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초고층 뉴타운의 명암 ... 北 주민 초고층보다 저층 선호 이유
북한이 5년간 매년 평양에 1만가구 규모의 '뉴타운'을 하나씩 건설하는 가운데 지난해까지 관영 매체에서 자랑해오던 ‘초고층’표현이 사라졌다. 대신 최근엔 ‘건축밀도’라는 표현이 등장해 평양의 뉴타운 건축 방식에 변화가 생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17년 완공된 평양 여명거리의 70층 아파트/메아리
북한은 지난 2021년 노동당 제8차대회에서 국가 경제발전 5개년계획으로 살림집 건설을 추진하고, 평양에 2025년까지 해마다 1만 세대씩 총 5만 세대의 살림집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22년 4월 ‘송화거리’가 처음 준공됐고, 2023년 4월 화성지구 1단계 사업이 완료돼 ‘화성거리’가 준공됐다. 올해 4월 세 번째로 화성지구 2단계 ‘림흥거리’가 준공됐다.

2022년 4월 평양 송화거리에 세워진 80층 아파트/노동신문
앞서 북한은 2013년 은하과학자거리를 시작으로 위성과학자주택지구(2014년), 미래과학자거리(2015년), 려명(2017년)거리 등 평양 시내 주요 대학 인근에 과학자, 교육자들을 위한 아파트를 건설했다. 미래과학자거리에는 원자핵 디자인의 53층 고층건물이 랜드마크로 자리했고, 2017년 완공된 여명거리엔 70층 초고층 건물이 들어섰다.
그동안 북한 매체들은 평양 뉴타운을 소개하면서 유난히 ‘초고층’을 강조했다. 지난해 5월,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은 ‘초고층 살림집’ 제하 기사에서 미래과학자거리의 53층 주택, 려명거리의 70층 주택, 송화거리의 80층 주택을 소개했다. 특히 2022년 준공된 송화거리의 80층짜리 아파트는 “수도 평양의 제일 높은 살림집”이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완공된 화성지구 1단계 거리에도 초고층 건물들이 들어섰다고 북한 매체들은 소개했다. 북한이 언급하는 ‘초고층’은 통상 50층 이상으로 파악되는데 화성지구 1단계 거리까지 건물을 초고층으로 지어 용적률을 높이는 건설방식이 적용됐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지난달 18일 준공된 1만 가구 규모의 화성지구 2단계는 ‘건물밀도’ 표현이 등장해 초고층 대신 건물 여러 채를 빽빽하게 지어 건폐율을 올리는 새로운 방식이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화성지구 2단계의 최고층 건물은 50층 이하일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북한이 공개한 화성지구 2단계 현장 사진에서는 20∼30층 안팎의 건물이 주를 이루는 모습이 확인됐다.

2024년 4월 평양 화성지구 2단계 뉴타운 준공식/노동신문
북한이 평양 뉴타운 건설 방식을 변경한 배경에는 만성적인 전력난으로 주민들이 고층 아파트를 기피하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온다. 2016년까지 평양 뉴타운 건설에 참여했던 탈북민 이은평씨는 “고층건물을 지어도 전기가 부족해 엘리베이터는 출퇴근 시간만 가동되기 때문에 고층 거주를 꺼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태양광 설치로 아파트 조명과 거리의 야경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됐지만 엘리베이터 가동에는 무리라는 것이다.
또 농번기 등 산업현장에 전력 수요가 높은 시기에는 전기가 자주 끊겨 엘리베이터는 출퇴근 시간 외에는 멈춰 있고 출퇴근 시간마저도 이용할 수 없는 날이 많다고 한다. 고층 건물의 경우 수돗물 공급도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의 고층 아파트들은 10층씩 묶어 급수하는 방식인데 물이 5층 정도 올라가다 수압이 약해 끊기기도 한다. 이때문에 주민이 물통을 들고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고, 고층 아파트 세대는 물이 부족해 화장실 보기도 두려워할 정도라고 한다.
돈 있는 주민들은 엘리베이터 관리원에게 뇌물을 주고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은 식량, 연탄과 가스, 석유 등 생활필수품을 걸어서 운반해야 한다.
이밖에도 초고속으로 건설된 평양의 초고층 건축물에 대한 안전성 여부도 관심사다. 1년 만에 80층 마천루를 완공하는 북한의 건설 속도는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정도다. 북한은 건축 소요 시간 단축을 성과로 내세우지만, 수도·가스·냉난방 등 기반 시설 공사는 물론 강성 확보를 위한 철골 구조 등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13년 평성시, 2014년 평양시에서 아파트 붕괴사고로 인해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례도 있어 부실공사 우려가 제기된다.
북한 당국도 체제 선전을 위해 무작정 높이 쌓아 올린 건물들이 추후 안전사고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뒤늦게 고려해 초고층에서 건축밀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건설방식을 변경했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