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육성으로 진행된 북한의 2013년 신년사는 ‘일심단결’을 핵심 키워드로 하고 있다. 신년사에서 ‘인민 31회, 당 32회, 군대 17회, 선군 4회, 인민생활 5회, 일심단결 4회, 인민경제 5회, 강성국가 10회, 경제강국 5회’의 단어 사용 빈도는 2013년 북한의 정책방향이 군대중심의 선군정치보다 당과 인민을 중시하는 민생정치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민심을 의식한 용어의 변화가 돋보인다.
‘사랑하는 인민들’, “온 나라 모든 가정들에 화목과 더 큰 행복이 있기를 진심으로 축원”등 의 감성적인 표현은 김일성-김정일 시대에는 없던 표현으로 민심과 가정을 중시하려는 김정은의 생각이 반영된 대목이다. 신년사의 2012년 성과부분에서 ‘인민군장병들’과 ‘인민들’의 순서로 호칭되다가 2013년 과업부분에서부터 ‘인민들’과 ‘인민군장병’들로 순서가 바뀐 것은 올해 군대보다 민생을 중시하겠다는 김정은의 의도로 보인다. 이는 장기간의 ‘선군정치’로 인민군대식 돌격문화가 만연한 북한사회의 풍조를 당을 중심으로 하는 민생중시 풍조로 바꾸려는 의도로 해석되며 다른 말로 김정일 식 선군정치에서 벗어나 주체시대라 불리는 김일성 시대로 돌아가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년사에서 언급된 2012년의 성과
김일성-김정일을 영원한 수령으로 받들고 당의 영도 밑에 주체혁명위업을 빛나게 계승완성 해나갈 수 있는 확고한 담보를 마련한 역사적인 해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2012년 4월에 진행된 당대표자회의와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당의 지도사상과 강령을 김일성-김정일주의로 수정, 김정일을 영원한 당총비서,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공식화하고 김정은을 당제1비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추대하여 권력승계를 완성했음을 의미한다.
신년사에서는 2012년 4월에 진행된 김일성 생일 100주년 행사를 통해 주체조선의 100년사를 긍지높이 총화 했다고 언급함으로서 새로운 주체100년,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선언하고 있다. 2012년은 북한이 김정일의 유훈관철에 정책의 중심을 두었다면 2013년은 김정은의 독자적인 정치행보를 선언한 것으로 분석된다. 2012년 공동사설은 김정일의 생전에 김정일의 의도대로 작성되었다면 2013년 신년사는 김정은의 의중이 깊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성과로 금수산태양궁전과 김정일 동상 건립을 통해 당과 군대와 인민의 일심단결과 혈연적 뉴대를 다졌다고 평가한 것은 ‘일심단결’의 중심인 수령의 영생우상화 사업을 통해 당과 인민, 군대의 수령에 대한 충성심과 김정은의 선대수령들에 대한 충성심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음을 의미한다.
인공지구위성 ‘광명성3호’ 2호기발사 성공은 김정일의 3대유산인 인공지구위성 제작 및 발사국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업적이 전무한 김정은에게 찬란한 업적을 안겨준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반면 2012년 강성대국의 대문진입을 목표로 내세웠던 북한의 경제성과는 초라하다.
지난해에 복잡하고 첨예한 정세와 련이어 들이닥친 혹심한 자연재해속에서도 사회주의강성국가건설과 인민생활향상에서 커다란 전진을 이룩했다면서도 성과로 희천발전소와 단천항 완공, 평양시에 창전거리와 릉라인민유원지를 건립한 것밖에는 내세울 것이 없을 정도로 경제점수는 낙제점이었다. 올해 신년사에서 ‘강성대국’ 용어가 완전히 사라지고 추상적인 ‘강성국가건설’이 주를 이루는 것도 실패한 2012년의 경제형편을 말해준다. 다만 한가지 성과라고 한다면 전반적12년제의무교육 실시와 체육사업에 대한 국가적인 관심과 역량을 강화한 것이다.
2013년 과업
신년사는 2013년을 사회주의강성국가건설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나갈 거창한 창조와 변혁의 해라고 밝혔다. 강성대국에서 강성국가로 용어가 바뀌고 그 앞에 사회주의가 추가된 점으로 보아 김정일시대 ‘강성대국건설’이 국가적 목표였다면 김정은시대의 국가목표는 ‘사회주의강성국가건설’로 정의된 듯 싶다. 사회주의강성국가는 김일성-김정일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자주, 선군, 사회주의를 원칙으로 한다는 점에서 노선면에서는 김일성 시대와 김정일 시대의 기본원칙을 그대로 계승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당은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우리 인민에게 의거하여 우리 식,위대한 장군님 식으로 이 땅우에 사회주의강성국가,천하제일강국을 보란듯이 일떠세울 것이라는 대목은 김정일식 선군정치에서 탈피하여 김일성 식 인민정치를 구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올해 건국(9월 9일) 65주년과 정전협정체결(7월 27일 북한은 전승기념일이라 주장) 60주년을 뜻 깊게 기념한다고 강조한 것도 눈여겨볼만한 대목이다. 5년 전 9월 9일 김정일의 갑작스런 중병으로 망친 건국 60주년 행사를 이번기회에 만회하려고 할 것이며 특히 김정은은 7월 27일에 과거 김일성처럼 원수복을 입고 등장함으로서 국가원수로서의 존재를 과시할 가능성이 있다.
