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러시아에 근로자 파견 현실화되나 ...
‘노예노동’ 강요당하는 북한 해외파견 근로자 실태

이승현 SAND연구소 연구위원
지난 6월 북러가 정상회담을 통해 두만강 국경에 자동차 다리를 건설하기로 합의하면서 북한 해외 노동자 파견이 추가로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가혹한 노동과 임금의 70% 이상을 상납하는 등 ‘노예노동’에 시달리는 해외 파견 북한 근로자들의 인권문제가 재조명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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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국경의 두만강을 가로지르는 철도용 교량 ‘우정의 다리’/위키피디아 자료 사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공개된 세부 조항 등을 살펴보면 북러는 ‘두만강 국경 자동차 다리 건설에 관한 협정’을 맺었다. 두만강은 북한과 러시아 국경에 위치한 곳으로 우정의 다리(나선~연해주)라는 이름의 철도 교량만 설치돼 있다.
앞서 북러는 지난 2015년 연해주 내 하산 지역과 북한 나진시를 잇는 자동차용 다리 건설을 추진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이후 9년 만인 지난 2월 나진~하산 자동차용 교량 건설이 재개됐고, 이번 협정을 통해 그 구체성을 확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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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근로자들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건설현장에서 일하는모습/VOA
두만강 자동차 다리는 우정의 다리 아래쪽에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9년 만에 재개된 자동차 전용 다리의 가로 폭은 10m, 총길이는 830m다. 위치는 철도교보다 400m가량 아래인 곳으로 추정된다. 자동차 도로가 놓이게 되면 기존 철로와 달리 인적·물적 교류가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북한 대외 무역의 90% 이상은 중국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북러 간 무역량의 증가보다 러시아의 노동력 수급 문제와 북한의 외화벌이 수요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북한 해외 노동자 파견이 대폭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투부대 파견보다 러시아가 지난 2022년 새 영토로 편입했다고 주장한 우크라이나의 네츠크, 루한스크, 헤르손, 자포리자주 등 4개 지역 재건을 위한 건설인력을 파견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군 공병부대, 건설부대 군인들에게 군복 대신 사복을 입혀 파견할 수 있다. 앞서 북한은 대북제재가 본격화된 2016년부터 일부 건설부대 군인들을 러시아에 파견한 바 있다.
대북제재 등 국제사회로 인한 고립이 심화한 가운데 북한으로서는 해외 노동자 파견이 제법 쏠쏠한 외화벌이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정한 월급을 지급해야 하는 일반 노동자 대신 월급 줄 필요가 없는 현역군인들을 파견하면 외화를 더 많이 챙길 수 있다.
북한이 러시아에 노동자를 파견하려는 시도와 정황은 이미 여러 차례 포착된 바 있다. 지난해 10월 러시아 정부가 운영하는 웹사이트에 북한 노동자 채용 공고가 게재됐다 삭제됐고, 지난해 12월에는 정보당국이 북한의 대(對)러 노동자 파견 동향을 파악한 바 있다.
번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근로자의 러시아 파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들의 인권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최근 통일부가 공개한 탈북민 649명의 증언이 담긴 ‘2024 북한 인권 보고서’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은 러시아, 중동(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유럽, 아프리카, 몽골 등에 파견돼 장시간 노동, 계속되는 감시, 과도한 상납으로 착취당했다. 휴일이 거의 없이 매일 장시간 근무하고, 임금의 70% 이상, 많게는 90%까지 ‘국가계획분’과 경비 명목으로 상납해야 했다.
한 탈북민은 2019년 러시아에 파견된 노동자들이 “8시부터 12시까지 오전 근무, 13시부터 22시까지 오후 근무를 했다”며 “할당을 채우지 못하면 새벽 5시까지 일하기도 부지기수였다”고 증언했다.
중동지역 근로자들은 이슬람교 예배일인 금요일에는 쉬었지만, 나머지 엿새는 새벽 5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 16시간을 근무했다고 한다.
불만이 쌓인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이 있었다는 증언도 수집됐다. 2020년 러시아 파견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과 임금 미지급에 불만을 갖고 아프다는 이유를 들어 일하지 않으려 했다는 진술이 있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돈줄' 역할을 하는 해외파견 북한 근로자들의 인권침해 실태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