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워싱턴 나토 정상회담의 주요 내용과 전략적 함의

이수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2024년 7월 9~11일 미국 워싱턴에서 나토 정상회담이 열렸다. 동맹 창설 75주년을 기념하여 열린 이번 정상회담은 대내외적으로 혼란스러운 분위기에서 개최되었다. 즉,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의 지속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 문제, 2024년 미국의 대선 과정에서 쟁점으로 등장한 나토에 대한 트럼프의 부정적 인식, 그리고 지난 6월 평양 정상회담을 계기로 더욱 밀착된 북러 관계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반도 안보에 미치는 부정적 여파 등 결코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워싱턴 정상회담이 열렸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은 유럽과 대서양의 단결과 연대 75주년을 기념하는 단순한 축하 행사라기보다는 현재 나토가 직면한 다양한 안보 위협과 다가올 도전들에 대한 인식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 제시 등과 관련된 중요한 사안들을 협의하고 결정하는 자리였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여기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워싱턴 정상회담 선언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주요 전략적 함의를 도출하고자 한다. 워싱턴 정상회담 선언에서 제시하고 있는 주요 내용은 크게 우크라이나 전쟁과 직접 연관된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와 나토 국방력 강화 문제, 러시아에 대한 나토의 인식과 대응 방안, 그리고 나토와 파트너 국가들과의 안보 협력 문제로 정리해 볼 수 있다.
먼저, 나토는 워싱턴 정상 선언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기 안보 지원을 문서로 약속했다. 나토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장비 제공 및 훈련을 조정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나토 안보지원훈련(NASTU)을 설립하기로 했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략을 격퇴하고 미래에 이를 억지할 수 있는 군대 건설을 지원하겠다는 결의를 확인하면서 2025년 안에 최소 400억 유로의 기본 자금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나토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기적 군사 지원을 명문화한 이면에는 트럼프의 당선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즉, 우크라이나 지원에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은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이와 무관하게 나토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다양한 안보 지원을 약속하고 이를 원활히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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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워싱턴 나토 정상회의 장면/나토 홈페이지 캡처
다음으로 이번 워싱턴 선언의 주요 내용으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군사적 긴장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유럽 정세에서 나토의 국방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2022년 6월 스페인 마드리드 정상회담을 계기로 나토는 러시아의 군사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10일 이내에 10만, 30일 이내에 20만, 그리고 6개월 이내에 50만 병력을 추가로 동원하는 새로운 군 모델을 도입했었고, 2023년 빌뉴스 정상회담에서는 러시아의 무력 침략에 대비하여 나토 대응군을 활성화하고 지원군을 제공하는 지역방위계획을 채택했었다. 이번 워싱턴 정상회담에서는 지난 빌뉴스 정상회담에서 확인한 국방투자공약의 완전한 이행을 재확인하고, 새로운 방위계획에 필요한 병력, 역량, 자원과 인프라 등을 보강하여 동맹의 방위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다. 또한 나토는 360도 접근 방식을 기반으로 나토 미사일방어체제를 강화해 나가기로 하였다.