신년사는 경제강국건설은 사회주의강성국가건설 위업수행에서 전면에 나서는 가장 중요한 과업이라고 밝혀 정치사상강국에 군사강국은 이미 실현했다고 주장하는 북한의 사회주의강성국가건설의 마지막 남은 과제는 경제강국건설임을 설명하고 있다.
인공위성을 제작발사한 기세로 전당,전국,전민이 총동원되어 올해에 경제강국건설과 인민생활향상에서 결정적 전환을 이룰 것과 이를 위한 총돌격전을 강조한 것은 전사회적인 총동원 분위기를 1년내내 지속함으로서 주민통제와 감시를 조직적으로 진행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신년사에서 올해에도 특별한 경제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여지는 것은 모든 경제사업을 이미 마련된 자립적민족경제의 토대를 더욱 튼튼히 하고 잘 활용하며 인민생활을 안정향상시키기 위한 투쟁으로 일관되어야 한다고 밝힌 부분이다. 과거에는 인민생활향상을 목표로 삼았다면 올해에는 ‘인민생활’에서 ‘향상’앞에 ‘안정’이라는 개념이 추가되었는데 이는 인민생활향상보다 안정을 목표로 정했다는데 특징이 있다. 이는 올해에도 석탄, 금속 등 기간산업을 제외한 경제부문에 대한 추가적인 투자발전전략은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다만 주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인민생활과 직결된 분야에 대한 생산과 분배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민들의 식생활과 연결된 농업과 경공업을 올해 경제건설의 주공전선으로 정하고 축산과 수산, 과수부문을 결정적으로 추켜세우도록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신년사의 경제부문에서 눈에 띄는 점이 있다면 현실발전의 요구에 맞게 경제지도와 관리를 개선해야 한다고 언급한 부분이다. 우리 식 사회주의경제제도를 확고히 고수하고 근로인민대중이 생산활동에서 주인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도록 하는 원칙에서 경제관리 방법을 끊임없이 개선하고 완성해나가며 여러 단위에서 창조된 좋은 경험들을 널리 일반화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사회주의계회경제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생산증대를 위한 경제관리개선방법(2002년의 7.1경제관리개선조치나 2012년에 시도된바 있는 6.28경제관리개선 조치 등)을 적극 도입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다음으로 신년사에서 강조한 부분은 일심단결이다. 일심단결을 최강의 무기, 사회주의강성국가건설의 위력한 추진력으로 규정하고 모든 사업을 일심단결을 지키고 강화하는데 지향시킬 것을 주문하고 있어 민심을 의식한 김정은식 정치방식으로 평가할 수 있다.
올해 신년사에서 선군과 군대는 인민과 당에 비해 적은 빈도로 언급되고 있지만 군력이자 국력이며 군력을 백방으로 강화하는 길에 강성국가도 있고 인민의 안녕과 행복도 있으며 선군의 기치를 높이 들고 군력강화에 계속 큰 힘을 넣을 것을 강조함으로서 군대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고 국방공업부문의 지속발전도 주문했다.
올해 북한간부들은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한 한해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신년사에서 일군들의 사상관점과 사업기풍,일본새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것과 당과 인민 앞에 자기의 충실성과 실천력을 평가받아야 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당의 어머니 역할을 부각시켜 민심을 틀어잡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평가 : 북한의 올해 신년사는 인민의 감성을 자극하고 ‘일심단결’을 강화하는데 중심을 두고 있다. 김정은식 민심집중공략 정치라 할 수 있다. 김정일이 엘리트 간부중심의 정치를 했다면 김정은은 간부들에 대한 요구성은 높이고 인민대중의 마음을 얻기 위한 감성정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현 시기 북한사회의 가장 큰 폐단은 사람들의 정서가 메말라 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의 20~30대는 90년대 ‘고난의 행군’시기 교육을 받은 세대로 돈과 시장에 익숙하다. 김정은 시대의 주역들인 20~30대의 개인주의와 메마른 정서는 수령, 당, 대중의 일심단결을 생명으로 하는 북한사회의 단결을 해치는 체제불안 요소이다. 수령의 위대성을 선전하고 자발적인 충성심을 이끌어내려면 이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군인들을 김정은을 위한 총, 폭탄정신으로 무장시키는데도 필수사항이다. 선군정치로 군인문화가 만연한 사회의 분위기를 새롭게 쇄신하고 인간의 정서를 풍부하게 만들어 수령에 대한 충성심을 유도하는 작업은 당의 몫이기 때문에 당의 역할과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당은 인민을 품에 안고 보살피는 자애로운 어머니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간부들에 대한 요구수준은 높이고 인민들에게는 관대하고 따뜻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인민생활에서 획기적인 변화보다 안정향상에 주력하면서 김정은의 사랑과 배려가 최대한 피부로 느껴질 수 있는 방향으로 물질적 분배가 이루어 질 것으로 보인다. 올 한해 김정은을 중심으로 하는 북한사회의 일심단결을 강화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일비전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