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대북제재 전문가패널 활동 종료와
향후 대북제재 추진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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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희
전 통일부 정세분석국장/정치학 박사
1. 대북제재 시스템의 유명무실화 우려
2009년 북한의 제2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제1874호에 의해 대북제재 이행을 감시하기 위해 설립된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 활동을 종료하게 되었다. 러시아가 전문가 패널의 임기연장에 대해 반대했기 때문이다. 전문가 패널은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이 의심되는 사항에 대해 독립적, 객관적 조사를 진행하여 그 결과를 연 2회 보고서로 제출하여 안보리와 제재위원회와 회원국들에 대북제재의 시행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는 활동을 지속해왔다. 이 패널의 활동이 종료되는 것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체제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중요한 변화로 볼 수 있다. 대북제재위원회는 존속하지만, 실질적으로 제재 이행을 감시할 시스템이 사라지면서 대북 제재가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 대북제재의 확대
유엔 안보리의 제재는 대상국의 불특정 인원 전체를 대상으로 삼는 포괄적 제재와 대상국의 책임있는 개인이나 단체를 선별하여 이들에게 직접제재를 부과하는 맞춤형 제재로 구분한다. 북한에 대해서는 2006년 최초 핵실험 이후 부과된 맞춤형 제재로 시작하여 2016년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후 포괄적 제재로 확대되어왔다. 포괄적 대북제재는 중국이 미중관계를 파탄시키지 않기 위해 무역제재가 포함된 제재결의 2270호를 받아들인 2016년 3월부터 시작되었다. 김정은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2017년 11월말까지 1년 8개월 동안 총 5개의 결의안이 채택되어 무역제재 대상이 금, 타타늄광, 바나듐광, 희토류에서 철광석, 석탄, 해산물, 섬유, 석유가공유 등으로 확대되었다. 포괄적 제재는 대량살상무기는 물론, 민생 전반을 대상으로 함으로써 북한주민에게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맞춤형 제재와는 완전히 성격을 달리한다.
3. 대북제재 효과에 대한 논란
대북제재가 북한의 태도 변화를 가져오는가 하는 효과에 대한 오랜 논란이 있다. 대북 제재가 실패했다는 시각은 우선, 북한 지도부가 제재로 인한 피해를 사회 또는 주민에 전가시키는 방식으로 ‘전체주의적 저항력’을 발휘해 제재를 견디고 있다고 평가한다. 국경 봉쇄기간 중 북한 지도부는 소비재 수입을 최소화하면서 국가차원의 밀수를 통해 생존해 나가면서, 국가의 식량 수매량을 늘려 도시 근로자에 대한 저임금 체계를 유지하고, 외화 사용을 엄격하게 단속해 환율과 물가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고 보았다. 더구나 지금은 국제정세의 변화로 북한이 중국, 러시아 등 권위주의 세력과의 연대를 강화함으로써 제재효과가 거의 없다고 평가한다.
안보리 보고서에도 2023년만 해도 정제유 밀수와 무기판매 가능성, 노동자 해외파견 확대 등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제유의 경우, 공식적으로 북한으로 수출신고된 23.9만 배럴은 북한 수입 상한인 50만 배럴의 48%에 불과하지만, 보고서는 불과 9개월여 동안에도 북한에 반입된 양은 최대 152만 배럴, 최소 102만 배럴에 이르러 제재 상한의 2~3배에 가까운 규모의 정제유가 불법적으로 수입된 것으로 추정했다. 불법 무기판매와 관련해서도 보고서는 러시아 국적 선박 2척이 나진항에서 러시아 두나이(Dunay) 항구로 운송한 컨테이너가 다시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290km 떨어진 티호레츠크(Tikhoretsk) 인근의 탄약고로 운송된 사례를 비롯하여, 북한의 대러시아 불법 무기 수출이 의심되는 여러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노동자 해외파견 또한 확대되어 대략 40여 국가에서 건설, IT 등 다양한 분야에 10만 명 이상 북한 노동자들이(IT 제외) 연간 5억달러의 수입을 창출하는 것으로 추정하였고, 해외 3,000명 정도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IT 전문가가 벌어들이는 금액은 연간 2.5~6억 달러에 이른다고 보았다.
