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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정세

남북관계와 북한정세를 심층 분석합니다.
북한의 공간문헌과 정보를 분석하여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정책방안을 제안합니다.

정전협정과 종전선언의 상관관계를 통해 본 유엔사의 중요성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벌써 71년이 되었다. 짧지 않은 역사를 지녔기에 자랑스러워할 만도 하다. 그러나 이것을 자랑스러워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정전체제를 넘어 평화통일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정전협정만이라도 제대로 준수했더라면 남북한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등을 통해 통일을 달성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과 위협, 그리고 정전협정 무력화 전략으로 인해 최소한의 평화보장체제인 정전체제마저도 위기에 처해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런데도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마치 한반도에 평화가 도래할 것처럼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정전협정, 종전선언, 그리고 평화협정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고 이의 중심 기관으로서 유엔사의 위상과 역할을 재조명해 보고자 한다.


·정전협정, 종전선언, 그리고 평화협정


정전협정은 1953년 7월 27일 무려 2년여 동안 159회의 본회의를 거친 끝에 판문점에서 체결되었다.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및 중국인민지원군 사령원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 정전에 관한 협정」은 총 5개조 63개 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전협정은 한반도에서의 적대행위와 일체 무장행동의 완전한 정지를 보장하는 정전을 확립할 목적으로 체결되었고 이를 보장할 수단으로 군사정전위원회(군정위)와 중립국감독위원회(중감위)를 두도록 했다. 중감위는 스위스, 스웨덴, 체코슬로바키아, 폴란드로 구성되었다.


북한은 정전체제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지난 71년 동안 무려 43만 건에 달하는 정전협정을 위반했다. 그뿐만 아니라 북한은 군정위 북한측 대표단 철수(1993.4)에 이어 중감위 일원인 체코슬로바키아 대표단을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분리되었다는 이유로 대표단을 철수(1993.4)시켰다. 북한은 군정위를 대체하는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를 개성에 설치(1994.5)한 데 이어 그해 말에는 군정위 중국군 대표단마저 철수(1994.12)시켰다. 북한은 정전협정을 무력화시키면 미국과 평화협정이 체결될 것으로 확신했다.


북한의 평화협정 체결 타령은 정전협정 직후부터 시작되었다. 전후에는 주로 남북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55~74)하다가 1973년 베트남 문제에 대해 파리 평화협정이 체결되자 그때부터 북한은 북미 평화협정 체결(74~83)을 주장했다. 그 후에는 북미 평화협정 체결과 남북 불가침 선언 분리를 주장(84~06)하다가 2007년 이후에는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에 의한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07~ )해 왔다. 사실 북한은 정전체제를 무력화시킨 뒤 가능한 한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고자 했다.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유엔군 대표 윌리엄 해리슨(왼쪽 테이블) 미군 중장과 공산군 대표 남일(오른쪽 테이블) 북한 인민군 대장이

한국전쟁 정전협정에 서명하고 있다./VOA




그러나 이것이 여의치 않자 3자 혹은 4자에 의한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하고 나섰던 것이다. 2008년 판문점 선언에서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 2008년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미북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공동성명이 발표되기도 했다.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에 의해 종전이 선언되면 다음 단계는 평화협정이 체결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종전조차 선언되지 못하고 있다. 정전이란 정전협정에 명시되어 있듯이 “적대행위와 일체 무장행동의 완전한 정지”인데 반해, 종전이란 전쟁의 종결을 의미한다. 정전은 군사적 행위이고 종전은 정치적 행위이다. 그런데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 등으로 한국과 주변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군사적 행위를 하고 있는데도 이를 못 본 체하고 종전선언이라는 정치적 행위를 한다고 해서 한반도에 평화가 오는 것은 아니다. 


평화협정은 종전선언보다 한 걸음 더 나간 것이다. 전쟁이 끝났으니, 남북이 서로의 실체를 인정하고 상호 자유롭게 교류하면서 공동번영하자는 약속을 문서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 종전선언도 필요하고 평화협정도 필요하다. 그러나 정전협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데 이런 정치적 행위와 평화협정을 체결한다고 해서 평화가 정착되는 것은 아니다. 서둘러 체결된 파리평화협정으로 미군은 철수하고 남베트남은 북베트남에 의해 적화된 사실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사실 남북한도 이미 평화협정에 버금가는 남북한 기본합의서와 부속합의서, 그리고 비핵화공동선언서를 채택한 바 있다.