이번 워싱턴 정상회담 선언에서 나토가 주목하고 있는 또 다른 부분은 러시아의 위협과 러시아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되어있는 세력에 대한 인식과 평가이다. 지난 스페인 마드리드 정상회담 당시 나토는 우크라이나의 무력 침공 당사자인 러시아를 나토에 대해 심대하고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인식했다. 러시아에 대한 나토의 인식은 이번 정상회담에도 같은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나토는 러시아가 유럽-대서양 안보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려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나토에 가하는 러시아의 모든 영역의 위협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며, 러시아는 핵무기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새로운 핵 시스템을 개발하고 단거리 및 중거리 이중 타격 능력을 배치하는 등 핵전력을 꾸준히 다각화하고 있어 이는 동맹에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나아가 나토는 유럽-대서양 전역에 걸쳐 전개되고 있는 러시아의 공격적인 하이브리드 행동 강화를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나토는 2025년 6월 헤이그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에 대한 동맹의 전략적 접근에 관한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북한과 중국은 유럽 안보 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모색하는 러시아와 직간접적으로 맞물려 있다. 북한은 이란과 더불어 러시아에 군수품과 무인항공기 등 직접적인 군사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부채질하고 있으며, 이는 유럽-대서양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글로벌 비확산체제를 훼손하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와 이른바 무제한 파트너를 맺고 러시아의 방위 산업 기반에 대한 대규모 지원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결정적인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나토는 중국이 러시아의 전쟁 노력에 대한 모든 물질적(러시아 국방 부문의 투입물 역할을 하는 무기 부품, 장비 및 원자재와 같은 이중 용도 물질의 이전 포함) 지원과 정치적 지원 중단을 촉구한다. 또한 나토는 러시아에 대한 지원과는 별도로 중국은 유럽-대서양 안보에 대한 체제적 도전을 계속하고 있으며 더 많은 핵탄두와 더 많은 수의 정교한 운반체제를 통해 핵무기를 빠르게 확장하고 다양화하고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나토는 중국이 전략적 위험 감소 논의에 참여하고 투명성을 통해 안정성의 증진을 촉구하면서 중국과의 건설적인 관여가 열려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워싱턴 정상회담 선언에서는 지난 2022년 마드리드 정상회담과 마찬가지로 중국을 체제적 도전자로 규정했다. 그러나 지난 2019년 동맹 창설 70주년 런던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나토 공식 문서에 처음으로 등장한 이래 중국에 대한 나토의 인식은 경쟁자와 체제적 도전자를 넘어 점차 안보 위협자로 변해가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의 공개 대담에서 미국의 블링컨 국무장관은 오늘날 유럽의 안보 위협이 냉전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진단하면서 여기에는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지원과 북한과 러시아 간 관계 심화 등이 일조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이번 워싱턴 정상회담 선언에서 나토는 파트너 국가들과의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먼저, 나토는 전략적 파트너를 맺고 있는 유럽연합과의 협력이 전례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나토와 유럽연합은 우주, 사이버, 기후 및 국방뿐만 아니라 신흥 및 파괴적 기술에 대한 실질적인 협력 강화와 확대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나토는 중동과 주변 지역의 안정과 평화 증진 차원에서 형성된 지중해 대화와 이스탄불 협력 구상이 각각 30주년과 20주년을 맞이하게 된 것을 축하하여 이들 파트너 국가들을 이번 정상회담에 초청했음을 밝혔다. 특히, 나토는 유럽-대서양 지역과 인도-태평양 지역 간의 안보적 연결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나토 IP4 국가인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와의 공동의 안보 도전과 실질적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동맹 창설 75주년을 기념하여 열린 이번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나토는 축하 행사보다는 현재 및 미래 다가올 안보 위협과 도전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데 더 큰 노력을 기울였다. 이번 정상회담 선언문의 분석을 통해 도출한 주요 전략적 함의는 다음과 같다. 먼저, 향후 유럽의 안보 구조는 유럽의 나토 대 러시아의 장기 갈등이 구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나토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의도로 유럽 안보 구조의 근본적 재편으로 인식함에 따라 나토와 러시아의 긴장과 갈등은 글로벌 질서 재편의 주요 각축장으로 작용하면서 유럽의 정세는 장기 갈등 국면에 직면할 것이다. 둘째, 적어도 나토의 입장에서 이제 중국은 나토의 안보 위협 세력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에 대한 나토의 인식 변화는 단순히 나토-중국 차원에 그치지 않고 규칙 기반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변경하고자 하는 글로벌 질서 경쟁과 연결되어 있어 지역적·국제적 수준에서 정치, 경제, 안보 등 거의 모든 방면에 걸쳐 나토와 중국 간의 경쟁이 확대되고 격화될 조짐을 예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으로 유럽-대서양과 인도-태평양 지역 간의 지정학 연결에 따른 안보적 상호의존이 커졌고 또한 현실의 국제정치에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향후 국가와 지역을 불문하고 유럽-대서양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안보 쟁점은 개별적 관련 행위자를 집단화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진영의 문제로 확대할 수 있는 발화성을 갖게 되었다. 자칫 잘못하면 하나의 특정 쟁점이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모든 행위자를 하나로 묶는 연쇄 연루(chain-gang)의 쟁점으로 변화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