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원(북한 이탈 주민 정착 지원사무소)을 졸업하고 대학 진학을 준비 중인 이세훈(가명·24)씨는 "하나원에서 3개월간 교육받았지만 사회에 나와서 도움이 되는 게 거의 없었다"며 "책에 적힌 천편일률적인 내용만 강의로 배우다 보니 교육을 마치고 나와도 혼자 버스 타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원에서 3개월 배운 것보다 사회에서 일주일 배운 게 더 많았다"고도 했다.
탈북자 김광혁(가명·29)씨는 "하나원에선 열심히 일하면 한 달에 300만~500만원 벌 수 있다고 교육한다"며 "2~3개월만 일하면 북한에 있는 가족을 다 데려와 잘살 수 있다는 '코리안 드림'에 빠졌던 탈북자들은 밖에 나와 현실의 벽을 체감하고 좌절에 빠진다"고 했다.
탈북자들은 국내에 입국하면 국가정보원 산하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3개월간 자격 심사를 받은 뒤 하나원에서 3개월간 숙식하며 남한 사회 정착 교육을 받는다. 민주주의,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이론 교육과 함께 혼자 힘으로 자장면 사먹기, 시장에서 물건 사기 등 생활 교육, 초보 수준의 제과·제빵·컴퓨터 등 직업 교육을 받는다. 탈북자들에겐 남한 정착을 위한 첫 기초 교육 기관이자 관문인 셈이다.
하지만 많은 탈북자는 하나원 교육이 눈높이도 맞지 않고 현실과 동떨어진 '시간 때우기 강의'로 느껴진다고 했다. 박은철(가명·38)씨는 "직업 교육 자료를 보고 강의를 들어도 무슨 말인지 알기가 힘들다"며 "취직하려면 어떤 자격 조건을 갖춰야 하고, 직장 생활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없다"고 했다.
탈북자 김모(34)씨는 "강의 시간 내내 한자와 영어, 전문 용어가 등장하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가 힘들어 졸기만 했다"며 "초빙 강사도 탈북자의 언어·지식 수준에 대해서는 제대로 모르니 눈높이에 맞는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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