웨인 에어 유엔군 부사령관이 2018년 10월 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카네기 국제평화기금 세미나에서 종전선언과

유엔군의 역할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30여 년이 지난 지금 이런 종이 문서는 한반도에 아무런 평화도 보장해 주지 못했고 오히려 북한은 핵무장 국가로 치닫고 있다. 정전체제가 굳건히 유지되어야 이를 뛰어넘는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어느 하나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상태에서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북한은 정전협정은 무력화시키면서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체결에 연연하고 있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정전협정을 관리하는 유엔사가 해체되고, 더 나아가 한미연합사가 해체될 것이며 종국적으로는 주한미군마저 철수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사의 창설, 변천, 임무


북한의 남침 당일 미국은 즉각적으로 유엔안보리 소집을 요구했다. 긴급소집된 유엔안보리는 1950년 6월 25일, “적대행위의 즉각 중지와 북한군의 38선 이북으로의 즉각 철수”를 결의(결의안 제82호)하였다. 안보리는 6월 29일, 결의안 제83호를 채택하여 “유엔 회원국들은 대한민국에 무력침공을 격퇴하고 이 지역의 국제평화와 안전을 회복하는데 필요한 원조를 제공할 것”을 권고하였다. 그리고 7월 7일에는 결의안 제84호를 통하여 “회원국들이 제공하는 병력 및 기타 지원을 미국이 주도하는 통합사령관(유엔군사령부)하에 두도록 권고하고, 미국이 통합사령관을 임명할 것과 통합사령부에 참전 각국의 국기와 함께 유엔기 사용 권한을 부여”하였다. 7월 8일 트루먼 대통령은 미 극동군 사령관 맥아더 원수를 유엔군 총사령관에 임명했다. 맥아더 원수는 도쿄에서 유엔군사령부를 공식적으로 창설하고 극동군사령부 참모진 대부분을 유엔군사령부 참모로 겸임 발령했다. 이로써 미국 주도의 유엔군이 창설되어 유엔 회원국들이 6.25전쟁에 참전하게 되었다. 미국을 비롯한 16개국이 전투 부대를 파병하였으며 스웨덴 등 5개국이 야전병원부대 등을 파병하였고 과테말라 등 39개국이 물자를 지원하였다. 이로써 유엔 창설 이후 처음으로 유엔헌장 제7장 제42조에 의한 집단안보가 한반도에서 실현되었다. 유엔사는 정전협정에 서명함으로써 정전체제의 당사자가 되었다. 1957년에는 유엔군사령부를 동경에서 서울로 옮겨서 한반도 방어와 정전관리의 주체자로서 역할을 했다. 그러나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가 창설되자 유엔사는 한국방위 임무를 한미연합사에 인계했다. 현재 한미연합사와 지원 및 협조관계를 유지하는 유엔사는 일본에 있는 유엔사 후방기지 7곳(일본 본토 4, 오키나와 3), JSA, 그리고 의장대에 대한 작전통제와 함께 정전협정 이행을 감독하고 유엔사 전력제공국의 전력을 수용 및 통합하여 한미연합사를 지원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전력을 제공하는 유엔사 회원국(Sending State)은 총 17개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투병을 파병한 16개국 중에서 14개국과 의료지원단을 파견한 5개국 중 3개국이다. 의료지원단을 파견한 독일이 올해 회원국 참여가 확정되었기에 유엔사 회원국은 총 18개국으로 늘어난다. 전투병을 파병했던 16개국 대표는 정전협정이 체결되던 당일, 워싱턴에서 한국전쟁 재발시 다시 참전한다는 ‘워싱턴 선언(Joint Policy Declaration Concerning the Korean Armistice)’을 발표했다. 유엔사 회원국은 여전히 이런 정신을 가지고 유사시 한반도에 전력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다짐하고 있다. 한국은 2023년 말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맞이하여 한·유엔사회원국 국방장관 회의를 개최하고 1953년의 ‘워싱턴 선언’을 재확인했다. 이 회의를 통해 유엔사회원국은 유엔의 원칙에 반해 한반도에서 대한민국 안보를 위협하는 적대행위나 무력공격이 재개되면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유엔사와 한국 안보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체결보다는 정전체제 관리가 우선이며 그 핵심에 유엔사가 있다. 유엔사는 정전관리뿐만 아니라 유사시 유엔사회원국의 전력을 수용 및 통합하여 한미연합사를 지원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현재의 신냉전적 안보상황을 고려해 볼 때, 제2의 한국전 발발시 새로운 안보리 결의안 채택은 기대할 수 없다. 특히 유엔사 후방기지는 한반도 전개를 보장하는 전초기지, 전력 투사의 중간기지, 그리고 군수지원기지로써 전력제공국의 한반도 전개 지원을 위한 허브 역할을 하기에 그 전략적 가치는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한반도에 안정적 평화 정착이 실현될 때까지 현재의 유엔사 체제는 유지되어야 한다. 김정은이 한국을 영토평정하겠다고 공언하는 현실에서 유엔사의 존재는 더욱 중요하다. 사실 유엔사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유엔사가 한국 안보의 핵심 수단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유엔사 회원국간의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유엔사와의 관계를 비단 군사적 차원뿐만 아니라 외교 및 국방차원의 다국적 협의체로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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