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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정세

남북관계와 북한정세를 심층 분석합니다.
북한의 공간문헌과 정보를 분석하여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정책방안을 제안합니다.



대북 전단(傳單)이 다시 한번 남북관계의 핵심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남북한이 지난 14일 고위급 접촉에서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중상을 하지 않기로 합의함에 따라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우리정부는 2004년 6월 남북장성급 회담 합의에 따라 대북심리전을 중단한 지 오래다.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에 따른 5·24 대북 제재조치로 확성기가 설치되고 FM 대북방송이 시작됐지만, 북한지도부를 비난하거나 자극하는 내용은 없다. 북한체제를 직접 비난하는 것은 남한 언론과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다. 특히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은 탈북자들이 주도하는 전단 살포다.

북한 당국은 2005년 7월부터 2011년 12월말까지 44차례에 걸쳐 전단살포 중단 요구와 협박을 했다. 대북 전단 살포를 주도하는 이민복 대북풍선단 단장과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북한의 독침테러 대상이다. 전 북한과학원 연구사 출신인 이민복 대표는 비용이 적게 들면서 민간인도 쉽게 날릴 수 있는 대형 풍선을 개발했다. 그가 개발한 대형 풍선에는 6만장의 대북 전단과 DVD, CD, USB, 라디오, 쌀, 약, 생필품 등이 들어간다. 1달러짜리 지폐도 추가됐다.

그가 날려보낸 풍선 속 물건들은 북한의 산야에 살포된다. 나비처럼 날리다가 떨어지는 삐라들이 흩어지는 범위는 직경 약 5Km 정도로서 일정 지역을 통째로 뒤덮을 정도다. 전단이 살포되면 북한 주민들은 호기심에 몰래 읽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은 전단 수거과정에도 주민들이 내용을 보게 될까 두려워 각자 수거해 바치지 말고 떨어진 위치만 신고하라는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당국이 통제할수록 사람들은 “도대체 뭐라고 써 있길래 다치지도(줍지도) 못하게 하냐?”며 전단을 본다.

그런데 전단이 산 속에 떨어지면 보는 사람이 더 많아진다고 한다. 땔감과 산나물, 열매 채집을 위해 매일같이 산에 가는 북한 주민들은 풍선을 발견하면 달러와 생필품을 챙길 수 있어 행운의 보물단지로 여긴다. 풍선 안에 들어 있는 정보매체와 전단은 덤으로 가져간다. 풍선1개만 발견해도 1개월치 월급을 순식간에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전단의 효과를 톡톡히 보는 대상은 군인들이다. 북한은 100만의 군대 가운데 강원도와 황해남북도 등 전방지역에 70% 이상의 병력을 집중 배치한 상태다. 대북 전단이 떨어지는 주요 지역이 강원도와 황해도임을 감안하면 최대 수혜자는 북한 군인인 것이다. 북한 당국은 전단이 떨어지면 인근에 주둔한 부대를 동원돼 수거하는데, 군인들은 몰래 전단 내용을 읽거나 전단 한두장 정도를 감춘다고 한다.

풍선에 들어있는 달러나 생필품은 배고픈 군인에게는 귀중한 양식이다. 전방지역 북한군 가운데 일부는 보위부나 지휘관들과 짜고 수거한 생필품을 시장이나 민가에 팔아 돈을 챙기고 있다. 황해도 장연군에서 군복무를 했다는 북한군 출신 탈북자는 “풍선에 들어 있는 담배를 피우고 라면도 먹은 적이 있다”며, “특히 풍선 안에 들어 있는 자가발전용 라디오로 세상 소식을 듣는 것이 제일 좋았다”고 했다. 또, 몰래 전단을 감춰놓고 개별 근무 시간에 읽었다며 지루한 10년 군복무 기간 전단 때문에 즐거웠고 세상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제대 후 바로 탈북했다는 그는 대북 전단이 전방에 배치된 북한군의 의식을 변화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다.

탈북자들이 만드는 대북 전단에는 북한체제를 떠 받들고 있는 수령 우상화의 근간을 흔드는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8·15해방이 김일성의 빨치산 활동에 의해서가 아니라 미국의 원자탄 공격에 의한 일제의 무조건적인 항복이라는 역사적 사실과, 김일성은 총 한 방 못쏘고 소련군 대위 군복을 입고 해방 한 달 후에 소련군함을 타고 원산에 들어왔다는 지극히 일반적인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또 소련에서 ‘유라’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백두산에 가짜 고향집 세트장을 만들어 놓고 인민을 속인 행위, 6·25전쟁은 미국과 한국이 아닌 김일성이 일으킨 남침전쟁이라는 사실을 담고 있다. 얼마 전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과 국제인권단체인 인권재단은 경기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북한의 야만적인 장성택 처형을 규탄하는 내용의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

이들은 ‘고모부(장성택)까지 처형한 사악한 패륜아 김정은’이라는 제목의 전단 50만장과 1달러짜리 2000장 등을 대형 풍선에 매달아 북쪽으로 띄워 보냈다. 이들은 “우리가 일반상식으로 알고 있는 내용들이 북한에서는 초특급 기밀사항이고 체제를 위협할 가공할 폭탄이 된다”며 전단살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민복 대표는 북한을 변화시키는 일은 의외로 어렵지 않다며 그것은 바로 진실을 알리는데 있다고 했다. 그 진실을 알리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 가운데 하나가 대북 전단이라는 것이다. 그는 대북 풍선은 레이더는 물론 육안으로도 보이지 않는 효과적인 대북정보 전달매체라라며 원시적인 대북 전단이 최첨단 레이더와 조밀한 북한의 방공망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자유의 메시지를 전한다고 했다. 고가의 스텔스기보다 완벽하고 경제성도 탁월하다. 정보와 생필품 제공뿐 아니라 풍선비닐은 북한주민들이 농자재, 창문유리, 비옷, 보자기, 김칫독 대용으로 요긴하게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전단이 북한을 자극해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접경지역에 안보불안감을 조성해 지역경제에 타격을 준다는 입장이다. 우리 정부도 지나치게 북한을 자극할 우려가 있는 전단살포 행위에 대해서는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민복 대표는 “합법성과 정당성이 있어도 불필요한 오해와 자극은 피해야 한다”며 “대북풍선운동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대북 전단을 보내되 광고를 하지 않고 최대한 조용하고 은밀히 보내자는 것이다.

그는 북한 사회는 인터넷도 없고 TV채널도 한 개 밖에 없다며 정보에 굶주린 북한 주민에게 외부 소식을 알리는 일은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일이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오른 이 시점에 다양한 통일논의와 준비가 필요하지만 북한 주민들이 가장 목말라하는 외부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한 통일준비라는 것이다.

<조선일보 김명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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