 집권당들과의 관계발전에 주력”할 것을 언급하면서 “미국과 서방의 패권전략에 반기를 드는 반제자주적인 나라들과의 관계를 가일층 발전시켜” 나간다는 방침을 밝혔다.
주목되는 점은 김정은이 이번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와 관련해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되”었다고 평가한 것이다. 이는 북한이 1980년부터 공식적인 통일방안으로 내세웠던 1민족 1국가, 2제도, 2정부를 골자로 하는 고려연방제를 폐기했음을 의미한다.
통일전선술에 기초한 북한 주도의 통일을 추구해 왔지만 한국의 거부와 남북한의 국력 차이로 인해 실패했고, 우리민족끼리를 내세운 남북 간 교류협력은 오히려 북한 주민들에게 한류문화를 확산시켜 체제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북한이 2020년 이후 연이어 제정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 한류문화 차단법들은 한국의 자유민주의 사상이 북한 내부에 침투해 오히려 북한체제를 흔들고 있다.
김정은이 핵무력 등 무력에 의한 남한영토 점령을 공언한 것은 과거 김일성의 무력통일론으로 회귀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북한이 대남공작과 교류협력을 담당해 온 노동당 통일전선부를 비롯한 대남사업 부문의 기구들에 대한 정리, 개편을 언급했다는 점도 남북관계의 완전한 단절과 차단에 이은 도발 위주의 공세적인 대남정책이 진행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2024년도에 군사적 행동을 포함하여 공세적인 대미, 대남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7차 핵실험 강행과 예고한 대로 정찰위성 3기 추가 발사에 성공할 경우 핵무기의 실전 배치를 앞세워 대남군사 위협의 강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사회의 신냉전 구도를 활용하여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와 경제 및 군사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고 외교적 연대를 강화함으로써 역내 안보 긴장 수위를 높이는 동시에 한·미·일 안보협력 체계를 균열시키려는 공세적인 행동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 4월로 예정된 한국의 총선거와 미국의 11월 대통령선거 국면을 활용하여 내부 갈등을 조장하기 위해 사이버 공작을 극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9.19 군사합의 폐기를 빌미로 이전보다 높은 수위의 국지적인 무력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커져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