하지만, 북한의 이런 제재 회피에도 불구하고 대북제재 실효성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견해도 많다. 코로나19로 국경을 봉쇄한 이후 북한은 경제난이 심각한 상태까지 악화되었다. 주민 삶과 직결되는 생필품 수입이 중단되자 장마당 물가도 크게 오르고, 2020년 10월 북한당국은 달러화나 중국 위안화 대신 북한 돈인 ‘원’화를 사용하라고 지시하고, 8천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을 인위적으로 6천원으로 조정하기까지 하였다. 평양의 거물 환전상을 처형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경기가 좋지 않으면 돈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북한의 경우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자 북한의 외환보유고가 바닥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또한, 김정은이 2018년 한국과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적극 나서고, 이런 대미 접근으로 중국을 자극하여 제재의 뒷문을 열게 한 치밀한 외교 행보도 사실상 제재의 효과를 반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듯 대북제재가 북한에 효과적이라고 보면서도 비핵화 접근방식이 불충분하거나 제재를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loophole)이 크기 때문에 제재효과가 완전하지는 못하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북한이 다양한 방법으로 제재를 회피하고 있으나 회피의 성과는 제재의 효과를 상쇄하기에는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이렇듯 실증적으로 대북제재의 효과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양측 모두 어느 정도 타당한 측면을 갖고 있다고 보여진다. 오히려 제재가 효과적이냐의 여부는 객관적인 증거의 문제라기보다는 입장에 따라 상이한 판단을 하고자 하는 정치적인 문제일 수 있다.
4. 대북제재를 지속해야 할 필요성
대북제재의 효과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는 대북제재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비록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궁극적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지만, 대북제재가 기술과 필수 부품 구입 등에 장애가 되어 완벽한 수준의 핵보유국이 되는 데 상당한 저해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 입장에 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재를 해제한다면 세계적인 비핵화 체제를 더 이상 유지해 나갈 수 없을 것이다. 핵통제 체제가 붕괴하여 핵이 확산된다면 테러에 이용되는 것을 비롯하여 세계의 평화와 안전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나아가, 핵보유국으로 공인된 5개국의 입장에서도 대북제재를 유지하는 것이 이익이다. 비록 북한 핵이 중국과 러시아에게 단기적인 이익을 가져올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지금의 비핵화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국제정치의 리더로서의 역할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5. 패널 종료 이후 해야 할 일들
이번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활동이 종료된 것을 계기로 우리는 그동안 관성적으로 유지해왔던 대북제재에 대해 그 목표와 수단 등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새로이 추진할 방향을 살펴보아야 한다. 전문가 패널이 작성한 보고서는 유엔총회와 안보리 활동에 중요한 자료가 되어왔지만, 상세히 보면 내용의 상당수는 언론과 학술 연구자료를 인용한 것도 있고 이미 지난 일이나 또 출처가 불분명한 내용도 있다, 실증조사가 어렵다는 특성상 관련자의 증언에 의존하기도 하고 이러다 보니 사실 확인이 어렵거나, 과장된 내용을 포함하는 한계도 있었다. 전문가 패널 활동 중단으로 당장 대북제재가 사라진 것처럼 호들갑을 떨 일만은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제재의 구체적 현황을 점검하여 빠진 부분들을 채워나가면서 제재의 목적에 맞고 북한의 태도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대북제재 시스템을 보완하면 된다.
우선, 전문가 패널이 해왔던 제재 불이행 사례들을 조사하는 국제레짐을 구축해야 한다. 유엔 차원에서 조사를 재개할 가능성은 쉽지 않으므로 파이프 아이즈(Five Eyes)와 같은 다국적 정보공유연대를 구성하여 불법행위 정보를 교환하고 검증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정보기관들간의 연대는 지금의 전문가 패널보다 오히려 더 강력하고 확실한 정보를 확보함으로써 북한과 관련국들에 대한 압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3자 대북제재(세컨더리 보이콧)의 효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재 이행을 감시하고 평가하는 기구의 역할이 중요하다. 둘째, 유엔 차원에서 대북제재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지 않도록 대북제재에 다수 국가들을 동참시키는 외교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대북제재의 불법성과 위험성, 관련된 국가나 개인들에 대한 피해에 대해 경각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유엔군축회의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북한 핵개발의 실태와 유엔결의에 반하는 불법행위들을 공개하고, 계기시마다 주의를 촉구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 다자간 협력을 강화하고, 동참에 소극적인 국가들을 설득하여 제재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김정은의 자금줄, 해외 노동력, 무기와 석탄수출에 연루된 선박 등에 대한 제재와 같이 구체적 실행에 가급적 많은 국가들이 나서도록 독려해야 한다.
셋째, 대북제재의 목표와 한계점을 재확인할 필요도 있다. 강력한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를 지속할 것인지, 아니면 북한의 입장을 변화시키기 위해 제재완화의 수준을 조절할 것인지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금껏 대북제재의 효과가 반감된 주된 이유는 중국의 소극적 참여에 기인하는 만큼, 어느 정도 제재의 수준을 조절할 경우 중국과 북한의 입장에 변화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면밀히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북제재의 종착점으로써 김정은 체제의 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대화와 협력을 준비하는 플랜 B까지 준비해 보는 것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 완전 제재해제와 완전한 북한체제의 변화를 위해 그 수단으로서의 국제적 협력방안까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여기에 북한 생존에 필요한 물자를 무기로 제재에 대한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의 역할도 검토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