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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정세

남북관계와 북한정세를 심층 분석합니다.
북한의 공간문헌과 정보를 분석하여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정책방안을 제안합니다.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마지막 공개 활동을 한 것은 11월 6일 안토니오 이노키 일본 참의원 면담이었다. 우리 안보 당국은 장성택의 측근 처형 등 밀어내기 작업이 11월 말 이전에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11월 6일 이후 30일까지 24일간 북한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측근 부패 빌미로 걸림돌 제거

장성택 실각이 사실이라면 측근들의 부패가 직접적인 빌미가 됐을 것으로 안보 당국은 보고 있다. 안보 당국 관계자는 "금년 들어 보위부에서 지속적으로 장성택 심복들의 비리 혐의를 포착하고 내사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히 장수길 노동당 부부장의 경우 부정 비리와 이로 인한 축재(蓄財)가 심각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장성택은 이 같은 견제 분위기가 나타나면서 공개 활동 자제에 들어갔다. 김정은과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지난해 김정은을 100회 넘게 수행했지만 올해는 절반 수준으로 이를 줄였다.

안보 당국 관계자는 "김정은이 장성택의 측근 비리를 문제삼아 그를 숙청했다면 그 이유는 날로 커가는 장성택의 힘을 제어하고 자신의 유일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내 강·온 주도권 다툼서 패배?

북한 내 강·온 주도권 다툼에서 장성택이 밀렸을 가능성도 크다. 우리 정부 고위 당국자는 "대외 정책, 경제개발 등을 놓고 북한 내 강경파와 온건파 간 노선 다툼 끝에 그가 밀려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 김정은은 권력 세습 이후 도발과 대화 제의를 반복하며 강·온 양면책을 써왔다. 권력 기반이 불안정한 김정은이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권력을 유지하려 한다는 분석이 그동안 나왔었다. 김정은이 집권 후 대남 도발과 대화를 오락가락한 것도 이들의 손을 번갈아 들어주면서 생긴 결과라는 것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외화벌이 사업 등 자신들의 이권을 장성택에게 빼앗긴 군부 강경파들이 그를 몰아내려 했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 소식통은 "김정일이 주도하던 선군(先軍)시대에 각종 이권을 챙겼던 군부 강경파들이 장성택을 눈엣가시처럼 여겼다"고 했다. 장성택과 함께 김정은 권력의 쌍두마차 역할을 해온 최룡해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과의 파워게임에서 장성택이 밀렸다는 분석도 있다. 장성택이 각종 정책에서 당의 입장을 관철하려 했고 이 과정에서 군부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최룡해와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장성택의 지지 기반인 당내에서도 보수파들이 그를 견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성택이 경제특구 개발 등 개혁·개방을 추진하는 데 대해 전통적인 주체사상에 투철한 당 간부들이 불만이 많았다는 것이다. 특히 노동당 내 신세대 그룹이 장성택을 여러모로 불편해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정은, 리위안차오 얘기 듣고 장(張) 제거 결심?

한 북한 소식통은 "김정은이 장성택을 제거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지난 7월 북한을 방문한 리위안차오 중국 국가 부주석의 얘기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이 소식통은 "당시 리위안차오는 김정은에게 '경제 문제에 관해서는 장성택의 말을 잘 참고해서 들으라'고 조언했고, 김정은은 이를 기분 나쁘게 받아들였다고 한다"고 했다. 김정은이 북한 내에서 장성택의 힘이 점점 커지는 상황을 막아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장성택은 북한 내에서 대표적인 친중파로 꼽힌다. 중국은 북한 정권의 안위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따라서 김정은 입장에서는 리위안차오 부주석의 이 같은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앞서 5월 김정은의 최측근인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는 북한으로 돌아오기 직전에야 시진핑 국가 주석을 만나는 등 좋은 대접을 받지 못했었다. 북한의 소식통은 "김정은은 이후 장성택에 대한 뒷조사를 지시했고, 이달 초 보위부 간부들로부터 그 결과를 보고받았다"며 "김정은이 장성택 측근들의 비리를 보고받고 '장성택 동무는 참 나쁜 동무'라고 규정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김정은과 장성택이 심각한 불협화음을 빚었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 김명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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